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연 "올해 경제성장률 2.8%"…지난해 예상치보다 0.7%p 상향

경제

이데일리,

2026년 5월 11일, 오후 06:38

[이데일리 이수빈 기자] 한국금융연구원이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보다 큰 폭으로 상향 조정한 2.8%로 제시했다.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와 고유가 우려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AI(인공지능) 투자 확대에 따른 반도체 경기 호조가 수출과 설비투자를 강하게 견인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올해 1분기 성장 흐름이 예상보다 양호했던 점도 반영됐다.

8일 경기도 평택항에 컨테이너가 쌓여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한국금융연구원은 11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2026년 수정 경제전망 세미나’를 열고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지난해보다 2.8%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발표한 전망치보다 0.7%포인트 상향 조정한 수치다. 김현태 거시경제연구실장은 이날 세미나에서 “글로벌 AI 인프라 투자 확대가 이어지면서 반도체 수출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이에 대응한 생산설비 확충 수요가 설비투자 회복을 견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연구원은 국제통화기금(IMF)의 기본 유가 시나리오를 전제로 전망치를 산출했다. IMF는 올해 연평균 국제유가를 배럴당 82달러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연구원은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위험이 에너지 가격과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에 따라 향후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고 진단했다. 고유가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소비 여력 약화와 생산비 증가, 건설공사비 상승 등의 부정적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부문별로 보면 내수 회복세는 제한적인 반면, 수출과 설비투자는 상대적으로 강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됐다. 우선 민간소비 증가율은 연간 1.9%로 점쳐졌다. 지난 4월 소비자심리지수는 99.2로 2월(112.1)보다 크게 하락했지만, 연구원은 고유가 피해지원금과 석유 최고가격제 등 정부 정책 효과에 힘입어 소비가 급격히 위축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수출 증가와 주가 상승 역시 소비 둔화를 일부 완화하는 요인으로 꼽혔다.

다만 고유가 흐름이 장기화되거나 에너지 가격 상승이 전반적인 물가 상승으로 확산할 경우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소비 여력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연구원은 분석했다. 건설투자는 연간 1.5% 증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올해 1분기 건설투자가 전년 동기 대비 2.8% 증가하며 반등했으나, 기저효과 영향이 컸다는 평가다. 여기에 중동 전쟁 여파로 나프타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서 건설공사비 부담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됐다. 연구원은 원자재 가격 상승분이 평균적으로 3~7개월 시차를 두고 공사비에 반영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설비투자는 반도체 업황 개선에 힘입어 연간 4.7%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올해 1분기 설비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3.6% 증가했다. 연구원은 반도체 수급 불균형이 이어지는 가운데 장기 공급계약 확대 가능성이 커지면서 기업들의 투자 심리가 개선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향후 업황 사이클 전환에 대한 우려가 완화될 경우 반도체 기업들의 생산설비 확대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수출 전망도 상향됐다. 연구원은 반도체 수출 호조에 힘입어 올해 총수출이 6.3%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도체 생산설비 증설과 중간재 및 자본재 수요 확대 영향으로 총수입 역시 6.1%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275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상품수지 흑자는 2890억달러 수준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연구원은 유가 상승에 따른 수입물가 부담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가격 상승과 ICT 수출 단가 개선이 교역조건을 크게 개선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수출 흐름도 예상보다 양호하게 나타났다. 올해 1~4월 누적 무역수지 흑자는 이미 742억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무역수지 흑자 규모(774억달러)의 96% 수준이다. 연구원은 글로벌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는 반면 고성능 반도체 생산설비 증설 속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 수급 불균형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반도체 가격 강세 역시 단기간 내 해소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서비스수지는 기존과 유사한 수준의 적자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됐다. 고유가와 항공유 공급 차질 등으로 해외여행 수요가 일부 제약을 받으면서 여행서비스 수입과 지급 역시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연구원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연간 2.6%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동 전쟁에 따른 유가 상승 영향이 시차를 두고 반영되며 물가 상승률이 올해 중반 3% 수준에 근접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전쟁 장기화로 고유가 흐름이 이어질 경우 물가 상승 압력이 예상보다 오랜 기간 지속될 수 있다고 연구원은 내다봤다.

연구원은 올해 경제전망치에 대해 “최근 경기 회복은 경제 전반의 고른 회복이라기보다는 반도체 부문 호조가 주도하는 불균형 성장의 성격이 강하다”며 “지정학적 위험 확대에 따른 물가 상방압력과 경기 회복 흐름을 함께 고려해 장기 기대 인플레이션 안정에 중점을 둔 정책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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