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 파리 르노코리아 사장이 14일 오전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르노코리아 기자간담회에서 신차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르노코리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4.14 © 뉴스1
르노코리아와 한국GM이 신차를 앞세워 내수 시장 공략을 강화하기로 했다.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확산으로 수출 여건이 나빠지면서 '안방'을 다시 한번 공략하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르노코리아 '중형·준대형'신차 계속…"내수 경쟁력으로 판매량 제고"
15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니콜라 파리 사장은 전날 서울 용산의 호텔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2029년까지 매년 1종의 신차를 국내 시장에 출시한다고 밝혔다. 신차는 국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D(중형)·E(준대형) 세그먼트가 주를 이룰 예정이다. 이를 위해 국내외 파트너사들과의 협업을 강화, 신차 개발 기간도 2년으로 단축한다.
국내 전기차 시장 성장에 발맞춰 자체 순수 전기차(BEV)도 오는 2028년 부산공장에서 생산해 선보인다. 2020년 단종한 SM3 전기차 모델 이후 8년 만의 자체 전기차 생산이다. 차량 내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을 고도화한 소프트웨어중심차(SDV)는 당장 내년에 내놓기로 했다. 이러한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바탕으로 향후 레벨2+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도 구현한다는 방침이다.
앞으로 공개할 최소 3종의 신차는 수출보다는 내수 시장 공략에 초점이 맞춰진다. 파리 사장은 차기 신차의 수출 시장으로 중남미와 중동, 오세아니아를 언급하면서도 "최근의 지정학적 불확실성 확대와 보호무역주의 확산으로 예전만큼 수출이 수월하지 않다"면서 "당장은 르노의 전기차를 부산에서 생산하는 것에 집중하겠다. (국내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우선 강화해 판매량을 끌어 올리겠다"고 말했다. 르노그룹이 북미 시장에 진출하지 않은 만큼 D·E 세그먼트 신차의 수출 판로는 제한적인 실정이다.
지난 3일 방한한 프랑수아 프로보 르노그룹 회장도 르노코리아에 한국 시장 점유율 확대를 주문한 상태다. 그는 "르노코리아는 엄연히 현지 완성차 업체, 로컬 제조사(OEM)"라며 "국내 시장에서 갖고 있는 브랜드 자산을 바탕으로 현지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데 초점을 맞추려고 한다"고 말했다. 프로보 회장은 2011년부터 2016년까지 당시 르노삼성자동차의 3대 사장을 지낸 바 있어 한국 자동차 시장을 잘 아는 '지한파'로 꼽힌다.
헥터 비자레알 한국GM 사장이 지난 1월 경기 김포 한국타임즈항공에서 열린 GMC 브랜드 데이에서 GMC 전기 SUV·픽업 '허머 EV'를 배경으로 발표하는 모습. 2026.1.27 © 뉴스1 이호윤 기자
한국GM, 판매 브랜드 2→4개로 확대…하반기 출시 뷰익, 국내생산 가능성도
한국GM도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던 '철수설'을 불식하며 내수 신차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 기존 쉐보레, 캐딜락에 이어 정통 SUV·픽업 브랜드 GMC를 지난 1월 한국 시장에 공식 출범, GMC 대형 SUV '아카디아'와 중형 픽업 '캐니언' 판매를 개시했다. GMC 전기 SUV·픽업 '허머 EV'는 올해 상반기 출시된다.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 뷰익도 하반기 국내에 선보일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총 4개 GM 브랜드가 국내 소비자들에게 판매된다.
헥터 비자레알 GM 한국사업장 사장은 지난 1월 경기 김포에서 개최된 'GMC 브랜드 데이' 행사에서 "한국은 전 세계에서 4개 GM 브랜드를 동시에 운영하는 몇 안 되는 핵심 시장"이라며 "프리미엄부터 메인스트림까지 다양한 고객 니즈를 충족하기 위한 포트폴리오 전략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미에서 수입하는 캐딜락, GMC와 달리 뷰익은 쉐보레처럼 국내에서 생산·판매될 가능성도 있다. 노사는 지난달 부평공장에서 '노사 내수판매 협의체' 회의를 열고 올해 내수 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사측은 올해 하반기 뷰익 브랜드 출범을 알리며 뷰익의 쿠페형 소형 SUV '엔비스타'의 국내 시장 분석을 지속하고 있다고 했다. 엔비스타는 현재 부평공장에서 생산돼 전량 북미로 수출되고 있다.
레벨 2+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은 국내 완성차 5개 사 중 가장 먼저 선보였다. 한국GM은 지난해 11월 캐딜락 대형 전기 SUV '에스컬레이드 IQ'를 출시하면서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슈퍼크루즈'를 도입했다. 고속도로와 주요 간선 도로에서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떼고 주행할 수 있는 '핸즈프리' 기능을 특징으로 한다.
© 뉴스1 윤주희 디자이너
작년 수출, 르노코리아 46%↓·한국GM 5.8%↓…"보호무역 확산에 내수시장 기회로"
르노코리아와 한국GM이 내수 시장을 겨냥해 신차 라인업을 확장하는 건 그만큼 수출 여건이 좋지 못하기 때문이다. 르노코리아의 지난해 수출 물량은 3만 5773대로 전년 대비 46% 급감했다. 2024년 9월 중형 SUV '그랑 콜레오스' 출시로 내수 물량이 31.3% 증가한 것과 대조된다.
이에르노코리아 수출 물량은 2023년부터 3년 연속 속 감소하게 됐다. 한때 유럽을 중심으로 연간 10만 대 가까이(2022년 기준) 나가던 소형 SUV '아르카나'가 출시 6년 차를 맞으면서 판매량이 2만 7000여대 수준으로 줄어든 게 전체 수출 실적을 끌어내렸다.
한국GM의 지난해 해외 판매량은 44만 7216대로 전년 대비 5.8% 감소했다.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지난해 4월부터 자동차 품목 관세(25%·12월부터 15%로 인하)가 도입된 결과다. 그동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미국에 무관세로 수출되던 쉐보레 소형 SUV '트레일블레이저'와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트랙스 크로스오버 파생 모델인 뷰익 엔비스타의 가격 경쟁력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2024년 한국GM 전체 판매량의 83%를 차지했던 미국 판매량은 1년 사이 41만 8000여 대에서 38만 8000여 대로 7.2%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자동차 생산 비용이 지속 상승한 데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을 계기로 글로벌 보호 무역주의가 확산하면서 예전처럼 수출에 드라이브를 걸기 쉽지 않다"며 "국내 자동차 시장이 연간 160만대 수준에서 정체된 상태이지만, 최근 중국 브랜드가 약진하는 등 지각 변동 움직임도 포착되는 만큼 르노코리아, 한국GM도 신차 경쟁력을 확충한다면 현대차·기아를 상대로 판을 흔들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르노코리아가 지난 1월 세계 최초로 공개한 준대형 크로스오버(CUV) 르노 '필랑트(FILANTE)'의 모습(자료사진. 르노코리아 제공). 2026.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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