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쳐진 아이 없도록..AI로 학습격차 없앨 것"

경제

이데일리,

2026년 4월 23일, 오전 02:09

[이데일리 마켓in 원재연 기자] 교실 안 학습 격차는 공교육이 오래 안고 온 과제다. 같은 수업을 듣고 있어도 어떤 학생은 이미 다음 단계를 이해할 준비가 돼 있지만, 어떤 학생은 이전 학년에서부터 따라오지 못하고 있을 수도 있다. 이 같은 개인별 격차를 교사 혼자 메우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에듀테크 기업 CT(옛 클래스팅)가 AI를 공교육 현장으로 들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조현구 CT 대표 (사진CT)


조현구 CT 대표는 최근 이데일리와 만나 "공교육의 목표는 아이들을 줄 세우는 게 아니라 모두가 성취기준에 도달하도록 돕는 것"이라며 "선생님이 혼자 감당하기 어려웠던 부분을 AI가 보완할 수 있다고 보고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한때 학급 커뮤니티 서비스로 알려졌던 클래스팅이 사명을 CT(Cognitive Technologies)로 바꾸고 인지기술 기반 교육 기업을 내세운 배경에는 이 같은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CT의 출발은 지금의 생성형 AI 열풍보다 훨씬 앞선다. 회사는 2016년 학습 애플리케이션 '러닝카드'를 선보이며 학생별 이해 수준을 추정하고 학습 경로를 추천하는 기능을 개발해 왔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생성형 AI가 교육 현장에 본격적으로 들어오기 전이었지만, 학생의 지식 상태를 추적하는 '날리지 트레이싱(Knowledge Tracing)' 기술을 중심으로 학습 추천과 리포트 기능을 고도화했다.

CT의 AI 교육 서비스는 크게 AI 튜터 '러닝', 생성형 AI 교육 툴 '샌드박스', 서논술형 평가 도구 '라이팅'으로 나뉜다. 러닝은 학생의 이해 수준을 진단하고 부족한 선행 개념을 보충하는 서비스다. 샌드박스는 학생이 생성형 AI를 안전하게 활용하도록 설계된 실습형 도구다. 라이팅은 서술형 평가와 첨삭, 피드백을 지원한다.

이 가운데 조 대표가 가장 애정을 담은 영역은 '러닝', 그중에서도 수학 과목이다. 수학은 나선형 교육과정의 성격이 강한 과목이다. 한개의 선이 연결되어 좁아지는 나선처럼, 같은 개념이 학년이 올라갈수록 더 넓고 깊은 수준으로 반복되는 구조라는 뜻이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에서 익힌 사칙연산이 중학교의 방정식으로, 다시 고등학교의 함수와 방정식으로 이어지는 식이다. 겉으로는 현재 단원에서 막히는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훨씬 앞 학년에서 배운 기초 개념이 비어 있는 경우가 많다는 의미다.

조 대표는 "고등학생이 방정식을 어려워한다고 해서 그 단원만 반복해서 푸는 방식으로는 해결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며 "AI는 이 학생이 어느 개념 단계에서부터 비어 있는지를 거슬러 올라가 찾고, 빠르게 따라잡을 수 있는 경로를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CT의 러닝 AI는 수업 전부터 개입한다. 학생이 새 개념을 배우기 전에 필요한 선행 개념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는지 먼저 진단하고,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그 부분부터 보충하도록 안내한다. 수업이 끝난 뒤에는 이해 여부를 다시 점검해 부족한 학생에게는 보충 경로를 제시한다. 교사는 학생별 상태를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지만, AI는 수업 전과 후 데이터를 바탕으로 누가 어느 단계에서 막혔는지 리포트 형태로 보여준다는 설명이다.

이 구조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회사가 쌓아온 학습 맵과 문제별 메타 정보, 학생별 풀이 데이터다. 문제 하나하나에 어떤 개념과 역량을 판단하는 문항인지 속성이 붙어 있고, 학생이 어떤 순서로 풀고 어느 지점에서 오래 머무르는지 같은 데이터도 함께 쌓인다. 조 대표는 "예전에는 어떤 개념을 아는지 확인하려면 연결된 단원을 길게 다 풀어봐야 했다면, 러닝 AI는 지식추적 엔진을 사용해 최소 6개 문제만으로도 학생의 상태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학습 효율만이 아니라 학생이 스스로 참여하게 만드는 부분에도 공을 들였다. 러닝 AI는 학생들은 문제를 풀고 포인트를 쌓아 우주선 같은 아이템을 얻을 수 있고, 누가 더 많이 학습했는지나 어느 정도 진도를 나갔는지를 서로 확인할 수 있는 게임 요소들도 넣었다. 조 대표는 “공부도 혼자 하는 것보다 같이 하는 게 더 재미있다”며 “선생님이 해라 해라 잔소리하지 않아도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하고 싶게 만드는 장치, 이른바 소셜 러닝이라는 키워드를 활용해 학생의 학습 지속성과 참여를 끌어올렸다”고 말했다.

올해 공개된 생성형 AI 실습 도구 '샌드박스'도 같은 방향에서 설계됐다. 샌드박스는 교사 통제 아래 학생이 거대언어모델(LLM)을 활용해 프롬프트를 작성하고 결과물을 만들 수 있는 서비스다.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범용 챗봇이 질문에 대한 답을 바로 제공하는 반면, 샌드박스는 학생이 사고 과정을 거치도록 다시 묻고 풀이 경로를 함께 찾도록 유도한다. 학생은 교사 통제 아래 LLM을 활용하고, 교사는 이를 모니터링할 수 있다. 이 과정에는 일반 웹 기반 AI를 통해 접할 수 있는 유해 콘텐츠를 차단하는 장치도 함께 들어간다.

샌드박스와 함께 선보인 라이팅은 CT가 공교육의 평가 방식을 서술형 중심으로 넓히는 데 맞춰 내놓은 도구다. 객관식 문항처럼 정답 여부만 가르는 것이 아니라, 학생이 직접 문장을 쓰고 논리를 전개하는 과정을 AI가 함께 들여다보는 구조다. 교사는 이를 활용해 서술형·논술형 평가를 운영하고, 학생이 쓴 답안에 대한 첨삭과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

조 대표는 올해를 CT의 다음 단계가 시작되는 시점으로 보고 있다. 현재 CT의 AI 교육 서비스는 국내 초중고 가운데 누적 1만1000개교가 사용했고, 이 가운데 AI를 직접 구매한 학교는 4000개 이상이다. 올해부터는 CT의 무대를 국내를 넘어 해외로 확장하겠다는 계획이다. 첫 무대는 홍콩으로, 올해 9월부터 홍콩의 초중고에서 CT의 AI 학습 툴이 사용될 예정이다.

조 대표는 "블룸의 분류처럼 교육은 지식을 익히는 단계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적용하고, 평가하고, 새롭게 만들어내는 단계까지 이어진다"며 "공교육 역시 학생들을 일률적으로 같은 속도로 끌고 가기보다, 각자가 부족한 부분을 채워 정해진 학습 목표에 이르도록 돕는 방향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는 이론일 뿐이고, 교사 한 명이 수십명의 상태를 모두 진단하고 각자에게 필요한 방향을 설계하는 완전학습은 현실적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CT는 바로 그 지점을 AI로 보완하는 구조를 만들고자 한다"고 했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