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유연해지면…싱가포르 가던 글로벌 기업 韓 온다

경제

이데일리,

2026년 2월 11일, 오전 05:11

[이데일리 김정남 송재민 기자] “한국이 싱가포르에 뒤질 이유가 없습니다. 지금이 상당히 좋은 기회라고 봅니다.”

제임스 김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회장이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암참 본사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영훈 기자)
제임스 김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회장은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암참 사무실에서 이데일리와 특별인터뷰를 통해 “현재 한국에 있는 글로벌 기업들의 아시아태평양(APAC) 본부는 100개가 채 되지 않는데, 이를 1000개까지 늘릴 수 있다는 점을 최근 이재명 대통령과 만나 공유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암참에 따르면 싱가포르에 아태 본부를 두고 있는 글로벌 기업은 5000개가 넘는다. 홍콩과 상하이는 각각 1400여개, 900여개 정도다. 한국보다 수십배 더 많다. 특히 글로벌 기업들은 청년들이 선호하는 ‘질 좋은’ 일자리가 많다는 점에서, 이들을 유치하는 것은 한국 경제 전반에 있어 꼭 필요한 과제로 꼽힌다.

김 회장을 비롯한 7개 주한 외국상의 대표들은 지난달 28일 청와대에서 이 대통령과 직접 만났다. 김 회장은 “미국 회사가 어느 곳에 투자할지를 두고 싱가포르와 경쟁해야 한다고 얘기했고, 이 대통령도 이를 긍정적으로 봤다”며 “청와대 차원에서 규제합리화위원회를 만들고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는 “리더의 방향성이 분명하다면 한국 경제에 새로운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글로벌 기업들은 그동안 왜 한국을 외면했을까. 노동·산업 관련 규제가 자주 바뀌다 보니 예측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게 첫손에 꼽힌다. 약 한 달 앞으로 다가온 노란봉투법이 대표적이다. 이는 사용자 범위와 노동쟁의 대상을 확대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로 인해 외국계 기업들 사이에서는 파업 리스크가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김 회장은 “기차는 이미 떠났다”며 “다만 시행 이후 사고가 계속 발생한다면 유연하게 보완 입법이 필요하다. (기업들 사이에서는) 허용되는 쟁의행위의 범위에 대해 여전히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고 했다.

김 회장은 청와대와 노동유연성 제고에 대한 의견도 공유했다고 전했다. 실제 이 대통령은 10일 국무회의를 통해 고용 경직성·유연성 문제를 사회적 대화로 풀어야 한다는 화두를 던졌다. ‘지키려는 태도’가 신규 채용 위축과 일자리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문제의식을 드러낸 것이다.

김 회장은 “결국 워싱턴의 논의는 한 가지 질문으로 이어진다”며 “한국이 규제 정합성과 시장 개방성을 통해 경쟁력을 어떻게 더 강화하고,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지속적으로 매력적인 시장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지에 대한 것”이라고 했다. 노동, 세제 등을 중심으로 합리적으로 규제 정비에 나서야 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그는 또 최근 다소 난항을 겪고 있는 한미 관세 협상에 대해서는 “미국은 한국을 매우 중요한 파트너로 여기고 있고, 한국 기업들은 미국을 필수 전진기지로 보고 있다”며 “시간이 좀 걸릴 수 있지만 잘 풀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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