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예대금리차…‘생산적 금융’ 속 금리 격차 방치되나

경제

이데일리,

2026년 3월 05일, 오후 10:45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은행권의 예대금리차가 다시 확대되면서 ‘이자 장사’ 논란이 커지고 있다. 가계대출 규제와 시장금리 상승이 맞물리며 대출금리는 빠르게 오르는 반면 예금금리는 상대적으로 더디게 반영되면서 금리 격차가 다시 벌어지는 모습이다. 금융당국이 ‘생산적 금융’을 강조하는 사이 은행의 금리 구조에 대한 관리가 사실상 느슨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5일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정책서민금융을 제외한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1월 가계 예대금리차는 평균 1.504%포인트로 집계됐다. 예대금리차는 대출금리에서 예금금리를 뺀 값으로, 수치가 클수록 은행의 이자이익이 커진다는 의미다.

전월 평균 1.262%포인트와 비교하면 한 달 사이 0.242%포인트 확대된 수준이다. 지난해 9월 이후 넉 달 연속 축소되던 흐름이 5개월 만에 다시 상승세로 돌아선 것이다. 은행별로 보면 신한은행이 1.57%로 가장 높았고 하나은행(1.55%), 농협은행(1.49%), 국민은행(1.46%), 우리은행(1.45%) 순이었다.

예대금리차 확대의 직접적인 배경은 대출금리 상승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월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가중평균 금리는 연 4.50%로 전월보다 0.15%포인트 올랐다. 4개월 연속 상승세로 지난해 3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최근 다시 상승세를 보이며 은행권 주담대 평균 금리는 4%대 중반 수준까지 올라왔다.

반면 예금금리 상승 속도는 상대적으로 더뎠다. 5대 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우대금리를 포함해 2%대 후반 수준에 머물렀다. 일부 은행이 자금 유출을 막기 위해 국지적으로 금리를 올리기는 했지만 전반적으로 대출금리 상승 속도를 따라가지는 못했다.

특히 최근에는 시장금리 상승도 대출금리 상방 압력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동 지역 긴장 고조로 유가 상승과 인플레이션 우려가 확대되면서 채권금리가 오르고 있고, 이에 따라 은행 자금 조달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 금리도 빠르게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은행채 AAA 3년물 금리는 지난달 말 3.36% 수준에서 최근 3.53%까지 올랐고, 5년물 역시 같은 기간 3.57%에서 3.76% 수준까지 상승했다. 혼합형 주택담보대출 금리 산정의 주요 기준이 되는 5년물 금리가 오르면서 대출금리 상승 압력도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5대 시중은행의 혼합형 주담대 금리의 하단은 3.83%고 상단은 5.23% 수준이다.

은행권에서는 이러한 구조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 수익의 상당 부분이 여전히 이자이익에 의존하는 구조인 만큼 대출 증가가 제한되는 상황에서는 금리 구조를 보수적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다”며 “예대금리차가 쉽게 줄어들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말했다.

가계대출 규제도 대출금리가 쉽게 떨어지지 않는 배경으로 꼽힌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 총량 관리가 강화되면서 대출 증가를 억제하기 위한 금리 조정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여기에 최근 시장금리까지 오르면서 대출금리 상방 압력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은행의 금리 산정 구조를 점검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시장 요인까지 통제하기는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의 금리 산정 체계가 합리적으로 운영되는지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있다”면서도 “대출금리는 시장금리 영향을 크게 받는 만큼 모든 변동을 정책적으로 관리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의 정책 기조가 예대금리차 논란을 상대적으로 가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정부는 최근 기업대출 확대와 산업 자금 공급을 강조하며 ‘생산적 금융’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 은행권 역시 기업금융 확대를 주요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이러한 정책 흐름 속에서 가계대출 금리 구조에 대한 문제 제기가 상대적으로 약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생산적 금융 확대 자체는 필요하지만 은행 수익 구조의 상당 부분이 여전히 예대금리차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도 함께 봐야 한다”며 “정책적으로 기업금융 확대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예대금리차 구조에 대한 점검도 병행하지 않으면 소비자 부담 논란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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