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만남의광장 주유소에 차량들이 주유를 위해 줄지어 서 있다. © 뉴스1 김민지 기자
정부가 중동발 에너지 충격에 따른 경기 하방 압력에 대응하기 위해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공식화했다.
국제 유가와 환율이 동반 상승하며 내수 위축 우려가 커지자, 기존 유류세 인하 중심의 간접 지원에서 취약계층 대상의 직접 지원으로 재정 대응의 실효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10일 국무회의에서 고물가·고환율·고유가 등 이른바 '3고(高) 현상'에 따른 민생 경제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조기 추경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번 추경은 물가 상승과 경기 둔화가 결합하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고, 소상공인 및 서민층의 비용 부담을 실질적으로 경감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이 대통령 "조기 추경 필요"…취약계층 '타깃형 직접 지원'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률적인 유류세 인하 조치가 지닌 정책적 한계를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일률적인 인하는 소득 양극화 현상을 완화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세감면 재원을 활용해 서민과 취약 소비자층을 타깃으로 직접 지원하는 방안이 더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유류세 인하 혜택이 소비량이 많은 고소득층에 집중되는 구조를 개선하고, 에너지 가격 상승에 민감한 영세 자영업자와 저소득층에 재정 지원을 집중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소상공인 및 한계기업 지원을 위한 재원 확보를 위해 추경 편성이 불가피함을 시사했다.
재정당국은 시장 금리 변동성을 고려해 적자 국채 발행을 최소화하는 재원 마련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반도체 업황 개선에 따른 법인세 증가분과 주식시장 활성화에 따른 세수 등을 활용하면 국채 발행 없이도 추경 편성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국채 발행 최소화…초과 세수 활용해 10조~20조 원 조달
관가와 정치권에서는 추경 규모를 10조 원에서 최대 20조 원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부는 초과 세입과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확보한 재원을 바탕으로 민생 지원 예산을 편성할 계획이다. 집행 시기는 2분기 중으로 예상되며, 이를 통해 대외 변동성에 따른 경기 하방 위험을 관리할 방침이다.
정부가 추경 카드를 꺼낸 배경에는 급격히 악화된 주요 경제 지표 등이 거론된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서울 휘발유 평균가는 10일 오전 기준 리터(L)당 1952원으로 중동 상황이 촉발되기 전인 지난달 28일(1750원)보다 11.4% 급등했다.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지난 9일 1495.5원으로 마감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에 주간 종가 최고치를 기록했다.
현대경제연구원 등 주요 기관은 국제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상승할 경우 국내 성장률이 0.8%포인트(p) 하락하고, 소비자물가는 2.9%p 추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번 추경은 대외 불확실성이 내수 침체로 전이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재정적 방어 기제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김용범 정책실장이 9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중동 상황 등 비상경제점검회의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6.3.9 © 뉴스1 이재명 기자
"재정법상 요건 충족" vs "시기상조"…전문가 시각 엇갈려
국가재정법상 추경 편성 요건 충족 여부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국가재정법 89조는 추경 편성 요건을 △전쟁이나 대규모 재해 △경기침체, 대량실업 등 대내외 여건의 중대한 변화 △법령상 지출 의무 발생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유가 상승이 경제 전반에 상당한 부담을 줄 수 있다"며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있는 만큼, 재정 정책을 통한 선제적 대응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에서는 통화정책이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기 때문에 재정 정책을 통한 대응 필요성이 커지며, 이를 위해서는 재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반면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법적 요건과는 별개로, 현 단계에서 추경을 추진할 경제적 명분은 충분하지 않다"며 "유가 상승이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할 근거도 현재로서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또 "국제 유가가 상승한 지 일주일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고, 변동성이 크다는 점, 정부가 이미 역대 최고 규모의 예산안을 편성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추가 재정 투입 논의는 시기상조"라고 강조했다.
seohyun.shim@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