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개불에 콩 볶듯’…트럼프, 하루 만에 관세 10→15%로 인상

경제

이데일리,

2026년 2월 22일, 오전 03:02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기본 관세율을 10%에서 15%로 즉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연방대법원이 그의 핵심 관세 정책에 제동을 건 지 하루 만에 세율을 오히려 더 끌어올리며 정면 돌파에 나선 것이다.

20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 브래디 브리핑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질문하기 위해 기자들이 손을 들고 있다. (사진=AFP)
트럼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를 통해 “수십 년간 미국을 ‘갈취’해온 국가들에 대해 전 세계 10% 관세를 법적으로 허용되고 검증된 최대 수준인 15%로 즉시 인상한다”고 밝혔다. 그는 “향후 수개월 내 합법적으로 허용 가능한 새로운 관세 체계를 결정·발표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대법원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한 ‘상호관세’ 부과를 6대 3으로 위법 판결하자, 1974년 무역법 122조를 동원해 모든 수입품에 10%의 한시적 관세를 부과하는 포고문에 서명했다. 122조는 대통령이 의회 승인 없이 최대 150일간 수입 제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그러나 그는 하루 만에 이를 15%로 상향했다. 대법원 판결 이후 백악관이 ‘플랜B’를 가동하며 관세 기조를 유지하는 동시에, 세율 인상으로 수입 급증을 선제적으로 차단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스위스 IMD 경영대학원의 사이먼 에버넷 교수는 “IEEPA에 따라 20% 이상 고율 관세를 맞았던 국가들 입장에선 10%로 낮아질 경우 단기적으로 대미 수출을 급격히 늘릴 유인이 생길 수 있었다”며 “15%로 올린 것은 이런 수출 급증을 억제하려는 조치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번 판결로 이미 거둬들인 관세 수입도 불확실성에 놓였다. 예일대 예산연구소(Budget Lab)에 따르면 약 1420억달러의 관세 수입이 법적 판단을 기다리는 상황이다. 블룸버그 분석 기준으로 1500개 이상의 기업이 환급을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대법원은 환급 여부를 명시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하급심에 넘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법원 판결을 “터무니없고, 형편없이 작성됐으며, 반미적”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전날에도 일부 보수 성향 대법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언급하는 등 연이틀 사법부를 강하게 공격했다. 보수 우위의 대법원이 다른 사안에서는 행정부에 광범위한 재량을 인정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판결은 정치적으로도 적지 않은 타격으로 평가된다.

백악관은 10% 관세가 미국의 “근본적인 국제수지 문제를 해결하고 무역 관계를 재균형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조치에는 핵심 광물, 일부 금속, 의약품, 소고기, 토마토, 오렌지, 일부 항공우주 제품과 차량 등은 예외가 포함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시에 1974년 무역법 301조(불공정 무역 관행 대응)에 따른 추가 조사를 지시했으며, 1962년 무역확장법 232조(국가안보 위협 품목)에 근거한 추가 관세도 예고했다. 301조는 국가별 조사와 위법성 판단을 거쳐야 관세 부과가 가능하고, 232조는 국가안보를 이유로 특정 산업을 겨냥할 수 있다.

특히 이번 15% 인상은 영국에도 직격탄이 될 전망이다. 영국은 워싱턴과의 ‘상호관세’ 합의에 따라 10%의 일괄 관세를 적용받기로 했으나, 세율이 15%로 오를 경우 대부분의 대미 수출품에 5%포인트 추가 부담이 발생하게 된다. 영국상공회의소(BCC)의 윌리엄 베인 무역정책 책임자는 “4만개에 달하는 영국 수출기업들이 이번 결정에 실망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의 경우 10%로 관세가 내려가면서 반사이익을 받을 수 있었지만, 다시 원래대로 상호관세 15%로 마찬가지로 세율이 돌아갔다. 다만 영국 등 기존 국가들이 세율이 10%에서 15%로 올라간 만큼 상대적으로 유리해진 부분은 있다.

당초 10% 관세는 미 동부시간 기준 오는 25일 0시 1분 발효될 예정이었다. 15% 관세가 같은 시점에 적용될지 여부에 대해 백악관은 즉각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백악관은 기존에 체결한 법적 구속력이 있는 무역 합의는 계속 존중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는 교역 상대국들도 이를 준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외국산 자동차에 대해 15~30%의 추가 관세를 검토 중이라고 밝혀, 글로벌 공급망과 주요 교역국과의 통상 마찰이 한층 격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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