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호르무즈 통행료, 비트코인 아닌 스테이블코인으로 받을 것”

경제

이데일리,

2026년 4월 11일, 오후 09:32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들에 가상자산으로 통행료를 지불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특히 이란 석유·가스·석유화학제품 수출업자연합의 대변인인 하미드 호세이니가 최근 비트코인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면서 비트코인이 유력한 결제수단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온체인 데이터 분석업체인 체이널리시스(Chainalysis)는 10일(현지시간) 이란이 실제로 선택할 가능성이 큰 결제수단은 비트코인이 아니라 스테이블코인이라고 보고 있다. 이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과거 자금을 이동시켜 온 방식과도 일치한다는 게 그 근거다.

체이널리시스는 IRGC의 통행료 징수 수단으로 비트코인보다 스테이블코인이 쓰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 회사는 이란 정권이 오랜 기간 불법 거래에서 달러 연동 토큰을 선호해 왔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유는 단순하다.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은 비트코인과 달리 가치 보존 측면에서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란 리알화는 달러 대비 큰 폭으로 가치가 하락해 왔기 때문에, 대규모 상업 수입을 운용하려면 가격 안정성이 필수적이다. 반면 비트코인은 가격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통행료를 받은 뒤 현금화하기 전까지 수익이 예기치 않게 줄어들 위험이 있다.

이 보고서는 “이란 정권은 스테이블코인이 미 달러에 연동돼 있어 가치 보존을 보장하고, 대규모 활용에 필요한 유동성도 제공하기 때문에 이를 활용해 왔다”며 “반면 비트코인은 정기적으로 가격 변동성을 겪는다”고 설명했다.

체이널리시스는 또 IRGC가 과거 원유 판매, 무기 조달, 대리세력 자금 지원 등에서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해 왔다고 지적했다. 반면 비트코인은 이란의 가상자산 운용에서 다른 역할을 해왔다는 것이다. 이 보고서는 비트코인이 주로 이란계 사이버 행위자들의 랜섬웨어 공격과 기타 악성 활동에 연관돼 왔다고 봤다. 이는 대규모 상업용 통행료 징수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용도다.

IRGC의 기존 가상자산 운용 규모를 보면, 왜 스테이블코인이 더 유력한 선택지인지 알 수 있다. 체이널리시스는 IRGC와 관련된 지갑 주소들이 2024년에 20억달러가 넘는 자금을 받은 것으로 추산했다. 이 수치는 2025년에는 30억달러를 넘어섰고, 4분기 기준으로는 이란 전체 가상자산 생태계의 약 절반에 해당했다.

다만 이 수치는 최소 추정치로 간주된다.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의 제재 지정 주소와 이스라엘 국가대테러자금국의 압수 목록에 포함된 주소만 반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페이퍼컴퍼니와 중개 지갑으로 구성된 네트워크가 훨씬 더 클 것으로 보인다.

호르무즈 해협은 봉쇄 이전 하루 약 2000만배럴의 원유가 지나가던 곳으로, 전 세계 해상 원유 운송량의 약 20%를 차지했다. 배럴당 1달러의 통행료만 부과하더라도, 현재 물동량의 일부에만 적용해도 연간 수십억 달러의 수입을 올릴 수 있다. 이런 규모를 감당하려면 처리 능력과 유동성을 갖춘 스테이블코인이 적합하다는 설명이다. 체이널리시스는 “이 원유 운송은 이슬람공화국이 수십 년 만에 가장 심각한 위협에 직면한 상황에서 정권에 절실히 필요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스테이블코인은 이란 정권에도 위험 요소가 있다. 비트코인과 달리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는 제재 대상 지갑에 보관된 자산을 동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체이널리시스는 만약 스테이블코인 기반 통행료 프로그램이 현실화할 경우, 이것이 규제 당국과 법 집행기관이 개입할 수 있는 핵심 지점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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