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벤처투자업계에 따르면 농림수산식품모태펀드 출자사업을 두고 벤처캐피털(VC)과 스타트업 사이에서는 “심사 기준이 경직돼 실제 투자 집행으로 이어지기 쉽지 않다”는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투자 대상은 식품 제조와 유통을 넘어 소재 및 생산설비, 기타 농림수산식품 관련 산업, 연구개발(R&D) 분야까지 폭넓게 제시돼 있지만, 실제 심사 단계에서는 농식품 연관성을 따지는 기준이 제한적이어서 비슷한 사업모델도 해석에 따라 투자 가능 여부가 갈린다는 지적이다.
농림수산식품모태펀드는 농업정책보험금융원이 운용하는 정책형 모태펀드다. 모태펀드가 출자하고 민간 운용사가 자펀드를 결성해 기업에 투자하는 구조다. 지원 범위도 식품 제조와 유통에만 머물지 않는다. 소재 및 생산설비 산업, 기타 농림수산식품 관련 산업, R&D 분야까지 포괄한다. 누적 결성 규모도 2조원을 웃돌아 정책펀드 가운데서도 적지 않은 수준이다.
문제는 지원 범위가 넓게 열려 있다는 설명과 실제 투자 판단 사이에 간격이 있다는 점이다. 서류상으로는 농식품 연관 산업의 범위가 넓어 보이지만, 막상 투자 검토에 들어가면 어떤 기업을 실제 농식품 기업으로 볼지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업계는 이런 혼선의 배경으로 ‘농식품경영체’ 기준을 꼽는다. 농식품 모태 출자사업이 애초 투자대상을 ‘농식품경영체’로 좁게 묶고 있어서 비슷한 사업을 해도 법적 분류에 따라 투자 가능 여부가 갈린다는 것이다. 아예 농업과 관련되어있거나, B회사와 같이 식품 밸류체인에 걸쳐 있는 기업은 투자 검토가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반면 비슷한 기술이나 솔루션을 갖고 있어도 법적 분류가 모호하면 투자 검토 단계부터 부담이 커진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현장에서는 농금원 기준이 예측 가능하지 않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스타트업은 자사 사업이 농식품 밸류체인에 포함된다고 설명해도 투자 대상이 될 수 있을지 확신하기 어렵고, 운용사 역시 주목적 투자 비율을 맞춰야 하는 만큼 해석이 엇갈릴 수 있는 기업은 검토조차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반응이다.
한 VC 심사역은 “농금원 출자 조합은 심사역들 사이에서 유난히 까다로운 펀드로 받아들여진다”며 “성과를 내기 쉽지 않은 펀드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VC 관계자 역시 “투자 대상을 넓게 적어 놓고도 실제 집행 단계에서는 보수적으로 해석되는 경우가 많다”며 “분류가 애매한 기업은 처음부터 검토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투자 기준이 까다로우니 업계 안팎에서는 농금원 모태펀드가 규모에 비해 집행 속도가 더디다는 지적도 나온다. 농림수산식품모태펀드는 지난 2023년 말 기준 누적 결성 규모 2조250억원, 투자금액 1조3421억원을 기록했으며, 2024년 11월 말 기준으로는 결성 2조2125억원, 투자금액 1조5191억원이다. 결성액 대비 투자금액 비중은 각각 66.3%, 68.7%다. 전체 모태 자펀드 투자 규모가 통상 조성액 대비 70~80%대 수준에서 형성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낮은 편이라는 평가다.
애매한 업종 분류 문제에 더해 정책이 내세우는 방향과 투자 기준이 따로 논다는 지적도 나온다. 농식품부는 최근 스마트농업, AI, 로봇, 데이터 기반 정밀농업 같은 신산업 육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 투자 심사에서는 여전히 전통적인 제조·가공·생산 중심 기준이 앞선다는 것이다. 농업 현장에 적용되는 소프트웨어나 자동화 솔루션은 산업 변화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는데도 투자 판단에서는 직접 생산을 하는지, 식품 제조와 바로 연결되는지가 먼저 따져진다는 설명이다.
한 VC 관계자는 “농식품부가 AI나 로봇, 스마트농업을 계속 얘기하지만 실제 투자 판단은 여전히 구식 업종 구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산업은 이미 융합형으로 바뀌고 있는데 자금 집행 기준이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 현장 혼선은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