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자 없다"며 공정위 무시 '쿠팡 비협조'에 조사 늘어져

경제

이데일리,

2026년 2월 06일, 오전 05:27

[세종=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30명의 조사 인력을 투입하며 대대적이고 이례적으로 진행된 공정거래위원회의 쿠팡 현장조사가 마무리됐지만, 조사 과정은 순탄치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쿠팡 측의 비협조로 김범석 쿠팡 Inc 의장의 동일인(총수) 지정과 관련한 자료 확보에 난항을 겪으면서 해당 조사만 일주일이 더 연장됐고, 공정위도 김 의장의 동생인 김유석 씨의 경영 관여 여부 등 혐의점 입증을 위한 증거 확보에 공을 들인 것으로 전해진다.

김범석 쿠팡 Inc 이사회 의장.(사진=연합뉴스)
◇“드문 케이스”…‘적극 협조하라’ 삼성과 대조

5일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공정위는 지난달 30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에 대한 현장조사를 마무리하고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법 위반 여부 확인에 나섰다. 이번 조사는 1월 13일 시작해 약 3주가량 걸렸으며, 공정위 기업집단감시국·시장감시국·기업거래결합심사국 등 3개국에서 30여 명의 조사관이 투입됐다. 국별로 김 의장의 동일인 지정 여부부터 내부거래·사익편취 여부, 불공정행위 여부 등을 중점적으로 들여다봤다.

조사 기간이 늘어진 것은 기업집단감시국만 1월 26일부터 30일까지 한 주간 더 현장 조사를 연장하면서다. 동일인 지정의 핵심 쟁점인 김범석 창업자의 친동생 김유석 부사장의 실질적 경영 참여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조직도 등 기초자료마저 제출이 지연되거나 “회사 내 대응 실무자가 없다”는 이유로 조사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조사관들 사이에선 “대기업집단 조사에서 이 정도로 협조가 안 되는 사례는 드물다”는 반응까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시기 공정위의 현장조사를 받으며 적극적으로 협조한 삼성SDI 사례와 극명하게 대비되며 논란이 커지는 모습이다.

쿠팡 현장조사가 한창인 지난 1월 19일, 공정위 기업거래결합심사국(기술유용조사과)은 경기도 삼성SDI 기흥사업장을 불시에 찾아 기술 무단 유용 여부와 2차전지 산업 구조조정 국면에서의 하도급 피해 가능성을 점검하기 위해 일주일간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개시 직후 삼성SDI 측은 전 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조사에 적극 협조해달라’는 공지를 전달하는 등 회사 차원의 대응 체계를 즉각 가동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조사거부나 방해에 나서면 가중 처벌될 수 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공정위에서 현장 조사가 들어오면 업계는 적극적으로 협조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포렌식 분석에 착수…동일인 지정 여부 촉각

공정위의 현장조사를 거부하거나 방해할 경우, 검찰 고발이나 과징금 가중 부과의 사유가 될 수 있다. 공정위의 과징금부과 세부기준 등에 관한 고시에 따르면, 위반 사업자 또는 그 소속 임원·종업원이 조사에 대해 거부·방해 또는 기피한 경우 과징금을 가중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같은 판단은 2020년 대법원 판결에서도 확인됐다. 시멘트 담합 사건에서 피심인(조사 기업)들은 조사방해를 이유로 과징금이 불어나자 이에 불복하며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대법원은 과징금 부과 여부와 액수 결정은 공정위의 정당한 재량권 범위에 속한다고 판단하며 공정위의 손을 들어줬다.

다만 공정위 기업집단감시국은 이번 조사에서 자료 불제출이나 조사 비협조와 관련해 경고 및 제재 여부는 판단하지 않고, 동일인 지정 여부만을 우선 결론 낼 방침인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기업집단감시국은 현장에서 확보한 이메일이나 메신저, 문서 파일 자료를 토대로 디지털 포렌식 분석에 착수한 상태다. 김유석 부사장의 경영 관여 여부를 ‘디지털 흔적’을 통해 판단하겠단 것이다. 공정위는 이르면 이달 중 김 의장의 동일인 지정 여부를 주병기 위원장에게 내부 보고할 전망이다.

김범석 의장이 동일인으로 지정될 경우, 김 의장은 공정거래법상 계열사 현황·내부거래·사익편취 규제의 직접적인 책임 주체가 된다. 특히 친족이 관여한 계열사 거래나 내부 의사결정 구조에 대해 공정위의 감시가 한층 강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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