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실손 손해율…악화 주범이 ‘생식기 시술'이었어?

경제

이데일리,

2025년 12월 17일, 오전 08:08

[이데일리 김형일 기자] . 부산의 한 여성의원은 하이푸 시술(자궁 근종 시술)을 둘러싼 보험금 부당 청구 의혹을 받고 있다. 보험금을 받을 수 없는 성형 목적의 질 축소 시술을 자궁 근종 치료용 하이푸 시술로 기재해 실손보험금을 청구한 정황이 포착돼서다. 이 과정에서 환자 유치를 대행하는 브로커가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실제 내원 여부가 불분명한 진료에 대해서도 영수증이 발급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 서울 강남의 한 산부인과 역시 생식기 시술과 관련한 과잉 청구 사례로 거론된다. 남성 성기 확대술을 전립선결찰술(요도 확대술)로 기재해 보험금을 청구했는데, 해당 시술의 전국 평균 비용(약 256만원)을 크게 웃도는 1400만원대 영수증이 발급된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특히 전립선결찰술은 비뇨기과 전문성이 요구되는 시술임에도, 산부인과 전문의가 시행했다는 점에서 의료 적정성 논란도 불거졌다.

[이데일리 김다은]
실손보험 손해율이 120%에 육박하면서 올해도 보험료 인상이 유력한 가운데, 생식기 관련 비급여 시술을 중심으로 보험금 지급이 다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금 지급 심사 기준 강화로 2022~2023년 증가세가 둔화됐지만, 최근 들어 과잉 진료와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가 성행하고 있어서다. 실손보험 가입자 수가 4000만명 수준으로 제2의 국민건강보험으로도 불린다.

16일 5대 손해보험사(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메리츠화재)의 실손보험 지급 현황을 살펴보면, 올해 3분기 전립선결찰술 지급액은 35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8.3%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하이푸 시술 지급액은 1076억원으로 44.2% 늘었다. 이는 주요 실손보험금 항목으로 꼽히는 도수치료, 체외충격파 치료, 주사제 등의 증가율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해당 시술들이 다시금 실손보험 손해율을 끌어올리는 핵심 요인으로 부상한 셈이다.

실손보험 전반의 수익성도 악화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3분기 기준 1~4세대 실손보험 위험손해율은 119.3%로 손익분기점(100%)을 상회했다. 세대별로 보면 4세대가 147.9%로 가장 높았고, 3세대 137.9%, 2세대 114.5%, 1세대 113.2% 순이었다. 후세대로 갈수록 비급여 보장 범위와 입·통원 치료비를 축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높은 손해율을 기록하며 손보업계의 구조적 부담으로 남아 있다. 최근 5년간 누적된 실손보험 적자는 1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하이푸 시술과 전립선결찰술은 비권고 대상에게 시술이 이뤄지거나, 시술 과정에서 보험금이 과도하게 책정되는 사례가 반복적으로 지적되고 있다. 하이푸 시술의 경우 대한산부인과학회가 폐경 전 여성을 주요 대상으로 권고하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폐경기 여성에게 시행되거나 요실금 시술과 병행되는 사례도 포착되고 있다. 전립선을 의료용 철사로 묶어 요도를 넓히는 전립선결찰술 역시, 필요 이상으로 다량의 철사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보험금이 부풀려졌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비교적 간단한 시술임에도 불구하고 입원을 가장해 보험금을 청구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입원 요건을 충족하려면 6시간 이상 체류해야 하지만 외출증 발급 등을 이유로 입원 보험금을 청구하거나, 낮 시간대 단기 입원 후 보험금을 청구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영수증상 입원료로 기재돼야 할 항목을 시술비로 처리해 입원 요건을 회피하거나, 일부 비용을 현금으로 돌려주는 정황이 드러나 보험업계가 주시하고 있다.

이 같은 문제를 막기 위해 실손보험이 보장하는 비급여 항목에 대한 보다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의사의 의료행위 적정성을 보험사가 심사로 판단하는 데는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며 “보건당국 차원에서 관리급여 대상을 확대하거나, 비급여관리법을 조속히 입법해 제도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올해부터 시행된 관리급여 제도는 남용 우려가 큰 비급여 항목을 급여(건강보험) 체계로 편입해 정부가 기준과 가격을 관리하는 방식이다. 지난 9일 도수치료, 경피적 경막외강 신경성형술, 방사선 온열치료 등 3개 항목이 관리급여 대상에 포함됐다. 이보다 한 단계 진전된 비급여관리법은 현재 국회에서 입법 논의가 진행 중으로, 장기적으로는 비급여 항목에 대한 가격 상한 또는 표준가격 도입을 목표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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