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다이소 ‘늑장정산’ 없앤다…대급지급 기한 ‘60→30일’ 단축

경제

이데일리,

2025년 12월 28일, 오후 04:22

[세종=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티몬·위메프(티메프)가 납품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해 촉발된 ‘미정산 사태’가 유통업계 전반의 경고등을 켠 가운데, 쿠팡·다이소·컬리 등 일부 유통업체가 법이 허용한 최장 기한에 맞춰 대금을 지급하는 이른바 ‘늑장정산’ 관행을 이어온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연합뉴스)
정부는 이 같은 구조적 문제를 바로잡고, 정산 미지급 사태 방지를 위해 대금 지급기한을 현행보다 절반 수준으로 대폭 단축하는 개선안을 내놨다.

◇직매입 대금 지급기한 60→30일로 단축

공정거래위원회는 28일 납품업체 권익 보호와 거래 안정성 강화를 위해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대규모유통업법)에 따른 대금 지급기한을 대폭 단축하는 개선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번 대책은 주병기 위원장 취임 이후 추진 중인 ‘갑을관계 개선’ 정책의 네 번째 조치다.

개정안에 따르면 직매입 거래의 대금 지급기한은 상품 수령일로부터 현행 60일에서 30일로 줄어든다. 특약매입·위수탁·임대을 거래의 경우에는 판매 마감일로부터 지급해야 하는 기한이 기존 40일에서 20일로 단축된다. 다만 직매입 거래라도 한 달 매입분을 한꺼번에 정산하는 ‘월 1회 정산’ 방식은 매입 마감일(월 말일)로부터 20일 이내 지급하도록 예외 규정을 두기로 했다.

공정위가 지급기한을 대폭 단축한 배경에는 일부 유통업체들이 정당한 사유 없이 법정 상한선에 맞춰 의도적으로 대금 지급을 지연해 왔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공정위가 11개 업태, 132개 대규모유통업체를 대상으로 대금 지급 실태를 전수조사한 결과, 전체 평균 지급기간은 직매입 27.8일, 특약매입 23.2일, 위수탁 21.3일, 임대을 20.4일로 법정기한보다 크게 짧았다.

◇“쿠팡·다이소 등 일부러 지급기한 늦춰”

그러나 직매입 거래에서 수시·다회 정산 방식을 활용하는 일부 업체들은 법이 허용한 최장 기한을 사실상 ‘상한선’처럼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수시·다회 정산 업체 71곳 중 62곳은 평균 16.2일 만에 대금을 지급했지만, 나머지 9개 업체는 평균 53.2일로 법정기한에 근접하게 지급을 늦추고 있었다.

(그래픽=김정훈 기자)
홍형주 공정위 기업협력정책관(국장)은 “과거에는 50일 이내로 지급하던 쿠팡 등 일부 업체들이 2011년 법 개정으로 60일 기한이 도입된 이후 특별한 사유 없이 일부러 지급일을 60일에 맞추고 있다”며 “법정 상한을 유동성 관리 수단처럼 활용하는 관행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9개 업체 중에선 영풍문고가 65.1일로 대금 지급이 가장 늦었고, 이어 다이소(59.1일), 컬리(54.6일), M춘천점·메가마트(54.5일), 쿠팡(52.3일), 전자랜드(52일), 홈플러스(46.2일), 홈플러스익스프레스(40.9일) 순이었다.

◇특약매입 등은 현행 40→20일로 줄이기로

특약매입·위수탁·임대을 거래의 경우에도 판매대금이 수수료·임대료 산정을 위해 일시적으로 유통업체를 경유할 뿐, 장기간 보유할 필요성이 크지 않다는 점이 고려됐다. 공정위는 정산시스템 발달과 내부 결재 절차 등을 감안할 때 실제 정산에 필요한 기간은 현행 40일에서 최대 20일 이내라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다만 납품업체의 압류·가압류, 연락 두절 등 유통업체의 귀책이 아닌 사유로 지급이 어려운 경우를 대비해 엄격한 예외 규정을 마련하고, 법 공포 이후 1년의 유예기간을 둔 뒤 개정안을 시행할 방침이다.

홍 국장은 “티메프 사태와 홈플러스 회생절차 등 연이은 미정산 사례를 계기로 현행 지급기한이 납품업체를 보호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며 “이번 제도 개선으로 납품업체의 자금 유동성과 거래 안전성이 높아지고, 유통업계 전반의 공정한 거래 관행이 정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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