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철강, 3중고 압박에 몸살…'관세·저가물량·환경규제'

경제

이데일리,

2026년 4월 15일, 오후 03:21

경기도 평택항에 쌓여 있는 철강 제품.(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박민웅 기자] 유럽연합(EU)이 철강 수입 규제를 대폭 강화하면서 국내 철강업계가 ‘수출 3중고’에 직면했다. 중국발 공급 과잉에 따른 저가 공세와 탄소 규제 부담이 누적된 상황에서 핵심 시장인 유럽까지 보호무역 장벽을 높이면서 수출 환경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EU는 이르면 7월부터 철강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제도를 강화해 적용할 예정이다. 무관세 수입 물량을 기존 약 3500만 톤(t)에서 1830만t 수준으로 줄이고, 이를 초과하는 물량에는 기존 25%에서 50%로 높인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 골자다.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에도 동일하게 적용돼 한국 철강 제품도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이번 조치에는 원산지 규정을 강화하는 조강(melted and poured) 기준 도입도 포함됐다. 제3국에서 단순 가공을 거쳐 수출하는 물량을 차단하기 위한 장치다. 미국의 고율 관세 정책 이후 글로벌 철강 물량이 유럽으로 몰리며 경쟁이 격화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 EU는 현재 60%대에 머무는 역내 철강 가동률을 8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국내 철강업계는 유럽 시장 수출 비중을 고려할 때 중장기적으로 적잖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국철강협회 조사에 따르면 1~3월 누적 기준 EU에 대한 우리나라 철강 수출량은 105만9452t으로, 전체(723만3000t)의 약 15%에 달한다.

이재윤 산업연구원 실장은 “미국은 수입 의존도가 높아 고율 관세에도 일부 수출이 유지되지만, EU는 역내 생산 기반이 있어 규제가 적용되면 미국보다 수출 여건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며 “그동안 무관세 쿼터 범위 내에서 수출이 이뤄졌는데, 쿼터가 줄어들면 수출 물량 자체를 축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규제 초기에는 단기적으로는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함께 나온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현재 기준으로는 EU 전체 권역 쿼터로 보면 영향이 크다고 보긴 어렵다”며 “다만 국가별 쿼터 제한이 현실화되면 일부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EU 내부에서 조율이 완료되지 않은 상황이라 실적에 본격적으로 시점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향후 세부 기준이 확정되면 수출 구조 전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덧붙였다.

환경 규제 부담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EU가 도입한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는 철강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기준으로 비용을 부과하는 제도다. 본격적인 비용 부과는 내년부터지만, 배출량 산정과 검증 체계 구축 부담이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제는 중국발 글로벌 공급 과잉에 따른 가격 압박이 계속해서 심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중국은 지난해 약 1억2000만t의 철강을 수출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내수 부진으로 발생한 잉여 물량이 해외 시장으로 유입되면서 가격 하락 압력을 키우고 있다. 열연강판(HRC)의 경우 한국산 대비 10~20%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보호무역 기조가 강화되는 글로벌 환경 속에서 산업 전반의 대응 전략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민동준 연세대 신소재공학과 명예교수는 “미국, 유럽 등 주요국이 자국 산업 보호에 나서는 흐름이 뚜렷해진 만큼 국내 역시 탄소·관세 등 최소한의 산업 보호 장치와 함께 원자재 공급망 관리, 고부가 제품 중심 구조 전환이 병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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