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김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회장이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암참 본사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영훈 기자)
다만 제임스 김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회장은 낙관론을 폈다. 한미 상호간 전략적 중요성, 한국 경제에 대한 높아진 주목도 등을 고려하면 ‘윈윈’으로 결론 날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한국 기업들을 향해서는 ‘보다 깊은 현지화’(deep localization) 전략을 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계 미국인인 김 회장은 오버추어코리아, 한국마이크로소프트, 한국GM 등의 대표이사를 지낸 경험이 있어 한미 경제 사정에 모두 밝다. 그가 진단하는 한국 경제의 현주소는 어떨까. 이데일리는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암참 사무실에서 김 회장과 만났다.
◇“기업들, 깊은 미국 현지화 전략 필요”
-한미 관세 협상이 최대 화두 중 하나다. 어떻게 전망하는가.
△시간이 좀 걸릴 수 있지만 잘 풀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미국은 한국을 매우 중요한 파트너로 여기고 있다. 한국 기업들 역시 미국 시장을 필수적인 전진기지로 보고 있다. 양국 정부와 기업이 이 문제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만큼 결국 해법을 찾을 것이다.
-한국 경제에 대한 해외의 주목도가 점점 커지고 있는데.
△그렇다. 암참은 비공식적으로 한 달에 한 번 외국 기업들과 미팅을 하는데, 올해 한국 경제를 어떻게 보는지 물어보면 거의 다 잘 될 것이라고 답한다. 호텔에 사람들이 붐비는 것을 보라. 비행기도 거의 만석이다. 반도체 회사들도 한국에 투자를 많이 하고 있다. 코스피 지수는 이미 5000선을 넘지 않았는가. 최근 미국 프로야구 팀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구단 사장 등이 한국을 방문해서 직접 만났는데, 한국에 대해 이전보다 훨씬 관심이 커져서 놀랐다. K뷰티, K팝, K드라마 등 한국 브랜드가 일본 등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도 더 주목 받고 있다.
-한국 기업들의 미국 투자는 올해 사상 최대가 될 것 같다.
△그렇다. 반도체, 배터리, 에너지, 조선업 등 핵심 산업들의 대형 프로젝트들이 이어지면서 투자 규모가 수십억 달러 단위로 커졌다. 지난 10여년 동안 한국 기업들의 미국 내 자산과 생산 기반은 몇 배 이상 확대됐다. 삼성, 현대차 등은 미국에서 이미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한국은 이미 확고한 미국의 외국인 투자국 가운데 하나다.
-미국 투자를 늘리는 한국 기업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워싱턴 활동을 단순한 로비 차원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일자리 창출, 지역사회 기여처럼 실질적인 성과를 통해 신뢰를 쌓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워싱턴뿐 아니라 주정부, 지방정부 차원의 네트워크 강화도 중요하다. 이들 차원의 정책 결정 역시 경영 환경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앞으로 미국에서 성공하려면 단순히 제품을 수출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현지 인재 확보, 연구개발 투자, 지역사회 참여 등 보다 깊은 현지화 전략이 필요하다.
제임스 김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회장이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암참 본사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영훈 기자)
-최근 이재명 대통령과 외국 기업인들의 회동에서는 어떤 얘기가 오갔나.
△이 대통령은 외국 기업들을 매우 환영하고, 한국 기업들과 똑같이 대할 것이라고 했다. 서울에서 조금 먼 지방에 투자하면 인센티브가 더 많을 것이라는 언급도 있었다. 청년 일자리에 대한 얘기도 있었다. 그쪽으로 드라이브를 많이 거는 분위기였다.
-글로벌 기업들의 아시아태평양(APAC) 본부 유치를 꾸준히 주장해 왔는데.
△싱가포르에는 글로벌 기업의 아태 본부가 5000개가 넘는데, 우리는 100개도 안 된다. 중장기적으로 1000개로 늘려야 한다. 이 대통령도 이를 긍정적으로 본다. 지금이 상당히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사실 한국이 싱가포르에 밀릴 이유가 없다. 싱가포르가 다른 아시아 국가들보다 지역적인 접근성은 좋지만, 한국도 나쁘지 않다.
-그렇다면 글로벌 기업들은 왜 한국을 외면해 왔는가.
△한국이 정책 측면에서 변동성이 크기 때문이다. 글로벌 기업들은 한국이 뛰어난 인프라와 인재, 혁신 역량을 갖춘 시장이라는 점을 높이 평가한다. 다만 노란봉투법을 포함해 최근 노동·산업 관련 제도 변화가 잦은 만큼 규제 체계의 복잡성과 정책 방향의 예측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게 현실이다.
-당장 노란봉투법 시행이 한달 앞으로 다가왔다.
△기차는 이미 떠났다고 본다. 시행 이후 관련 이슈들이 나오면 어떻게 풀 것이냐의 문제로 넘어갔다. 그런 측면에서 노란봉투법으로 인해 어떤 사고가 계속 발생한다면 보완 입법이 필요하다고 본다. (기업들 사이에서는) 허용되는 쟁의행위의 범위에 대해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이는 현장에서 운영 차질, 컴플라이언스 리스크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고용노동부와는 이미 핫라인을 만들었다. 정부도 노란봉투법 때문에 (글로벌 기업들의 한국 투자가 줄어드는 식으로) 나라가 잘 안 되길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글로벌 기업들은 또 어떤 규제에 대한 개선을 원하는가.
△중대재해처벌법도 신경을 많이 쓴다. 한국에서는 관련 사고(산업 재해)가 많아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안 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그만큼 최고경영자(CEO)의 전반적인 리스크를 높인다.
제임스 김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회장이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암참 본사에서 진행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 중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이영훈 기자)
-최근 원·달러 환율 급등이 화두다. 현재 미국 기업들이 보고 있는 한국 경제는 어떤 상태인가.
△투자자들은 단기 흐름보다는 장기적인 기초체력을 더 중요하게 본다. 미국 기업들은 여전히 한국을 기술력과 제도적 신뢰를 갖춘 전략 시장으로 평가하고 있다. 다만 성장 전망, 인구구조 변화, 정책·규제 환경에 대해서는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예측 가능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국 금융은 어떻게 개선해야 하나.
△해외 자본을 유치하고 이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은 금융 허브로 성장하는 데 있어 핵심 요소다. 싱가포르, 홍콩, 도쿄를 보라. 시장의 개방성, 규제 환경의 예측 가능성, 글로벌 투자자들의 접근성이 금융 허브로서 경쟁력을 좌우해 왔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 정부도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위한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다. 암참은 그 과제와 방향을 담은 특별보고서를 이달 중 발간할 예정이다.
-올해 암참의 주요 계획이 있다면.
△올해는 한미 관계에 있어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올해 미국의 건국 250주년을 맞아 ‘프리덤 250’(Freedom 250) 캠페인을 진행하고자 구상하고 있다. 자유, 기회, 민주주의, 혁신의 가치를 되새기고, 다음 세대를 향한 한미 파트너십 비전을 확산하는 데 역할을 할 계획이다.
◇제임스 김 회장은…
△UCLA 경제학 학사 △하버드대 경영학 석사 △AT&T 마케팅 총괄 △오버추어 아시아지역 총괄사장 △야후코리아 비즈니스 총괄사장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대표이사 사장 △한국GM 최고경영자(CEO) 사장 △미래에셋자산운용 이사회 의장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