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1 김초희 디자이너
국내시장 복귀계좌(RIA)를 두고 시장의 열기와 정치권의 속도 차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증권사들은 이미 시스템 구축을 마치고 고객 유치에 나섰지만 정작 제도 시행을 위한 법안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채 표류 중이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이 이달 초 진행한 'RIA 사전 알림 이벤트'는 선착순 2만 명 모집이 이틀 만에 마감됐다. 해외 주식을 매도하고 국내 주식에 투자하려는 잠재 수요는 충분하다는 방증이다.
다른 대형 증권사들 역시 1월부터 전산·세무 시스템 개발을 완료하고 출시를 전제로 한 마케팅에 돌입했지만, 정작 계좌 개설 일정은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RIA는 해외주식을 매도한 뒤 일정 기간 국내 주식에 투자하면 해외주식 양도소득세(250만 원 초과분에 대해 22% 과세)를 매도금액 기준 최대 5000만 원까지 감면해 주는 제도다. 1분기 내 매도 시 100% 공제, 2분기 80%, 하반기 50% 공제율을 차등 적용하기로 했다. 정부는 해외주식으로 쏠린 자금을 국내로 유도해 증시를 활성화하고 환율 변동성을 완화하겠다는 취지로 올해 초 시행을 예고했다.
문제는 법안 처리 지연이다. RIA 도입을 위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은 상임위에 상정돼 소위원회로 회부된 상태지만, 국민의힘 필리버스터와 상임위 보이콧 등 정치 변수로 심사 일정이 불투명하다. 이르면 내달 5일 본회의 상정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이 역시 필리버스터가 이어질 경우 장담할 수 없다. 26일 예정된 소위 개최 여부도 불확실하다.
출시가 한 달 넘게 늦어지면서 법안을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분기 내 매도 시 100% 공제라는 기준은 3월 중 출시될 경우 사실상 실효성이 떨어진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100% 공제 적용 시점을 상반기로 확대하거나 일정 기간 소급 적용하는 방안이 거론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이는 소위 심사 과정에서 논의될 사안으로 확정된 것은 없다.
시장에서는 "이미 시기를 놓쳤다"는 평가도 나온다. 만약 1월 초 제도가 시행돼 해외주식을 매도하고 국내 대형주로 갈아탔다면 최근 국내 증시 급등 국면에서 상당한 차익을 거둘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예컨대 연초 이후 엔비디아를 팔고 삼성전자에 투자했다면 60%가 넘는 초과 수익을 얻을 수 있었다.
게다가 최근 투자자 자금이 다시 해외로 나가고 있는 분위기다. 국내 증시 급등은 차익 실현 기회로, 조정을 받은 미국 증시는 저가 매수 기회로 인식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재차 달러·원 환율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한국과 미국 주식시장 간 장기 수익률 격차라는 근본 요인이 해소되지 않는 한 개인투자자의 이러한 행태는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며 "국내 증시의 상대적 강세에도 불구하고 해외주식 순매수로 인한 달러 수요가 환율 하방을 제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연초 RIA가 빠르게 시행됐다면 그때 들어온 자금이 국내 주식시장 장기 투자 자금이 될 수 있었는데 다소 늦은 감이 있다"며 "입법 지연으로 정책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고 말했다.
eom@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