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차 척척 AI 로봇...아마존·쿠팡도 반했죠"

경제

이데일리,

2026년 4월 22일, 오후 07:05

글로벌 산업 곳곳에서 인공지능(AI) 열풍이 불고 있다. 일반인들에게는 엔비디아, 삼성전자 등 AI반도체 기업과 ‘챗GPT’ 개발사인 오픈AI 등 자본력을 갖춘 글로벌 대기업들만이 AI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피지컬AI(인공지능이 센서·로봇·자율주행 등 물리적 장치를 통해 직접 행동하는 기술) 분야의 경우 제조업 강국인 한국의 중소·벤처기업들도 자신들만의 기술력으로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이데일리는 이같이 높은 기술력으로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피지컬AI 중소·벤처기업들을 발굴해 독자들에게 소개하고자 한다.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오픈AI가 화이트칼라 AI라면 우리는 블루칼라 AI입니다. 사람이 가장 하기 힘든 일을 대신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윤영목 콘토로 로보틱스 대표 (사진=콘토로 로보틱스)
윤영목 콘토로 로보틱스 대표는 자사를 이 같은 말로 정의했다. 콘토로 로보틱스는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 본사를 둔 로보틱스 스타트업으로 인공지능(AI)과 로봇을 결합한 ‘피지컬 AI’를 통해 물류 혁신을 목표로 하는 한국인 대표가 이끄는 기업이다.

윤 대표가 해결에 나선 문제는 물류 하역, 그중에서도 컨테이너 상·하차다. 그는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를 통해 “컨테이너 안에서 20~40kg짜리 박스를 계속 꺼내는 작업은 미국에서도 대표적인 기피 업무”라며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게 사회적으로도, 사업적으로도 가장 의미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콘토로의 경쟁력은 ‘그리퍼’(물체를 집는 장치)다. 기존 로봇이 위에서 박스를 흡착해 옮기는 방식이었다면 콘토로는 ‘듀오 그라스프’(Duo-Grasp) 구조를 적용했다. 박스를 끌어당긴 뒤 아래에서 받쳐 들 수 있도록 설계해 사람의 손처럼 잡는 방식으로 이를 통해 최대 40kg 수준의 박스도 안정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

윤 대표는 “위·앞·옆 등 다양한 방향에서 물체를 잡을 수 있어 컨테이너 내부처럼 복잡한 환경에서도 작동한다”며 “특허로 보호된 핵심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기술력을 기반으로 콘토로는 냉장 컨테이너 환경에서도 작업이 가능한 솔루션을 확보했다. 미끄러운 바닥, 센서 반사, 습기 등 까다로운 조건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것이 특징이다.

완전 자동화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콘토로가 택한 답안지는 AI와 인간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구조다. AI가 기본 작업의 약 99.5%를 수행하고 나머지 0.5%의 예외 상황은 원격으로 사람이 개입해 해결한다. 이 상황은 데이터로 다시 AI 학습에 활용한다. 현재까지 축적된 데이터만 2000만건 이상이다.
콘토로 로보틱스의 그리퍼가 박스를 들어올리고 있다.(사진=콘토로 로보틱스)
윤 대표는 “산업 현장은 99.99% 수준의 신뢰도를 요구하지만 현재 AI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사람의 개입을 통해 데이터를 쌓고 시간이 지나면서 99.99%까지 끌어올리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실제 현장에서는 2시간에 한 번 정도의 인간 개입이면 충분하다는 것이 윤 대표의 설명이다.

콘토로가 내세우는 또 하나의 축은 ‘ROS-MCP’다. AI와 로봇을 연결하는 일종의 표준 인터페이스다. 윤 대표는 “USB가 컴퓨터 주변기기를 연결하듯 로봇과 AI를 바로 연결하는 기술”이라며 “별도의 코드 수정 없이 다양한 로봇을 AI로 제어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이 기술은 오픈소스로 공개돼 현재 드론, 휴머노이드, 산업용 로봇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활용되고 있다.

윤 대표는 “로봇마다 다른 방식으로 연결해야 하는 문제를 같은 방식으로 해결해야 산업이 성장한다”며 “표준화가 피지컬 AI 확산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콘토로는 최근 1200만달러(약 175억원) 규모 시리즈A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아마존, 쿠팡 등 물류를 주 업으로 삼는 기업들이 참여했다. 윤 대표는 “아마존은 명확한 전략적 투자자이고 쿠팡과 두산은 전략과 재무 성격이 혼합된 투자”라며 “향후 협업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콘토로의 로봇은 미국 물류 현장 중심으로 상용화됐는데 한국에서도 쿠팡과 파일럿 도입을 논의 중이다.

윤 대표는 현재 피지컬 AI 산업을 “챗GPT 2.0 단계”로 진단했다. 그는 “재미는 있지만 완전히 실생활에 쓰기엔 부족한 단계”라며 “3.0으로 넘어가는 데 최소 5년은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이는 소프트웨어 기준으로, 휴머노이드 등 하드웨어까지 포함하면 상용화까지는 7~10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윤 대표는 “앞으로는 젠가처럼 쌓인 박스를 풀고 테트리스처럼 쌓는 문제를 AI가 해결하는 시대가 온다”고 말했다.

현재 콘토로 로봇 한 대는 사람 2명 수준의 작업을 수행한다. 여기에 휴식 없이 24시간 운영이 가능해 생산성 측면에서 경쟁력이 있다. 회사는 연간 약 10억원 수준의 매출을 올리고 있으며 2년 내 100억원 규모로 확대한다는 목표다.
(자료=콘토로 로보틱스)
윤 대표는 물류 자동화 시장의 다음 단계로 ‘통합’을 꼽았다. 그는 “지금은 기업마다 개별 솔루션을 만들고 있지만 물류는 연결이 핵심”이라며 “결국 하나의 통합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콘토로도 하역을 넘어 팔레타이징(상자를 팔레트 위에 쌓는 것), 피킹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윤 대표는 “‘가장 어렵고 힘든 문제’를 푸는 회사가 되고 싶다”라며 “피지컬 AI의 본질은 기술이 아니라 사람의 삶을 바꾸는 것이다. 육체적으로 힘들고 위험한 일을 줄이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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