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벤처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지역 모펀드 출자사업은 주목적 투자대상 인정 범위가 한층 넓어진 모습이다. 앞서 한국벤처투자(KVIC)는 지난달 29일 부산 미래성장 벤처펀드, 부산 혁신 스케일업 벤처펀드, 충남 지역성장 벤처펀드, 강원 전략산업 벤처펀드, 경남-KDB 지역혁신 벤처펀드 출자사업 계획을 공고한 바 있다.
기존 지역펀드는 해당 지역에 본점·연구소·공장 중 하나 이상을 둔 기업에 투자하는 방식이 기본이었다. 투자기간 안에 해당 요건을 충족하는 기업도 인정했지만, 중심은 지역에 실제 거점을 둔 기업이었다. 최근에는 여기에 유입기업과 전략산업이라는 조건이 더해지고 있다. 본점 이전이나 연구소·공장 신설 계획을 가진 외부 기업을 별도 투자대상으로 두고, 일부 전략산업·미래신산업 기업은 지역 제한 없이 주목적 투자로 인정하는 방식이다.
부산은 지역펀드의 투자대상 확대가 비교적 먼저 나타난 사례다. 일례로 지난 2021년 부산 지역뉴딜 벤처펀드 출자사업 당시에는 부산에 본점·연구소·공장 중 하나 이상을 둔 기업이 기본 투자대상으로 제시됐다. 이후 2024년 부산 미래성장 벤처펀드부터 제한이 크게 완화됐다. 같은해 글로벌리그에서는 부산 9대 전략산업과 5대 미래신산업 기업을 지역 제한 없이 인정하고, 부산으로 본점을 이전하거나 연구소·공장 신설 계획을 가진 해외 소재 기업도 ‘해외유입기업’으로 포함했다. 지역기업 투자에 머물던 기준이 전략산업 투자와 외부 기업 유치까지 넓어진 것이다.
국내 타지역 기업을 대상으로 한 유입기업 항목도 지난해부터 더 늘어나고 있다. 경남-KDB 지역혁신 벤처펀드는 경남 지역기업 외에 경남 유입기업을 주목적 투자대상에 포함했다. 강원 전략산업 벤처펀드도 지난해부터 강원 지역기업과 유입기업을 투자대상으로 제시했다. 올해는 충남 지역성장 벤처펀드에서도 충남 유입기업이 지역기업과 함께 투자대상에 올랐다. 과거에도 투자기간 안에 본점이나 연구소, 공장을 갖추면 지역기업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외부 기업의 이전 가능성 자체를 별도 항목으로 분리하는 흐름이다.
한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2024년경 이후 경남 등 새 지역펀드를 설계하는 과정에서 지자체의 기업 유치 수요가 반영된 것으로 안다”며 “본점 이전이 가장 좋겠지만 연구소나 공장이 들어오는 것만으로도 지역에는 도움이 되는 만큼, 이런 기업까지 인정하는 방향으로 조건이 더 세분화된 것”이라 설명했다.
지역 제한 없는 투자대상도 전략산업 중심으로 넓어지고 있다. 과거에도 규제자유특구처럼 일부 정책 분야는 지역 제한 없이 주목적 투자대상으로 인정된 사례가 있었다. 다만 최근에는 이 방식이 지자체 전략산업과 미래산업으로 확장되는 모습이다. 강원 전략산업 벤처펀드는 지난해 공고부터 바이오헬스, 반도체, 미래에너지, 미래모빌리티, 푸드테크, 방위산업, 기후테크 등 7대 미래산업 기업을 지역 제한 없이 투자대상에 포함했다. 경남-KDB 지역혁신 벤처펀드도 우주항공, 원전 등 전략산업과 시스템반도체, 첨단제조 등 미래신산업 기업을 경남 소재 여부와 관계없이 인정했다.
이처럼 지역펀드의 투자대상 범위가 넓어진 데에는 운용사 모집 부담과 지자체의 기업 유치 수요가 함께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역 의무투자 비율이 높을수록 운용사 입장에서는 투자처 발굴 부담이 커지고, 출자사업 참여 유인도 낮아질 수 있다. 지자체 입장에서도 본점 소재 기업만 고집하기보다 연구소나 공장 신설 기업까지 인정받는 편이 지역 내 고용과 산업 기반 확대 효과를 설명하기 쉽다.
다만 국회나 재정당국 쪽에서는 지역기업 인정 기준을 더 엄격히 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유입기업이나 전략산업 기업을 폭넓게 인정할수록 지역펀드가 실제 지역기업 투자라는 본래 취지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 때문에 본점 이전이나 연구소·공장 신설 계획만으로 인정하기보다, 일정 수준 이상의 직원이 해당 지역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조건 등 추가 요건을 둬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한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지역 의무투자 비율이 높으면 운용사 입장에서는 투자처를 찾는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투자대상을 유입기업이나 전략산업 기업까지 넓히면 운용사 참여를 유도하는 데 도움이 되고, 지자체도 공장이나 연구소 유치를 지역경제 효과로 설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