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기대가 2500억 결손금으로…신뢰 잃은 금양 어쩌나

경제

이데일리,

2025년 12월 26일, 오후 06:08

[이데일리 마켓in 이건엄 기자] 상장폐지 위기에 몰린 이차전지 소재 업체 금양(001570)의 상황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유상증자 등 자금 조달 계획이 잇달아 연기되는 상황에서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에 따른 적자로 쌓인 결손금이 2500억원을 넘어서며 정상화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업황 개선 단기간 내에 이뤄지기 힘든 점을 이유로 금양의 상장폐지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금양 본사 전경.(사진=금양)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금양의 올해 3분기 말 기준 결손금은 2504억원으로 전년 말 1984억원 대비 26.2% 증가했다. 이는 금양이 한창 주가를 올렸던 2021년 매출인 2176억원보다도 15% 이상 많은 수치다. 누적 손실 규모가 과거 실적 호황기 매출액을 웃돌면서 재무구조에 대한 우려가 한층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결손금은 기업이 영업이나 재무활동에서 반복적으로 손실을 내 누적된 빚 성격의 손실금을 뜻한다. 쉽게 말해 쌓아둔 돈에 해당하는 이익잉여금을 모두 소진한 뒤에도 손실이 지속되는 상황으로, 결손금이 더욱 불어나면 자본총계가 마이너스인 완전자본잠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시장에서는 전기차 캐즘이 이어지는 가운데 금양의 손실 구조가 단기간에 개선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결손금 규모가 더 확대될 수 있고 상장폐지 가능성도 한층 높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손실이 지속되는 데다 시장의 신뢰를 상당 부분 상실하면서 자금 조달 여건도 크게 악화됐다는 평가다.

실제 금양은 지난 2023년부터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재무부담이 커지고 있다. 금양은 지난 2024년과 2023년에 각각 560억원, 146억원의 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올해도 3분기까지 누적적자가 390억원으로 3년 연속 적자가 확실시되는 상황이다.

문제는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는 자금 조달마저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금양은 지난 24일 예정됐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대해 정정공시를 내고 납입일을 내년 2월 15일로 연기했다. 신주 상장 예정일도 내년 3월 9일로 조정됐다.

이미 금양이 다섯차례 유상증자 납입일을 연기한 점을 고려하면 자금 조달이 쉽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앞서 금양은 지난 6월 사우디아라비아 투자사 '스카이브 트레이딩&인베스트먼트'로부터 405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유동성이 마른 금양 입장에서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금양은 만기가 1년 미만인 단기차입금 비중이 99%에 달하는 상황에서 유동비율은 9.4%에 불과해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상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장에서는 금양의 상장폐지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미 금양은 지난해 재무제표에 대해 외부 감사인으로부터 ‘의견 거절’을 받으며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 상태다. 거래소로부터 내년 4월 14일까지 개선기간을 부여받은 상태다.

실제 금양의 감사인인 신한회계법인은 재무제표 주석에 “(자금조달 등) 이러한 계획에 차질이 있는 경우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이 어렵다”며 “금양의 자산과 부채를 정상적인 사업과정을 통하여 장부가액으로 회수하거나 상환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명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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