‘원화 약세 더 간다’…달러예금 한달새 101억달러 급증

경제

이데일리,

2025년 11월 30일, 오후 06:55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이데일리 김국배 기자]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1400원대 중후반대 높은 수준에서 좀처럼 내려오지 않자, 시중은행 달러예금에 기업과 개인의 자금이 몰리고 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7일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달러예금 잔액은 670억 1100만달러를 기록해 전월 말(568억 6600만달러)보다 101억 4500만달러 증가했다. 약 한 달 만에 100억달러가 넘게 불어난 것이다. 5대 은행 달러예금 잔액은 8월(645억 9400만달러) 이후 감소세를 이어오다가 이달 들어 다시 증가하는 흐름이다.

이중 기업 달러예금은 지난달 말 443억 2500만달러에서 이달 27일 537억 4400만달러로 21%가량 늘었다. 개인 달러예금 잔액도 27일 기준 122억 5300만달러로 4개월 연속 증가했다. 외화예금은 보통 환율이 상승할 전망이 확산하면 ‘달러 투자자’가 늘며 증가한다. 최근 기업이 대미 투자를 늘리는 데다 환율 불확실성이 커지자 고환율에도 개인, 기업 모두 차익 실현에 나서지 않고 달러를 더 쌓아두는 분위기다. 또 달러 예금 금리는 미국 기준금리(상단 기준 연 4%)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은행 원화 예금보다 금리가 높아 유인이 크다. 금융권 관계자는 “환율이 단기간에 떨어지긴 어렵다고 보는 투자자를 중심으로 달러예금 수요가 확산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환율이 가입 시점보다 떨어지면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

여기에 달러보험 가입도 늘고 있다.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에 따르면, 올해 달러보험 누적 판매액은 지난 27일 기준 1조 5301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전체 판매액(9641억원)을 이미 넘어선 수치다. 달러보험은 보험료도 달러로 내고 보험금도 달러로 받는 상품이다. 다만 달러보험은 환율 변동 폭이 커져도 중도 해지 외엔 대처 방법이 없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내년 환율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NH선물 리서치센터는 내년 원·달러 환율 전망치 상단을 1540원으로 제시했다. 1600원대 진입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반면 다른 한편에선 미국 금리 인하 가능성, 트럼프 정부의 약달러 기조 등으로 결국 다시 1400원대 아래로 내려갈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일각에선 달러가 은행에 묶인 채 외환시장에 풀리지 않아 고환율 지지에 영향을 끼친다는 분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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