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수지 흑자에도 환율 불안…외환시장 아직 ‘시험대’

경제

이데일리,

2026년 1월 12일, 오후 06:44

[이데일리 이정윤 기자] 지난해 11월 경상수지 흑자폭 확대와 대외 투자 증가폭 감소에도 외환수급의 구조적 불균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잦아들지 않고 있다. 자본 이동 규모 자체가 크고 대내외 상황에 따른 쏠림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사진=연합뉴스
◇경상수지는 개선…금융계정 변동성은 여전

1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경상수지 흑자는 122억 4000만달러로 전월(68억1000만달러)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내·외국인의 증권투자를 통한 외환 순유출 규모는 65억 2000만달러로 전월(120억 8000만달러)보다 크게 줄었다. 경상수지를 통한 외화 유입이 자본 유출을 웃돌면서 외환수급 여건은 개선된 흐름이다.

문제는 금융계정이다. 11월 증권자금 순유출 규모는 축소됐지만, 자본 이동 자체는 여전히 크다. 내국인의 해외투자는 둔화됐음에도 125억달러 이상 순유출을 기록했고, 외국인 자금은 주식에서 빠져나가고 채권으로 유입되는 엇갈린 흐름을 보였다. 외국인은 11월 국내 주식을 90억달러 이상 순매도한 반면, 채권에는 150억달러에 가까운 순투자를 단행했다.

실제로 최근 글로벌 달러화가 약세를 지속하고 있음에도 환율은 달러 매수와 해외주식 환전 수요 등 수급 요인에 따라 쉽게 눌리지 않는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도 환율은 10.85원 급등한 1468.4원에 마감했다.

외환수급이 개선되는 모습이지만, 시장에서는 이를 안정보다는 자본 흐름이 재편되는 국면으로 해석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다시 반등할 경우 한국 개인투자자의 해외 주식투자가 재개될 가능성이 여전히 크기 때문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나스닥 종합지수가 전 고점을 다시 넘길 경우 한국 개인투자자들이 미국 기술주 상승 기대를 안고 해외 투자에 나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경상수지 흑자가 유지되더라도 자본 유출 압력이 재차 커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외국인의 국내투자 역시 마냥 낙관적이지는 않다. 국내 반도체 업황 호조에 대한 기대는 이어지고 있지만, 단기간 급등한 주가에 대한 밸류에이션 부담이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실제 골드만삭스는 반도체 업종을 중심으로 코스피의 추가 상승 가능성을 점치는 반면, UBS와 소시에테제네랄(SocGen)은 실적이 신흥국 평균을 밑도는 상황에서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빠르게 높아진 점을 들어 ‘투자 중립’ 의견을 제시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채권 자금이 변수다. BNP파리바는 “한국 국채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에 따라 2026년 4월부터 11월 사이 약 500억~600억달러 규모의 자금이 환헤지 없이 유입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이는 아직 시간이 필요한 요인으로, 단기 외환시장 안정성을 보장하는 재료로 보기에는 이르다는 평가다.

◇반도체가 만든 흑자…원화 강세로 이어질지는 ‘물음표’

해외 투자은행(IB)들은 경상수지 흑자 자체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AI 투자 확대에 따른 반도체 수출 호조로 내년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 전망치는 지속적으로 상향 조정되고 있다.

다만, 비(非)반도체 수출에 대해서는 구조적인 수요 부족과 공급 과잉 문제로 개선 폭이 제한될 것이라는 지적도 병존한다. HSBC는 “반도체 의존도가 높은 한국 수출 구조가 AI 투자 둔화나 미국 관세 등 대외 변수에 취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호정 유안타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경상수지 흑자는 특정 IT 품목에 편중돼 있어, 비IT 부문의 관세 리스크나 내수부진과 맞물려 원화 전반의 강세를 이끄는 ‘낙수효과’는 제한적”이라며 “2026년 원화는 경상수지 흑자라는 든든한 배경에도 불구하고 자본 흐름의 변화없이는 극단적 약세가 해소되는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올해 환율은 1400~1470원 범위 내에서 1400원대의 균형점으로 안착이 예상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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