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30일부터 이틀간 '쿠팡 침해 사고 및 개인정보 유출, 불공정 거래, 노동환경 실태 파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청문회'가 진행된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한 쿠팡 물류센터. 2025.12.30/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용의자가 쿠팡 서버에 접속해 3300만 건 이상의 고객 정보를 마음껏 확인하고, 필요한 정보들을 다운로드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지난 30일과 31일 열린 국회 쿠팡 연석 청문회에서 쿠팡 사태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유출 규모'가 아닌 '유출 책임'이 중요하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해석된다.
쿠팡 사태가 전방위로 확대되는 분위기다.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사과의 부재로 '충성 고객의 괘씸죄'를 산 쿠팡은 김범석 쿠팡 Inc. 의장의 청문회 불출석과 '비밀유지 조항'을 깨면서 '한국 정부의 괘씸죄'까지 더해졌다.
지난달 29일 개인정보 3370만 개 계정 유출을 '노출'로 발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불신은 시작됐다. 지난 2일과 3일 긴급 현안질의에 이어 17일 청문회를 앞두고 기습적인 대표 교체와 25일 독단적 조사 발표까지 김범석 쿠팡 Inc 의장이 사과문에서 언급한 대로 '초기 대응의 실패'다.
특히 이번 '셀프 조사' 논란을 두고 한국 정부와 맞붙는 형국은 또 다른 리스크다. 국가정보원이 특정되면서 국가 기관과 미국 기업의 공방전으로 치닫는 모양새는 사태를 더욱 악화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쿠팡은 지난달 최초 공지에서 유출자는 해외 서버를 통해 2025년 6월 24일부터 무단으로 개인정보에 접근한 것으로 추정되며, 고객 계정 약 3370만 개가 무단으로 노출된 것으로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정부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있는 점도 강조했다.
그러나 25일 발표에선 유출자를 특정하고 자백, 포렌식 조사 결과, 현지에서의 증거 확보 과정 등을 민관합동조사단에 앞서 이례적으로 발표했다.
배경훈 부총리는 "3000건이라고 하는 건 용의자의 컴퓨터에 있는 저장장치 2개, SSD 2개 등 총 4개 저장 장치와 노트북을 압수해 확인된 것"이라며 "용의자가 무단으로 서명키를 가지고 토큰 생성을 통해 3300만 개 계정의 정보를 확인했다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배 총리는 "쿠팡은 현재 명백한 피조사기관이며, 조사에 협조하는 것이 최우선임에도 민관합동조사단의 자료 요청에 대응하지 않아 정작 중요한 정보는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유출 규모와 보상 방안을 선제 발표한 점에 대해선 "사실 확인보다 여론 대응을 먼저 한 것으로 이는 굉장히 의도적으로 보인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겸 부총리가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0회국회(임시회) 쿠팡 침해사고 및 개인정보 유출, 불공정 거래, 노동환경 실태 파악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연석 청문회에 출석해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2025.12.31/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무엇보다 쿠팡 사태가 한국 정부와의 갈등 양상을 보이면서 장기화 가능성이 제기된다.
쿠팡은 셀프 발표에 나선 배경에 대해 "정부가 하드디스크 드라이브, 노트북, 세 건의 진술서를 경찰에 제출하도록 허가했으며, 수사 과정의 기밀을 유지하고 세부 조사 사항에 대해 공개하지 말라는 정부의 지시를 철저히 준수했다"고 말했다. '수사 과정 기밀 유지 요청'을 스스로 밝힌 셈이다.
이번 청문회에선 '정부 지시'를 주장하면서 지시 주체에 대해 국정원을 특정했다. 이에 국정원은 "국가기관의 신뢰를 저하시키는 중대한 사안임을 쿠팡에 엄중 경고하며 고발권을 갖고 있는 국회 쿠팡 청문회가 쿠팡 대표를 '국회증언감정법' 제14조 제1항에 따른 위증죄로 고발해 주실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전방위 수사 압박과 조사도 확대된다. 과기부는 쿠팡의 보안 문제점을, 개인정보위는 개인정보 유출 규모, 금융위는 부정결제와 고금리 대출 관행, 공정위는 쿠팡 시장지배적사업자 판단과 영업정지, 단체소송제 등 초강수를 예고하고 있으며 국세청은 탈루 혐의 관련 세무조사에 칼을 빼 들었다.
노동자 과로사 축소 의혹 등 노동계 이슈를 포함해 시민단체는 '쿠팡방지3법'을 촉구하고 나섰으며 고용부는 쿠팡의 노동 실태 조사를 정조준하고 있다.
국회 역시 해롤드 로저스 대표 등에 대한 위증죄 고발과 국정조사 돌입 등 추가 대응도 예고한 상태다. 더불어민주당은 31일 국회 의안과에 쿠팡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했다.
이번 국정조사 요구서는 개인정보유출(과방위), 불공정거래(정무위), 택배사업자등록(국토위), 과로사 노동자 사건 축소 의혹(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 세무조사(기재위) 등 전방위적인 이슈를 다룰 예정이다.
김범석 의장에 대한 동행명령이나 입국 금지를 비롯해 로저스 대표에 대한 출국 금지까지 사태 수습에 난항이 예상된다.
과기부와 개보위, 공정위 등 관계 부처는 청문회 후속 조치로 쿠팡의 자료보전명령 위반을 경찰에 수사 의뢰하고, 개인정보 침해 사고전면 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경찰청은 압수물 분석과 증거인멸·조작 여부 확인, 국제 공조를 통한 피의자 검거 등 강제 수사에 착수한다.
배경훈 부총리는 "쿠팡에서 주장하고 있는 용의자의 진술에 대해 정부는 신뢰하지 않는다. 조사 결과 도출 모든 과정에 대해서도 신뢰하지 않는다"면서 "쿠팡이 정부와 협조하에 진행 중이던 프로세스를 무시하고 단독적인 행위를 한 것에 대해서 심히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모든 과정, 용의자, 배후, 삭제됐다는 데이터까지 모두 낱낱이 조사해서 사실관계를 밝힐 예정이며 이를 통해 후속 조치를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면서 "범정부가 하나의 팀으로 움직여 단 하나의 의혹도 남기지 않고 국민이 안심할 수 있도록 끝까지 철저히 대응하고 투명하게 공개할 것이며 국민의 안전과 노동자의 생명, 공정한 시장 질서를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어떠한 타협도 없다"고 강조했다.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0회국회(임시회) 쿠팡 침해사고 및 개인정보 유출, 불공정 거래, 노동환경 실태 파악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연석 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가 이어지고 있다. 2025.12.31/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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