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하다 연인 두고 홀로 하산’ 남성, 중과실치사 적용될까

경제

이데일리,

2026년 2월 18일, 오후 10:16

[이데일리 이석무 기자] 오스트리아 최고봉 그로스글로크너(3798m) 인근에서 여자친구를 남겨둔 채 하산해 중과실치사 협의로 기소된 30대 남성에 대한 재판이 본격 시작됐다.

영국 BBC는 18일(현지시간) “이 사건이 개인의 위험 감수와 동반자 책임의 경계를 둘러싼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진=BBC 화면 캡처
사고는 지난해 1월 18일 발생했다. 케르슈틴 G로 알려진 33세 여성은 남자친구 토마스 P와 함께 겨울 산행에 나섰다가 다음 날 새벽 악천후 속 저체온증으로 숨졌다.

검찰은 더 숙련된 등산가였던 토마스가 사실상 ‘책임 있는 가이드’ 역할을 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무리한 일정 수립, 늦은 출발, 비상 야영 장비 미비, 지연된 구조 요청 등의 과실이 있다는 판단이다.

핵심 쟁점은 피고인을 단순 동반자가 아닌 ‘책임 주체’로 볼 수 있느냐다. 검찰은 피해자가 고고도 알프스 겨울 등반 경험이 부족했음에도 계획을 강행했다. 또한 저녁 8시 50분 발이 묶인 뒤에도 즉각 신고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밤 10시 50분 경찰 헬기가 상공을 지났지만 조난 신호를 보내지 않았다는 주장도 내놨다.

반면 변호인 쿠르트 옐리네크는 ‘비극적 사고’라고 반박한다. 두 사람 모두 충분한 경험과 장비를 갖췄고, 상태도 양호했다고 믿었다는 것이다.

변호인은 “상황이 급격히 악화됐고, 정상 40m 아래에서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반대편으로 하산했다”면서 “피고인이 0시 35분 경찰에 전화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검찰은 변호인의 주장에 반박했다. 피고인이 새벽 2시께 피해자를 두고 내려오면서 구조용 덮개 등 보호 조치를 하지 않았고, 3시 30분이 돼서야 신고했다고 맞불을 놓았다. 결국 강풍으로 헬기는 밤새 이륙하지 못했고, 케르슈틴은 끝내 숨졌다. 유죄가 확정되면 최고 3년형이 가능하다.

현지 일간지 ‘데어 슈탄다르트’는 “이번 재판이 산악 스포츠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다”며 “동반자 사이의 판단 오류와 위험 감수에 대해 어디까지 형사 책임을 물을 것인지가 쟁점”이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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