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어찌될지 몰라’… 車·가전제품 구매 미뤘다

경제

이데일리,

2026년 1월 15일, 오전 06:35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민간소비 회복세가 체감되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경기 온도계’로도 불리는 내구재 소비가 각종 호재에도 크게 반등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구재는 자동차, 전자제품, 가구와 같이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싸고 한번 사면 몇 년씩(1년 이상) 쓰는 물품이다, 소득이 나쁘거나 불확실성이 높을 때는 필수재보다 내구재 교체를 미루기 때문에 경기·심리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LG전자가 지난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2026 CES에서 공개한 시그니처 라인. (사진= LG전자)
14일 국가데이터처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0월과 11월 내구재 판매는 전월대비(계절조정) 각각 4.9%, 0.9% 감소했다. 내구재 판매는 제조사나 유통업체에서 얼마나 팔았는지를 기준으로 집계되는 수치로, 내구재 소비와 일치하지는 않지만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최근 내구재 소비에 영향을 주는 소비자심리, 혼인건수, 민간소비 등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내구재 판매는 오히려 줄어들었다.

내구재 소비의 경우 가장 최신 자료는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해 3분기 국내총생산(GDP)이다. 작년 7~9월 민간소비가 전월보다 1.3% 증가하는 동안 내구재 소비는 1.9% 늘었다. 민간소비 전체 증가율을 웃돌았으나 이 역시 내구재 교체 연한이나 추가경정예산(추경) 투입 효과 등을 고려하면 회복세가 약하다는 평가다.

앞서 이동원 한국은행 경제통계2국장은 작년 2분기 성장률 속보치 발표 당시 “코로나 이후 가전제품을 교체하면서 내구재 소비가 큰 폭으로 늘어났었다”며 “(이후) 5년이 지났으니 내구재 교체 시기가 다가오는 점은 (민간소비 회복에) 긍정적”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통상 내구재 신규 수요를 늘리는 요소인 혼인건수도 최근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다. 혼인건수는 지난해 9월 1만 8462건으로 전년동월대비 20.1% 증가하며 역대 최대폭으로 증가했다. 7월에는 20만 394건으로 8.4%, 8월에는 1만 9499건으로 11% 각각 늘었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소폭 등락은 있으나 지난해 5월에 대선을 앞두고 장기평균인 100을 웃돈 이후 양호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작년 11월에는 112.4로 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래픽= 김일환 기자)
정부가 내수 회복을 집행한 추경 역시 내구재 소비 증가에 기여하는 부분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추경 사업 중 ‘으뜸효율 가전제품 환급사업’과 전기차 보조금 혜택은 내구재 소비를 늘릴 수 있는 직접적인 지원정책이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 전체적인 경제 여건을 봤을 때 내구재 소비 반등세가 생각보다 약하다”며 “예전에 비해 구독 서비스(렌탈) 이용과 빌트인 가전·가구의 비중이 늘어나는 측면도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 에어컨의 경우도 시스템 에어컨은 가전이 아닌 건물로 본다”고 설명했다.

소비 행태 변화 외에 향후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다는 점이 내구재 소비를 제약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내구재는 금액도 크고 필수재와 달리 당장 꼭 필요한 소비가 아니다 보니 현재 경기는 물론 향후 경기에 대한 전망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지금 대출금리나 물가도 높고 환율도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당장 소비 여력이나 미래 전망 모두 긍정적이지 않다”고 진단했다.

연방준비제도(Fed)와 유럽중앙은행(ECB) 등 여러 중앙은행에서도 내구재 소비는 비내구재·서비스보다 경기에 따른 변동성이 훨씬 크고, 국내총생산(GDP) 성장률과의 상관도도 더 높아 ‘경기 순응적이면서 더 출렁이는 항목’으로 분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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