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CES서 뒷자리로 밀려난 신제품…이젠 '플랫폼' 전쟁터

경제

뉴스1,

2026년 1월 15일, 오전 06:30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5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퐁텐블로 호텔에서 열린 엔비디아 CES 2026 라이브에서 기조연설 도중 알파마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6.1.6/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현대자동차가 휴머노이드 로봇을 전면에 내세운 장면은 올해 CES의 성격을 단번에 설명해 주는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가전과 자동차, 로봇이라는 익숙한 산업 구분은 더 이상 무의미했다. 2026년의 혁신은 이렇게 경계를 허무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하지만 올해 CES를 단순히 '산업 간 융합의 현장'으로만 설명하는 것은 핵심을 놓친 해석이다. 산업 경계가 무너진 것은 결과이고, 그 밑바탕에는 산업이 경쟁하는 방식 자체가 변한 현실이 있었다.

CES 2026은 신제품을 나열하는 전시회라기보다 산업 구조 변화의 방향을 보여주는 무대에 가까웠다. 전시장 곳곳에서는 과거와 달리 제품 성능 비교보다 플랫폼·생태계 경쟁의 무대가 펼쳐졌다. 예컨대 현대자동차 부스에서는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가 단순 전시 대상이 아니라 AI 로보틱스 비전의 중심으로 소개됐다.

또 다른 대표 사례는 엔비디아였다. 엔비디아는 CES 2026에서 새로운 AI 자율주행 모델 '알파마요'를 발표하며 자율주행차와 로봇이 보다 복잡한 실제 상황을 스스로 판단하고 대응할 수 있는 기술을 선보였다. 이는 단순 반도체 성능 경쟁을 넘어, AI 플랫폼이 기계의 '사고 능력'까지 재정의하는 경쟁 단위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LG전자도 전시관에서 소비자용 로봇 제품을 선보였다. 옷 개기나 집 안 정리 같은 일상 작업을 수행하는 'LG 클로이드' 시연 부스는 기술적 완성도를 넘어 가전과 로봇의 기능적 경계가 사라진 풍경을 보여줬다.

이처럼 CES 현장에서 공통으로 전시된 혁신은 특정 산업의 신제품이 아니라, AI·OS·서비스가 결합한 생태계였다. 전시장에서는 무엇을 '만들었느냐'보다, 무엇을 '어떤 기반 위에서 구현했느냐'가 더 중요한 질문으로 오갔다. TV와 냉장고는 더 이상 단독 제품으로 존재하지 않았다. 이들은 AI/소프트웨어를 통해 사용자와 다른 기기들을 연결하는 플랫폼 단위로 재정의됐다.

로봇·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에이전트 OS가 동시에 조명을 받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기술들은 각자의 산업을 대표하는 '사업 아이템'이 아니라, AI 기반 플랫폼 구조를 강화하는 핵심 축으로 부상했다. 로봇은 물리 세계에서 AI를 구동하는 장치로, SDV는 이동 수단을 소프트웨어 플랫폼으로 바꾸는 장치로, 에이전트 OS는 이런 물리·가상 단말들을 하나의 사용자 경험으로 묶는 연결 고리로 설명됐다.

이러한 변화는 기업 전략에도 즉각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기존 산업 분류에 기대어 사업을 확장하는 방식은 설 자리를 잃고 있다. 기업들은 투자, 조직, 기술 로드맵 자체를 플랫폼 중심으로 재편하고 있다. 잘하던 제품을 조금 더 개선하는 전략보다, AI·OS·서비스를 하나의 구조로 통합하는 것이 더 중요한 과제가 됐다.

CES 2026이 던진 메시지는 분명하다. 기술 혁신의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산업 구조가 어디로 이동하고 있는가다. 이번 전시회는 그 방향을 비교적 선명하게 드러냈다. 경쟁은 단일 제품이 아니라 OS와 AI 모델, 사용자 경험을 아우르는 생태계 단위에서 벌어지고 있다.

가전이 사라진 것이 아니다. 자동차가 변신한 것도 아니다. 산업을 나누던 기존의 기준이 해체되고, AI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플랫폼 질서가 자리 잡고 있다. CES는 이제 신기술의 쇼룸이 아니라, 그 질서 변화를 가장 먼저 확인하는 현장이 됐다.

kh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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