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그룹도 “디지털 기반 금융으로 다시 한 번 혁신해야 할 때”임을 천명한 박현주 회장의 의지에 발맞춰 미래에셋그룹은 전통금융과 가상자산을 엄격하게 구분하고 있는 이른바 ‘금가분리’ 하에서도 증권업계 최초로 코인거래소 인수를 추진하는 것은 물론이고 독자적인 글로벌 디지털 월렛(전자지갑)을 개발 중이다.
“디지털금융 패러다임이 재편되는 지금 참여자에 머물러선 안 되며 일하는 방식과 전략의 대전환이 필요하다”며 은행의 위기와 그 돌파구로서의 디지털 전환을 외친 함영주 회장이 이끄는 하나금융도 다각적인 원화 스테이블코인 컨소시엄 구축과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통한 송금과 결제 인프라 확충에 앞장서고 있다.
이처럼 은행권은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커스터디(수탁업무)를 주력 사업으로 삼아 결제 혁신을 주도하고 있고, 증권사들은 ‘한국판 로빈후드’를 꿈꾸며 토큰증권발행(STO)과 실물기반 토큰화자산(RWA)으로의 영토 확장을 노리고 있다. 카드사들은 자체 태스크포스를 가동하면서 스테이블코인을 기반으로 한 일상 결제망을 구축하고자 한다. 그뿐 아니라 네이버와 카카오, 삼성금융그룹 등은 디지털 플랫폼 패권을 놓고 경쟁에 뛰어 들고 있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종전에 가상자산 투자에 대한 커스터디 사업에 주력하던 은행들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선점을 위해 바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디지털자산기본법 입법 과정에서 은행들이 컨소시엄 내 지분을 50%+1주 이상 보유하도록 하는 정부 방침이 수용될 것이 확실시되자 은행의 주도권이 중요해진 탓이다. 특히 원화 스테이블코인 법제화 이후에도 부실화를 우려한 금융당국이 초기에 2~3곳 정도의 컨소시엄에만 발행 인가를 내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경쟁력 있는 파트너를 확보해 컨소시엄을 미리 구성하는 일이 더 시급해졌다.
가장 주목할 곳은 하나금융과 신한금융이다. 그간 디지털 전략에 가장 적극적이면서 서로 우호적 관계를 유지했던 함영주 회장과 진옥동 회장이 의기 투합하면서 삼성그룹을 동맹군으로 끌어 들이는 것을 검토하고 있고, 한가족이 되는 네이버와 두나무, 최고 이동통신사업자 SK텔레콤까지 컨소시엄 내에 받아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하나금융은 이에 앞서 BNK금융, iM금융, SC제일은행, OK저축은행과도 손을 잡았던 만큼 컨소시엄 구성이 더 커질 여지도 있다.
또한 KB금융이 그동안 협력 관계를 맺어왔던 신세계·이마트, 토스를 비롯해 삼성카드와도 컨소시엄을 꾸리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그 외에도 상대적으로 후발주자인 우리금융과 NH금융도 컨소시엄 멤버를 적극 물색하고 있다. 아직까지 동맹을 확정 짓지 못한 롯데와 쿠팡, 카카오 등이 어느 진영에 합류하느냐에 따라 판도가 달라질 수도 있다.
다른 한축에선 줄어드는 예금 대신에 기관투자가 자금을 끌어 모을 수 있는 커스터디사업도 은행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분야다. 기관 가상자산 투자나 스테이블코인 준비자산, 향후 허용될 가능성이 높은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순자산 등 모두가 커스터디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향후 은행들이 가상자산사업자(VASP) 라이선스를 받을 수 있게 되면 해당 사업을 통해 자산 풀을 확보할 수 있다.
KB국민은행이 이미 2020년 해시드, 해치랩스와 함께 한국디지털에셋(KODA)을 세워 시장에 진입한 이후 우리은행이 비댁스(BDACs)에 지분투자를 했고, 작년 하나은행도 글로벌 1위 커스터디업체 미국 비트고와 합작으로 비트고코리아를 설립했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각종 자산과 금융상품에 독점적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증권사들은 STO와 RWA 등 자산을 온체인화하는 사업에 눈독을 들이면서도 이들 디지털자산을 거래할 수 있는 원화 또는 달러화 스테이블코인 사업자들과도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미국에서 주식과 토큰 거래를 총망라한 앱을 운영하고 있는 로빈후드를 모델로 삼아 “종전 전통적인 자산은 물론이고 실물자산을 토큰화한 거래라는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큰그림을 그리는 미래에셋은 금가분리 규제를 회피해 미래에셋컨설팅을 통해 1400억원을 국내 코인거래소 코빗 인수에 쏟아부으려 한다.
최근 국내 2위 코인거래소 빗썸과 업무협약을 체결한 한국투자증권은 빗썸의 블록체인 거래기술과 한투증권의 글로벌자산관리 역량을 결합해 고액 자산가의 포트폴리오에 디지털자산을 자엽스럽게 통합하는 방식을 계획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자기자본 규모에서 밀려 기존 증권사 경쟁에서 톱티어로 성장하는데 한계를 느껴온 한화투자증권과 교보증권도 오너들의 강력한 지지를 등에 업고 디지털자산 강자로의 도약을 노리고 있다. 두 증권사 모두 글로벌 사업자들과의 사업협력, 지분투자 등을 레버리지를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RWA와 STO를 거래하기 위한 결제 수단으로서 스테이블코인에도 주목하고 있는 증권사들은 신한투자증권이 솔라나와 서클, 미래에셋증권과 교보증권이 리플과 각각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또 스테이블코인 발행 시 쌓아야 하는 준비자산 운용을 위해 미래에셋과 삼성, 신한투자증권 등이 법인전용 토큰 머니마켓펀드(MMF) 실증사업을 마친 상태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카드업계에선 BC카드가 일찌감치 미국 코인베이스와 함께 달러 스테이블코인인 USDC 국내 결제 도입을 위한 협약을 맺고 결제 및 정산기술 특허를 출원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여신금융협회 주관으로 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하나·우리·BC카드와 NH농협카드 등 9개 카드사들이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에 수반되는 기술과 법, 제도적 측면을 다각도로 모색해왔고, 개별 카드사별로도 TF를 꾸려 상표권 확보 등에 나서고 있다.
아울러 네이버-네이버파이낸셜-두나무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를 통해 한국형 페이팔-코인베이스 모델을 추진할 것으로 보이는 네이버-두나무 연합이나 생명과 증권, 카드 등이 결합해 두나무 지분 인수를 검토하는 한편 통합 플랫폼인 ‘모니모’에 스테이블코인과 가상자산 서비스를 접목하겠다는 삼성금융그룹도 플랫폼 강자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