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용호(59)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 위원장이 최근 충북 음성군 한국소비자원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소비자원)
◇쿠팡도 피해자 전체 동일 보상안 시사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소비자기본법에 근거한 대체적 분쟁해결제도(ADR) 기관으로, 소비자가 상품·서비스 이용 과정에서 입은 피해를 소송 대신 신속하고 비용 부담 없이 해결할 수 있도록 조정안을 제시한다. 사업자가 이를 수용하면 재판상 화해와 같은 법적 효력이 발생한다.
한 위원장은 집단분쟁조정의 기본 원칙으로 ‘동일 피해에 대한 동일 기준’을 강조했다. 그는 “집단분쟁조정은 동일하거나 유사한 피해를 입은 다수 소비자의 권리를 한 번에 구제하기 위한 제도”라며 “피해 유형이 동일하다면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SK텔레콤(SKT) 개인정보 유출 사건의 경우 위원회는 가입자 전체를 전제로 한 동일 보상 기준을 제시했다. 개인정보 유출 사실이 확인됐고, 개별적 금전 피해가 구체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한 판단이었다. 한 위원장은 “쿠팡 사건 역시 정부 조사 결과에서 개인정보 유출이 확인되고 피해 구조가 유사하다면 기존 판단 틀과 유사한 방식으로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아직 절차 개시 전 단계인 만큼 구체적인 보상 수준을 예단할 수는 없다”고 했다.
현재 쿠팡 사건은 집단분쟁조정으로 접수된 뒤 절차 개시 여부가 보류된 상태다. 소비자기본법에 따르면 집단분쟁조정 신청일로부터 60일 이내 개시 여부를 결정해야 하며, 보류 역시 60일을 넘길 수 없다. 개시가 결정될 경우 공고(14일 이상), 조정회의, 조정결정 및 수락 여부 확인 등의 절차를 거쳐 최종 성립 또는 사업자의 거부 등 불성립으로 결정난다.
한 위원장은 조정이 불성립될 경우의 후속 절차도 분명히 했다. 그는 “조정은 자율적 합의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강제할 수는 없지만, 피해 구제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사업자가 조정결정을 거부한 집단사건에 대해서는 소송지원을 통해 실질적 구제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소송지원은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사건에 대해 변호사 선임 비용을 예산 범위 내에서 지원하는 제도다. 지난해 소비자원이 소송지원을 한 사건은 222건으로 전년 대비 58.6% 증가했으며, 올해는 관련 예산을 추가 확보해 지원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
◇“기업, 자발적이고 책임있는 결단 필요”
기업이 조정안을 수용해 전원 보상으로 이어진 사례도 있다. 작년 9월 넥슨 ‘메이플스토리 확률형 아이템’ 사건은 집단분쟁조정 제도 도입 이후 첫 전원 보상 사례로, 219억원 규모의 피해 회복이 이뤄졌다. 한 위원장은 “공정위 제재와 연계해 분쟁조정이 진행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조정안 수용을 통해 기업 역시 불필요한 논란을 정리하고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 위원장은 다음 달 예정된 ‘분쟁조정회의 3000회’ 기념 행사와 관련해 “조정 제도가 시장에서 신뢰받는 제도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우수사례에 대한 포상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적극적으로 조정안을 수용해 소비자 피해를 신속히 회복한 사례는 시장에 긍정적 신호를 줄 수 있다”며 “기업의 자발적이고 책임 있는 결단이 오히려 장기적으로는 신뢰 자산이 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보완책도 병행하겠다고 했다. 한 위원장은 “사업자의 불수락으로 조정이 불성립된 사건에 대해서는 소송지원을 강화하고, 제도적 기반을 보완해 보다 실효성 있는 분쟁조정기구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끝으로 “조정은 단순히 법적 책임을 가리는 절차가 아니라, 소비자와 시장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과정”이라며 “쿠팡 사건에서도 대승적인 판단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용호 소비자분쟁조정위원장은…
△1967년 경기 부천 출생 △연세대 경제학·충남대 법학 박사 △행시 44회 △공정거래위원회 국제카르텔과장 △ 공정위 시장감시총괄과장 △공정위 기업집단감시국장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 위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