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국내외 이벤트에 따른 이란 가상자산 생태계 규모 추이 (자료=체이널리시스)
체이널리시스에 따르면, 이 같은 활동은 군사 충돌이나 국내 불안이 발생할 때마다 급증하는 경향을 보였으며, 여기에는 지난해 이스라엘과의 12일간 분쟁도 포함된다.
이란은 지난 2019년부터 가상자산 채굴을 합법화했다. 이에 따라 허가받은 사업자들은 보조금이 적용된 전력을 사용할 수 있게 됐고, 그 대가로 채굴한 비트코인을 중앙은행에 판매하도록 했다. 비트코인은 직접적이진 않더라도, 달러 시스템 바깥에서 수입 대금을 지급하고 무역을 결제하는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최근 몇 년간 추정치에 따르면 이란은 전 세계 비트코인 채굴 해시파워의 2~5%를 차지한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상당수 채굴 활동은 외부에 잘 드러나지 않는 상태에서 이뤄지고 있다.
이란 군의 핵심 축인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이후 이 영역에서의 역할을 더욱 확대해왔다. 체이널리시스는 작년 4분기 이란 전체 가상자산 유입액 가운데 50% 이상이 IRGC와 연계된 주소로 흘러 들어갔다고 추정했다. 지난해 이들 주소가 받은 자금은 30억달러를 넘었다. 다만 이 수치는 제재 명단에 공개적으로 연결된 지갑만을 반영한 것이어서, 실제 규모는 이보다 더 클 수 있다.
이란 중앙은행이 보유한 테더 규모 추이 (자료=엘립틱)
동시에 일반 이란 국민들은 비트코인으로 눈을 돌렸다. 최근 시위와 인터넷 차단 기간 동안 현지 거래소에서 개인 지갑으로의 출금이 급증했다.
분쟁으로 전력망이 교란될 경우 단기적으로는 채굴 생산량이 감소할 수 있다. 이란 정부는 코인당 약 1300달러 수준의 비용으로 비트코인을 채굴한 뒤 이를 현재 시장가격에 판매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정부가 비트코인 준비금을 유지하고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별도의 국고 대시보드도 없고, 공식 보유량 공개도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채굴은 값싼 국내 에너지를 국경을 넘나들 수 있는 자산으로 전환하는 역할을 한다. 허가받은 채굴업자가 새 비트코인을 발행한 뒤 이를 이란 중앙은행으로 보내면, 중앙은행은 이를 해외 거래 상대방에게 이전해 기계류, 연료, 소비재 등의 대금을 미국 통제하의 은행망을 거치지 않고 결제할 수 있다. 거래 자체는 공개 블록체인에서 이뤄지지만, 실제 거래 상대방은 불투명하게 남을 수 있다.
비슷한 양상은 스테이블코인에서도 나타난다. 달러에 연동된 USDT는 가격 안정성과 비트코인보다 빠른 송금 속도 덕분에 제재 대상 국가들에서 표준적 결제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다만 이런 거래를 항상 숨기기 쉬운 것은 아니다. 최근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는 제재 대상 이란 연계 자금이 거래소를 통해 이동하고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 조사 담당자들을 해고했다는 의혹에 휘말렸다. 이로 인해 미국 민주당 소속 상원의원 9명은 재무부와 법무부에 바이낸스의 불법 금융 통제 체계를 조사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체이널리시스 데이터에 따르면 이란의 가상자산 활동은 미사일 교전과 내부 시위 등 정치적 긴장 고조 시점과 상관관계를 보인다. 불안정한 시기에는 이용자들이 자금을 개인 지갑으로 옮기면서 거래소 유출이 증가한다.
IRGC 입장에서는 가상자산이 계열 조직과 상업적 위장조직 네트워크 전반에 걸쳐 가치를 이동시키는 또 하나의 통로가 된다. 체이널리시스는 IRGC 연계 주소로의 유입액이 2024년 20억달러였고, 2025년에는 30억달러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IRGC가 중동 여러 국가의 미군 기지에 보복 공격에 나선 가운데, 이번 군사작전 재개는 이 시스템에도 새로운 위험을 더하고 있다. 대규모 채굴 작업에는 안정적인 전력이 필수적이다. 이란은 과거 전력망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계절별 채굴 금지 조치를 시행한 바 있다.
인프라를 훼손하는 장기 분쟁이 이어질 경우, 이란과 연계된 해시레이트나 채굴 능력이 감소할 수 있다. 다만 전 세계 비트코인 네트워크는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지역의 채굴자들이 그 공백을 메우며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