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 728조원 예산안 통과
3일 국회,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전날 국회는 본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과 함께 법인세법 개정안을 비롯한 예산부수법안 16건을 의결했다. 이재명 정부의 첫 세제개편안에 담긴 주요 법 개정안들을 포함했다. 예산 규모는 역대 최대인 728조원이다. 예산안이 법정 시한(12월 2일) 내에 처리된 것은 2020년 이후 5년 만이다.
가장 주목받는 건 법인세 인상이다. 내년부터 법인세 세율은 모든 과세표준 구간에 걸쳐 1%포인트씩 일괄 인상된다. △2억원 이내 9→10% △2억~200억원 19→20% △200억~3000억원 21→22% △3000억원 초과 24→25% 등이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구간별 차등 인상 논의가 나왔지만, 결국 정부안 그대로 모든 구간에서 인상하기로 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정부는 법인세 인상으로 추후 5년(2026~2030년) 기업 법인세 추가 부담분은 18조4820억원(연평균 3조6964억원)으로 추정된다. 정부 전망치(17조4424억원)보다 약간 많다. 거의 20조원 규모의 법인세를 기업들이 더 내야 한다는 의미다.
(그래픽=이미나 기자)
◇법인세 인상에 더 움츠러든 산업계
산업계는 움츠러드는 기류가 역력하다. 한 대기업 고위인사는 “최근 환율이 예상보다 큰 폭 올라서 내년 사업 여파를 점검하고 있었는데, 법인세 부담분까지 봐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법인세율 인상이 기업 고용과 투자에 미치는 여파는 여러 학계 논문마다 그 결론이 약간씩 다르다. 다만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세금 부담은 직격탄으로 날아온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경기 김포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A씨는 “당장 내년부터 얼마나 세금을 더 내야 할지 알아봐야 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대기업들의 경우 법인세 충격파는 고환율, 고관세보다는 작다. 그러나 이 역시 내년 사업계획을 짜는데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라는 점은 이견이 거의 없다. 삼성전자는 오는 16~17일 각 부문별로 글로벌 전략회의를 열고, LG그룹은 이번달 중순께 구광모 회장 주재로 각 계열사별로 내년 사업을 점검한다.
특히 한국의 총조세 대비 법인세 비중이 2023년 기준 23.6%로 다른 주요국들보다 높다는 점은 변수다. 캐나다(20.8%), 프랑스(18.2%), 미국(14.5%), 영국(13.2%), 이탈리아(10.9%), 독일(6.5%) 등보다 세 부담이 이미 컸는데, 내년부터 그 차이는 더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첨단산업 국가대항전 국면에서 한국 기업들이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한국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은 세제 경쟁력, 규제 환경, 투자 여건 등에 크게 좌우되는데, 세 부담이 늘어나면 해외 대비 투자 매력도가 떨어져 국가 경쟁력 후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법인세 인상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연구개발(R&D)·설비투자 세액공제 확대, 유예 기간 부여, 중소기업 부담 완화 대책 등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법인세를 인상하면 증시도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며 “경제에 기름을 칠하고 바퀴가 잘 돌아갈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픽=이미나 기자)
◇석화 구조조정 악영향 있을까 ‘촉각’
산업계 내에서도 벼랑 끝 위기에 몰린 석유화학업계의 근심이 깊다. 전날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강화·지원 특별법이 국회 문턱을 넘었지만, 업계가 요구한 전기료 감면 등이 반영되지 않은 탓이다. 당초 특별법에는 전기요금 방안이 담겼지만 최종안에서 빠졌다.
정부 지원 규모 등 구체적인 방안이 없다는 점도 석화 구조조정을 더디게 할 수 있는 악재다. 특별법은 기업들이 설비 감축을 위한 합병안을 마련할 경우 이에 발맞춰 지원하는 ‘선(先) 구조조정, 후(後) 지원’ 방식이 핵심이다. 정부가 최종 시한으로 정한 연말까지 각 기업들이 구체적인 재편안을 제출해야 금융·세제 지원, 규제 완화 등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유동성 위기에 몰린 기업들은 연말까지 제출안을 낼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3대 석화 산단(대산·여수·울산) 중 대산 지역에 속한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은 나프타분해설비(NCC)를 통합하는 방안을 업계에서 처음 정부에 제출했다. 현재 여수에서는 LG화학, 롯데케미칼, 여천NCC, GS칼텍스가, 울산에서는 SK지오센트릭, 대한유화, 에쓰오일이 각각 통합 논의를 진행 중이다.
석화업계 한 관계자는 “특별법은 사업 재편에 대한 세제 지원 근거만 마련했을 뿐 구체적인 지원 금액과 방식이 나오지 않아서 난감하다”며 “각 회사들의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자구안 제출 이후에도 결국 딜이 깨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