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막힌 스테이블코인 입법…당·정, 물꼬 뚫는다

경제

이데일리,

2025년 11월 30일, 오후 07:00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를 핵심으로 한 ‘디지털자산 2단계 입법’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정부안 제출이 한 달 가까이 미뤄지는 가운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금융당국을 불러 당정협의회를 열고 경과를 점검한다. 입법 공백이 장기화하자 원내지도부까지 직접 법안 발의에 나선 상황에서, 협의회를 계기로 제도화 논의가 분수령을 맞을지 주목된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30일 정치권에 따르면 12월 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리는 당정협의회에는 이정문 민주당 디지털자산태스크포스(TF) 위원장을 비롯한 여당 정무위원회와 이억원 금융위원장, 금융위 실무진이 참석한다. 이번 회의는 외부 비공개로 진행하며 금융위가 준비 중인 ‘디지털자산 기본법(2단계 법안)’ 정부안 추진 상황을 주요 안건으로 다룬다.

민주당 관계자는 “정부안 초안 자체가 아직 나온 단계가 아니다”며 “간담회에서도 구체 조항보다는 경과보고 수준의 설명이 대부분일 것이다”이라고 말했다. 그는 “TF 소속 의원만 대략적인 상황을 공유 받았을 뿐 대부분 의원실은 정부안 내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부처 간 조율이 끝나지 않아 금융위도 확정안을 제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고 덧붙였다.

정부안 지연의 배경에는 한국은행과 금융위·기획재정부 사이의 이견이 자리한다. 한국은행은 스테이블코인의 디페깅(1 대 1 가치 붕괴), 대규모 환매, 지급결제 안정성 훼손 가능성 등을 이유로 강한 규율을 요구해왔다. 반면 정부·여당은 국내 산업 경쟁력과 혁신성을 고려해 ‘개방형 발행 구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기조다. 은행뿐 아니라 심사를 통과한 빅테크·핀테크 기업에도 발행 자격을 열어주는 방향이 정부안의 핵심이다. 발행자 범위, 준비자산 요건, 한은의 관여 범위 등 주요 쟁점을 놓고 부처 간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법안 초안 마련은 계속 미뤄지고 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오히려 속도전이다. 최근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가 스테이블코인 규율체계를 담은 ‘가치안정형 가상자산 발행 및 이용자 보호법’(가칭) 대표 발의를 준비하고 나섰다. 원내대표가 직접 나서는 만큼 사실상 당론에 가까운 수준으로 입법이 추진하고 있다는 평가다. 여당은 “정부안이 더는 늦어질 수 없다”며 금융위에 조속한 제출을 압박하고 있다.

국회에는 이미 민병덕·안도걸·김현정 민주당 의원,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 등이 제출한 스테이블코인 법률안이 다수 계류돼 있다. 정무위는 금융위 정부안을 중심으로 이들 법률안을 병합 심사한다는 방침이지만 정부안이 지연되면서 논의 테이블이 열리지 못한 채 멈춰 서 있다. 국회 관계자는 “아무리 늦어도 12월에는 정부안 발의가 필요하다는 데 당정 간 공감대가 있다”며 “현 단계에서는 연내 소위 논의가 이뤄질지조차 미지수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입법 지연이 길어질수록 해외 스테이블코인 쏠림이 심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테더(USDT)·서클(USDC) 등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시장 지배력이 이미 압도적인 가운데 국내 발행 인프라와 발행자 요건이 불확실한 상태가 장기화하면 국내 프로젝트 대부분은 준비 작업을 중단한 채 대기 상태에 빠져 있다. 핀테크 관계자는 “정부안이 미뤄질수록 국내 기업의 실험은 중단되고 해외 자산이 들어오는 통로만 넓어진다”며 “규제 명확성이 가장 절실한 시점이다”고 지적했다.

이번 당정협의회가 스테이블코인 제도화의 ‘교착상태’를 해소하는 계기가 될지는 미지수다. 법안의 완성도가 높지 않은 데다 한은·기재부와의 조율도 여전히 남아 있어 당장 속도전으로 전환되기 어렵다는 전망이 많다. 다만 민주당 원내지도부가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만큼 정부안 마련 작업도 더 늦출 수 없다는 압박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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