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물 균주가 '윌'이 되기까지…K-유산균 빚어내는 hy중앙연구소[르포]

경제

뉴스1,

2026년 5월 28일, 오전 06:00

양준호 hy중앙연구소 연구기획팀장이 연구소의 역사와 성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6.5.27 ⓒ 뉴스1 황두현 기자

"수많은 기업이 외산 균주를 들여와 제품화하지만 hy는 다릅니다. 저희는 균주를 직접 발굴하고 개발, 대규모 생산을 거쳐 1만 명이 넘는 프레시 매니저(FM)를 통해 직접 가정으로 배송합니다. 전 세계적으로도 유일무이한 원스톱 시스템이죠"

27일 hy 프로바이오틱스 클래스의 시작을 알린 양준호 hy 중앙연구소 연구기획팀장의 설명에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단기간 상업적인 성과가 나지 않는 기초 연구 분야에 연구소 인력 절반 이상 투자했기에 나온 자신감이다.

식품기업 hy는 27일 언론을 대상으로 '프로바이오틱스 클래스'(P.B.C)를 열었다. 클래스가 열린 경기도 용인 'hy 중앙연구소'는 1976년 식품업계 최초로 설립된 기업 부설 연구소로 올해 설립 50주년을 맞아 내부 시설과 연구 현장을 언론에 처음으로 공개했다.

클래스는 장내 유익균으로 알려진 프로바이오틱스를 발굴부터 기능 개발· 생산·유통을 거쳐 식품으로 탄생하는 과정을 직접 관찰하고 체험하는 시간으로 구성됐다. 균주 수입국에서 글로벌 기술 수출국으로 거듭난 hy. 그 혁신의 현장을 찾았다.

업계 첫 기업 부설 'hy 중앙연구소'…50년 만에 첫 언론 공개
K-유산균의 여정은 미생물을 찾아내는 '균주 발굴'에서 시작된다. 김용태 프로바이오틱스팀장은 모유, 김치, 장류 등 자연과 발효 식품에서 유익한 미생물을 분리해 내는 과정을 상세히 소개했다.

우선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샘플 내 미생물을 확인하기 위해 체온과 유사한 37도가 유지되는 배양기에서 48~72시간 증식한 뒤, 자라난 콜로니(집락)를 로봇 장비를 이용해 하나씩 분리하는 절차를 거친다.

확보한 균주는 hy의 핵심 자산인 '균주 라이브러리'에 보관된다. 정전이나 화재 등에 대비해 영하 80도의 전용 냉동고 3곳에 분산 보관된 5096종의 균주는 국내 식품업계 최대 규모의 미생물 자원이다.

김용태 프로바이오틱스팀장이 '균주 라이브러리'를 보여주고 내부에서 보관 중인 균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6.5.27 ⓒ 뉴스1 황두현 기자

선별된 균주의 기능성을 검증하고 신기술을 통해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는 과정도 빼놓을 수 없다.

면역세포에서 분비되는 독성 물질인 '산화질소'를 프로바이오틱스가 조절하는지 확인하는 실험이 대표적이다. 진한 색으로 나타나는 염증반응을 확인하기 위해 배양액을 나눠 담자, 프로바이오틱스가 억제 효과를 낸 샘플은 분홍색으로 옅게 변하며 시각적 효과를 증명했다.

항노화 실험도 이목을 끌었다. 동물 신장 조직의 DNA 손상 정도를 진단 기기를 통해 색상을 확인하자 세포 손상이 심한 조직은 형광색이 다수 포착됐다. 반면 프로바이오틱스를 투여한 대상은 별다른 특이점이 없었다.

손상이 심한 DNA는 진단 기기에 형광색이 다수 포착됐다.(사진 왼쪽) 반면 프로바이오틱스를 투여한 DNA는 별다른 특이점이 없었다.(오른쪽) 2026.5.27 ⓒ 뉴스1 황두현 기자

'미니공장' 파일럿 플랜트·신체 구현 '대장모사시스템' 실시간 가동
연구를 거쳐 상품화 단계에 접어들면 '파일럿 플랜트'가 진가를 발휘한다. 이 설비는 대량 생산에 앞서 신제품이나 기술을 시험·검증하기 위해 약 20억 원을 투입해 연구소에 구축한 '공장의 축소판'이다.

플랜트에서는 최대 150바(bar, 압력 단위)의 물리적 충격을 가해 배양액의 거친 입자를 잘게 쪼개는 '균질화' 공정을 거친다. 밀도 높은 배양액을 목 넘김이 부드러운 드링크 형태로 만드는 과정이다.

이응석 유제품팀장은 "양산 전 제품의 안정성과 살균 처리 데이터를 과학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미니 공장"이라고 설명했다.

균질화를 거친 새하얀 배양액에 망고, 딸기 등 과일 농축 원액과 식품 향기를 직접 배합해 보며 최적의 맛을 찾는 신제품 개발 과정도 거쳤다. 연간 3000억 원 넘게 판매되는 hy의 대표 상품 '헬리코박터 프로젝트 윌'도 이런 시험을 거쳐 탄생했다.

이응석 유제품팀장이 '파일럿 플랜트' 역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6.5.27 ⓒ 뉴스1 황두현 기자

프로바이오틱스 균주를 기반으로 hy의 또 다른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곳은 신성장팀이다. 장 건강에 도움을 주는 기존 균주 역할에 그치지 않고 피부, 관절, 나아가 스트레스 관리에까지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미생물 생태계(마이크로바이옴) 구축을 위해 힘쓰는 곳이다.

국내 식품업계 유일하게 인체의 대장 구조를 동일하게 구현한 '대장모사시스템'은 마이크로바이옴 연구의 정점에 있다. 실제 분변 냄새가 코를 찌른 실험실에는 장내 구조와 동일한 상행결장·하행결장·직장 구조를 본뜬 시스템이 프로바이오틱스의 효과 유무를 판별할 수 있도록 했다.

최일동 신사업팀장은 "자체 개발 프로바이오틱스를 투입해 미생물 다양성 증가나 유익 물질이 생성되는 생태계의 상호작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일동 신사업팀장이 '대장모사시스템'의 역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6.5.27 ⓒ 뉴스1 황두현 기자

연구인력 절반 기초 연구 투자…국내 넘어 글로벌 도약 발판
hy는 지난 반세기 균주 국산화 과정에서 확보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K-프로바이오틱스의 세계화를 이끄는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미 국제적으로 학술 가치를 인정받는 SCI급 논문을 120건 이상 발표하고 124종의 특허도 확보했다. 연구소 인력의 절반 이상을 단기 제품화와 무관한 기초 연구 분야에 투자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양 팀장은 "지난 50년은 국내 시장만 보고 왔다면 이제는 글로벌로 나가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며 "외국 균주와 비교했을 때 충분히 경쟁력 있다는 게 저희 판단"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ausur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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