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이데일리 취재에 따르면 하남시 감일동 주민들은 새해에 청와대에 이같은 민원을 제기하고 이 대통령에게 △동서울변전소 500kV 증설 사업 전면 재검토 △대통령 직속 또는 독립적 검증기구 구성해 입지·안전·대안 종합 검토 △주민 참여형 공론화 절차 재설계 △수도권 전력망 중장기 구조 개선 로드맵 마련 등을 요청했다.
어린아이의 손을 잡고 한 엄마가 지난달 22일 감일동 거리를 걸어가고 있다. 감일동은 영유아, 청소년, 다자녀, 신혼부부 등이 주로 사는 4만명(1만4000가구) 주거밀집지역이다. (사진=최훈길 기자)
최대 쟁점 사안인 ‘500kV 변환소’는 총길이 280km 동해안~수도권 HVDC 송전선로의 2단계 종착지다. 경기도 하남시 감일동 동서울변전소의 변환소 신설과 관련한 동서울·수도권 송전선로는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고속도로’ 국정과제 순위에서 가장 이른 ‘0단계’로 표시돼 있다. 엔비디아 젠슨 황 CEO의 그래픽처리장치(GPU) 26만대 우선 공급 약속, 인공지능(AI) 시대 수도권 전력 수요 증가와 맞물려 전력망 신설이 시급하다는 이유에서다.
한전은 당초 2026년까지 변환소 증설을 종료하기로 했으나 공사가 지연되면서 완공 시기를 2027년 12월로 수정했다. 변환소는 직류로 오는 전기를 교류로 변환하는 곳이다. 에너지 고속도로를 타고 오는 전기가 통과하는 톨게이트 같은 곳으로 중요 전력 시설이다. 밀양 송전탑 시위 이후로 765kV 전력망 건설 계획은 백지화 됐다. 500kV 설치 계획이 현재 가장 높은 전압 수준이다.(자료=한전)
변환소 신설 예정 부지(사진 오른쪽)와 제일 가까운 아파트 단지(한라비발디 2차) 간 이격거리가 직선거리로 150m에 불과했다. (사진=최훈길 기자)
전력망 특별법에 따르면 앞으로는 전력망 구축을 위해 지자체로부터 받아야 하는 인허가는 지자체가 60일 내 허가 여부를 회신하지 않으면 허가한 것으로 간주된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지정고시대로 추진될 경우 60일 이후인 새해 초에 동서울변전소 증설이 강행될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참조 이데일리 11월9일자 <“아이들은 ‘전력망 마루타’ 아닙니다”…추미애 하남 무슨 일?>)
관련해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두차례 주민들과 만나 간담회를 열고 의견을 수렴했다. 김 장관은 지난달 1일 출입기자간담회에서 “향후 절차도 전력망 특별법에 따라 진행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어 김 장관은 지난달 13일 주민들과 만나 “오늘 논의 과정에서 ‘(신설하려는) 변환소와 (기존) 변전소(345kV)가 꼭 붙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닐 수도 있구나’를 새로 확인했다”며 “우리가 찾을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보고 곧바로 연락 드리겠다”고 말했다.(참조 이데일리 12월13일자 <‘에너지 고속도로’ 하남 변환소 입지 재검토?…김성환 장관 “팔당 대안 검토”>)
당시 김 장관은 “팔당 (부지) 등 다른 대안이 가능할까”라며 “확인해보겠다”면서 3차 간담회를 예고했다. 경기도지사 선거에 도전하는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하남갑)도 “지금도 충분히 대안을 찾을 수 있기 때문에 소통하면서 증설 반대 논의를 이어갈 것”이라며 대체 부지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과 경기도지사 선거에 도전하는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이데일리DB)
주민들은 “문제의 핵심은 기술적 안전 논쟁이 아니라 국가가 헌법이 부여한 국민 보호 의무를 행정 편의보다 우선시하고 있는가”라며 “주민의 동의 없는 일방적 고시는 사업의 정당성을 스스로 훼손할 뿐 아니라 국가·전력 공기업에 대한 신뢰마저 붕괴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우려했다.
주민들은 “특혜를 요구하지 않았고 기존 변전소를 이전하라고 하는 것도 아니었다”며 “기존 변전소 소음 문제로 인해 옥내화만 해달라 간절히 청했지만 돌아온 건 국내 최초·국내 최대 전력시설로 아이들의 안전이 위협받는 것”이라고 전했다.
주민들은 “국가의 미래가 전력에만 있지 않다. 아이들이 미래”라며 “전력망은 국가의 필수 인프라이지만 국민의 생명과 안전 위에 세워질 수는 없다”고 호소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