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0km 질주' 현대차 신형 넥쏘, '수소차 원조국' 日 뒤흔든다

경제

이데일리,

2026년 2월 26일, 오전 05:20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수소차 종주국으로 불려온 일본 시장을 향해 현대자동차가 정면 승부수를 던졌다. 일본 내 수소 충전 인프라 확대 지연 등으로 ‘수소차 회의론’이 고개를 드는 가운데, 현대차는 차세대 넥쏘를 앞세워 시장을 선도하며 판도 변화를 노리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2세대 신형 수소전기차 ‘디 올 뉴 넥쏘’를 2026년 상반기 일본 시장에 공식 출시할 예정이다. 앞서 2025년 10월 열린 재팬 모빌리티쇼 2025에서 일본 최초로 신형 넥쏘를 공개하며 현지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출시 시점이 다가오면서 일본 자동차 업계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열린 '재팬 모빌리티쇼 2025'에서 현대자동차의 '디 올 뉴 넥쏘(The all-new NEXO)'가 일본 시장에 최초로 공개됐다. 당시 행사장에 참석한 현대자동차 일본법인(HMJ) 시메기 토시유키 법인장(왼쪽)과 현대자동차 정유석 부사장(오른쪽). (사진=현대차)
일본은 한때 수소경제를 국가 전략으로 밀어붙이며 세계 최대 수준의 수소 충전 인프라를 구축했지만, 최근에는 충전소 운영 부담과 이용률 저하로 일부 거점이 축소되는 흐름이다. 수소 승용차 판매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며 상징성이 약화됐다.

특히 토요타의 대표 수소 세단 ‘미라이’가 판매 부진을 겪으면서 시장 회의론이 확산됐다. 수소 승용차의 본고장인 일본 시장은 한때 세계 최초로 양산형 수소차를 선보인 토요타의 토요타 미라이를 중심으로 형성됐지만, 수소 인프라 확대가 기대만큼 진행되지 못하면서 시장 확장 속도가 둔화했다. 미라이 외에 혼다는 과거 수소차 ‘FCX 클라리티’ 등 실험적 모델을 선보였으나 현재는 생산을 중단하거나 소규모로만 유통되는 등 상용 수소 승용차 라인업이 축소된 상태다.

그러나 현대차는 오히려 이 공백을 기회로 보고 있다. 신형 넥쏘는 주행 가능거리를 대폭 늘려 충전 인프라 부족 문제를 상쇄하는 전략을 택했다. 디 올 뉴 넥쏘는 단순한 디자인 변경을 넘어 수소 연료전지 기술의 획기적 진화를 보여주는 모델로 평가된다. 새로 개발된 연료전지 시스템과 전력 전자장치(PE)를 통해 총 시스템 출력 190kW, ‘제로백(0→100㎞/h)’ 가속 7.8초대, 최고속도 179㎞/h 이상의 주행 성능을 확보했다.

또한 세계표준경량차량시험절차(WLTP) 기준 약 826㎞까지 달릴 수 있는 주행거리로 장거리 운행 효율성을 갖췄으며, 연료 보급 시간은 수소 충전 5분대에 불과해 실용성도 개선됐다. 고압 수소 탱크는 약 6.69kg의 수소 저장량을 확보해 이전 세대보다 더 넉넉한 연료 저장 능력을 지녔다. 실내는 정숙성과 편의성을 강화한 프리미엄 사양을 도입했으며, 주행 안정성을 높이는 e핸들링 제어시스템, 도로 소음을 능동적으로 억제하는 능동형 노면소음 제어(ANC-R) 기술 등이 적용돼 녹색 기술과 운전 체험을 동시에 끌어올렸다.

디 올 뉴 넥쏘. (사진=현대차)
신형 넥쏘의 제원이 공개되자 일본 현지에서는 “충전소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긴 주행거리는 결정적 경쟁력”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작년 일본 최대 모빌리티 전시회인 ‘재팬 모빌리티 쇼’에서 신형 넥쏘는 제로 테일파이프 배출·혁신적 수소 기술을 강조하며 일본 소비자들과 업계 전문가들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실제 넥쏘는 지난해 10월 1회 충전으로 1400㎞를 주행하며 수소차 부문 세계 신기록을 세웠다. 기존 기록은 2021년 1359.9㎞를 기록한 2세대 미라이였지만, 4년 만에 주행거리 경쟁에서 판도가 뒤집혔다. 기술 상징성이 일본에서 더욱 크게 받아들여지는 배경이다.

정숙성 측면에서도 진일보했다. 신형 넥쏘에는 능동형 노면소음 제어(ANC-R) 기술과 흡음 타이어가 적용됐다. 일본 자동차 전문지들은 “엔진 진동이 없는 것은 물론 노면 소음까지 완벽히 차단했다”고 평가하며 고급 세단에 버금가는 정숙성을 강조하고 있다.

경쟁 구도 역시 현대차에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다. 토요타가 승용 부문에서는 전기차에 집중하겠다고 발표했고, 혼다와 닛산도 수소 승용차 개발을 사실상 중단한 상태다. 수소 승용차 시장에서 뚜렷한 경쟁자가 사라진 상황이다.

현대차그룹은 2026년 상반기 공식 판매를 앞두고 대대적인 현지 로드쇼와 시승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동시에 한일 수소 대화 등 국가 간 협력 채널을 주도하며 일본 내 정책·산업 네트워크 확대에도 힘을 싣고 있다. 단순한 차량 판매를 넘어 수소 생태계 전반에서 영향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브랜드 신뢰도도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일본 내 판매량은 2024년 607대에서 2025년 1111대로 늘어 전년 대비 183% 증가했다. 전기차 아이오닉 시리즈를 중심으로 인지도를 쌓은 데 이어, 수소차까지 라인업을 확장하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업계는 일본에서 판매량과 기술력을 동시에 입증할 경우 현대차의 글로벌 수소 리더십이 한층 공고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수소차의 상징적 시장이었던 일본에서 성공 사례를 만들면, 유럽과 북미 등 다른 지역 확산에도 탄력이 붙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소 인프라 축소와 회의론 속에서도 현대차는 정면 돌파를 선택해 기회를 만들기 위함”이라면서 “일본에서 판을 바꾸겠다는 도전이 글로벌 수소차 시장에서도 의미 있는 시도로 받아들여 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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