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 신선대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뉴스1 윤일지 기자
우리나라 경제가 1분기 1.7% '깜짝 성장'을 기록하면서 올해 연간 성장률 목표인 2.0% 달성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따른 수출 호조가 성장을 이끌며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흐름을 보였다.
다만 성장세가 수출, 특히 반도체 업황 회복에 집중되면서 회복의 지속 가능성을 둘러싼 신중론도 제기된다. 2분기에는 추가경정예산(추경) 효과가 반영될 전망이지만,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유가 상승 등 물가 상방 압력과 대외 불확실성은 여전히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1분기 성장세가 연간 성장률 상향으로 이어질지는 2분기 이후 수출 흐름과 물가 안정 여부, 중동 사태 전개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은도 예측 못한 1분기 성장률…"이 정도 좋아질지 예상 어려웠다"
23일 한국은행의 '2026년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에 따르면 1분기 실질 GDP는 전기 대비 1.7% 성장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3.6% 올랐다.
전기 대비 기준으로 보면, 1분기 성장률은 2020년 3분기(2.2%) 이후 5년 6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지난해 성장 흐름이 1분기 -0.2%, 2분기 0.7%, 3분기 1.3%, 4분기 -0.2%로 등락을 거듭했던 것과 비교하면 뚜렷한 개선세다.
1분기 성장률은 한은이 2월 발표한 전망치를 두 배 가까이 상회한 결과다. 앞서 한은은 올해 분기별 성장률을 △1분기(0.9%) △2분기(0.3%) △3분기(0.4%) △4분기(0.4%) 등으로 전망했다.
성장 폭 확대는 수출이 주도했다. 1분기 수출은 반도체 등 IT 품목을 중심으로 전기 대비 5.1% 늘었다. 지난해 4분기(-1.7%) 역성장에서 강하게 반등한 수치다.
수입도 늘었지만, 수출이 더 크게 늘어 순수출(수출-수입)의 성장 기여도는 1.1%포인트(p)에 달했다. 전체 성장률 1.7% 중 1.1%p가 수출 덕분인 셈이다.
설비투자도 큰 폭으로 개선됐다. 기계류와 운송장비가 모두 늘며 전기 대비 4.8% 증가했다. 2024년 3분기(5.4%)에 근접한 수준이다.
민간소비도 의류 등 재화 소비 증가에 힘입어 전기 대비 0.5% 증가했다. 지난해 2분기부터 4분기 연속 증가세다.
이동원 한은 경제통계2국장은 "1분기 성장을 정리하면, 민간 소비가 성장의 버팀목 역할을 했고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호조, 그다음에 반도체 생산 능력 확충을 위한 투자가 성장을 견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반도체 두 기업(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실적을 한번 생각해 보면, 올해 1분기에 실적이 작년 연간 실적을 상회하거나 육박한 수준"이라며 "반도체 경기가 호황이라고 생각은 했겠으나, 이 정도로 좋아질지는 (올해) 초반에 예상하기가 좀 어려운 상황이 아니었나 싶다"고 분석했다.
한국은행은 23일 발표한 '2026년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에서 중동 사태에도 불구하고 전기 대비 1.7% 깜짝 성장했다. 한국은행이 지난 2월 경제전망에서 1분기 성장률을 0.9%로 예상했으나 이를 0.8%포인트(p) 상회하는 결과다. © 뉴스1 윤주희 디자이너
수출·추경에 연간 성장률 2.0% 가능성 커졌지만…중동發 물가 상방압력 변수로
1분기 성장률이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을 기록함에 따라, 올해 전체 성장률에도 긍정적 영향이 기대된다.
1분기 성장률 1.7%를 소수점 둘째 자리까지 반영하면 1.69%다. 이를 단순히 연간으로 환산할 경우 6.76%에 달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수치지만, 그만큼 1분기 실적이 강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앞서 정부와 한은은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2.0%로 전망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국제통화기금(IMF)은 1.9%,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1.7%로 예상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연간으로는 (성장률을) 조금씩 다 상향 조정해야 하는 분위기로 잡히는 것 같다"며 "수출이 얼마나 더 확장되는지가 핵심이며, 소비도 어느 정도 좋아질지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장 확대를 이끈 수출은 반도체 슈퍼사이클로 영향으로 2분기에도 호조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달 우리나라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48.3% 증가한 861억 3000만 달러로, 사상 처음 월간 8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이달 1~20일 수출도 504억 달러(전년 동기 대비 49.4% 증가)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며 견조한 증가세를 이어갔다.
이에 따라 올해 정부의 연간 수출 목표 7400억 달러를 초과할 가능성도 커졌다.
지난 10일 국회를 통과한 26조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이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집행되는 것도 성장률에 플러스 요인이 될 전망이다. 앞서 정부는 추경으로 인한 성장률 제고 효과를 0.2%p로 예상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1분기 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로는 3.6%인데, 물론 기저 효과가 있을 수는 있지만 올해 성장률 전망에 굉장히 밝은 신호를 준 것"이라며 "추경 집행도 2분기에 있기 때문에 성장률에 플러스 요인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길어지는 중동 전쟁이 당장 2분기 성장률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불투명하기 때문에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이번 1분기 성장률에는 2월 말 발생한 미국·이란 전쟁 영향이 제한적으로 반영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국장은 "중동 전쟁이 2월 28일에 발발한 것은 맞지만,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서 3월 하순까지 국내에 선박이 들어왔다"며 "아주 단순하게 생각하면, 1분기 90일 중 (중동) 영향을 한 열흘 정도 받았고, 오히려 이제 4월부터 그 영향이 나타나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이어 "2분기는 중동 전쟁 때문에 부정적 영향이 커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고, 반도체 수출의 호조와 정부 정책 효과(추경)가 2분기부터 나타날 것"이라며 "부정적 효과와 긍정적 효과의 크기가 어떻게 작용할 것인지 따라 2분기, 연간 성장률이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유가 상승 등으로 인한 물가 상방압력이 경기에 얼마나 악영향을 미칠지도 관건이다. 고환율 또한 수입 물가를 자극해 인플레이션 압력을 다시 키울 수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8.80(2020=100)으로 전년 동월 대비 2.2% 상승했다. 상승 폭은 지난 1월과 2월 상승률인 2.0%에서 0.2%p 확대됐다. 유가 상승이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친 이달부터 상승 폭은 더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동 여파는 1분기 물가에 공식적으로 반영되지 않았다"며 "결국 (성장률을 위해) 민간 내수 시장이 좋아져야 하는데, 아직 무조건 낙관적으로만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도 "국내 물가 상승이 내수 침체를 유발하기까지는 시차가 있어서, 본격적으로 하반기에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며 "전 여전히 올해 연간 2.0% 성장이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iron@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