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원가 50개월만에 100원 밑으로…산업용 전기료 인하 기대감

경제

이데일리,

2025년 12월 02일, 오후 02:15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전력 도매시장의 기준가격인 계통한계가격(SMP)이 지난 2021년 9월 이후 50개월 만에 1킬로와트시(㎾h)당 100원 밑으로 내려갔다. 이에 따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이후 급등한 원가 때문에 어려움을 겪어온 전력산업계도 숨통이 트이게 됐다.

특히 업황 부진을 겪고 있는 철강·석유화학업계를 중심으로 산업용 전기요금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최근 2년간 원가 상승을 이유로 산업용 전기 요금만 상승세를 거듭해왔기 때문이다.

다만, 전력판매 공기업인 한국전력(015760)공사(한전)의 재무 상황이 여전히 좋지 않은데다 인공지능(AI) 확산과 재생에너지 전환에 따른 전력망 확충 부담도 커졌다는 점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한때 200원 웃돌았던 SMP 90원대로 내려

1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1월 통합 SMP는 94.81원/㎾h으로 집계됐다. 지난 2021년 9월(98.77원/㎾h) 이후 50개월 만에 100원 이하로 내려간 수치다. 같은 해 8월(94.07원/㎾h) 이후 51개월만의 최저치이기도 하다. SMP는 올 들어 110원/㎾h대 수준에서 소폭 등락을 이어오다가 지난 10월 101.53원/㎾h으로 내렸다.

한전을 비롯한 전력산업계의 원가 부담이 그만큼 낮아졌다는 평가다. SMP는 독점적 전기판매 공기업인 한전이 발전사로부터 전기를 사오는 도매시장 기준가격이다.

SMP는 2022년 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국제 에너지가격 급등 여파로 한때 267원/㎾h(2022년 12월)까지 오르며 한전 등에 큰 부담을 줬다. 당시 한전은 200원/㎾h 이상에 전기를 사 와서 기업·가정에 110원/㎾h에 공급하느라 차액만큼 손실을 감수해야 했다.

한국전력공사 나주 본사 전경. (사진=한전)
SMP가 지난해 130원대, 올해 110원대로 조금씩 내린 데 이어 지난달 90원대까지 내리면서 한전도 숨통이 트이게 됐다. 한전은 정부의 승인 아래 지난 4년간 전기 판매요금을 평균 165원/㎾h(9월 기준)까지 올렸는데, 사오는 기준가격이 95원/㎾h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다.

한전은 올 들어 밑지며 파는 상황에서는 벗어났지만, 앞선 적자를 만회할 수준에는 못 미쳤었다. 한전의 지난 1~10월 평균 전기판매단가는 169.4원/㎾h이고, 같은 기간 SMP는 116.7/㎾h, 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를 포함한 실제 전력 구입단가는 약 135원/㎾h으로 약 35원/㎾h의 이익이 남는 것으로 추산된다. 통상 20~30원/㎾h으로 추산되는 운영비를 빼면 실제 앞선 적자를 메우기 위한 차익은 5~15원/㎾h 정도다. 한전의 지난해 전기 판매량이 약 55만기가와트시(GWh)였다는 걸 고려하면 연 약 3조~8조원이다.

SMP는 내년 이후 더 떨어질 전망이다. 발전연료의 기준이 되는 국제유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산업연구원은 국제유가(두바이유)가 올해 배럴당 70.2달러에서 내년 58.8달러로 16.3%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40달러까지 내렸던 2020년 한때 SMP는 50원/㎾h대까지 내렸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미국이 (주요 발전연료인) 액화천연가스(LNG) 공급량을 크게 늘린 반면 중국과 유럽 등지의 수요는 줄어드는 중”이라며 “당분간 SMP도 하향 안정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요금 인하 여력 생겼지만 인상 요인도 상존

SMP 하향 추세와 맞물려 산업용 전기요금 인하에 대한 요구도 커지고 있다. 산업계는 이날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주재로 열린 민관합동 산업투자전략회의에서도 전기요금 부담을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으며 인하를 요청했다.

전기요금 고지서. (사진=연합뉴스)
한전은 발전원가 급등 충격을 완화하고자 정부의 승인 아래 2022~2023년에 걸쳐 전기요금을 50%가량 일괄 인상했고, 그 이후로도 산업용 전기요금을 추가 인상해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률은 70%에 이른 상황이다. 한때 너무 낮다고 지적받아 온 산업용 전기요금이 미국, 중국 등 주요국 대비 훨씬 높아진 상황이다.

전력 당국은 그러나 요금 조정에 신중한 모습이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철강산업 지원 특별법, 그리고 현재 논의 중인 석유화학 지원 특별법에도 업계가 요구해 온 전기요금 특례는 빠져 있다. 한전의 누적적자에 따른 재무위기 상황이 아직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한전은 2021~2023년 적자 기간 43조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고 지난해 이후 흑자 전환에도 여전히 23조원의 누적적자를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이 탓에 불어난 총부채도 9월 말 기준 205조원에 이른다. 더욱이 정부의 에너지 전환 및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 계획에 따른 대규모 전력망 확충 부담도 안고 있다.

다만, 한전과 당국이 내년 중 산업용 전기요금을 일부 인하하거나 최소한 추가 인상 가능성을 배제하는 식으로 산업계 의견을 반영할 여지는 있다. 한전과 기후에너지환경부를 비롯한 관계 당국은 이달 22일께 내년 1분기 전기요금 조정 여부를 결정한다.

유 교수는 “SMP는 내렸지만 전기요금 인상 요인도 만만치 않고 한전 재무상황도 여전히 나빠 요금 인하보단 추가 인상을 억제하는 수준으로 결정될 전망”이라며 “다만, 과도한 산업용 전기요금 부담을 낮춰야 할 필요성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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