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27회 반도체 대전(SEDEX 2025)을 찾은 관람객이 삼성전자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2025.10.22 © 뉴스1 박지혜 기자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가 하루 새 신기술과 신제품으로 치고받았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주도권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SK하이닉스가 지난 28일 HBM 최대 난제인 발열 문제를 해결하는 신기술을 선보이자 삼성전자는 다음날인 29일 세계 최초로 7세대 HBM4E 샘플을 출하하며 맞불을 놨다.
HBM4 양산 이어 HBM4E 샘플 세계 첫 출하…삼성전자 속도전
3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29일 HBM4E 12단 샘플을 출하했다고 공개했다. 경쟁사들이 HBM4 고객 검증을 진행 중인 상황에서 HBM4 상용 제품 양산에 이어 HBM4E까지 가장 먼저 공급하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샘플 공급을 시작으로 고객 일정에 맞춰 양산 공급할 예정이다.
업계 최고 성능의 HBM4E는 전작 HBM4에서 검증된 1c(10나노급 6세대) D램과 4나노 파운드리 공정을 동시에 적용했다.
최대 16Gbps 속도까지 지원하며 이는 전작 HBM4 대비 20% 이상 향상된 수치다. 4TB/s 수준의 대역폭을 구현해 발열·전력 효율·적층 기술 등 전반적인 기술 난도가 크게 높아졌다.
또 48GB 고용량을 구현해 전작 대비 용량을 30% 이상 늘렸다. 향후 고객사의 다양한 서비스 환경에 맞춰 32GB(8단), 64GB(16단)까지 라인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저전력 설계 및 패키징 구조 최적화 기술을 집약해 전작 대비 에너지 효율을 16%, 열 저항 특성을 14% 이상 개선했다.
삼성전자는 HBM4E를 통해 차세대 AI 메모리 시장 전환을 주도한다는 전략이다.
HBM은 샘플 공급 시점이 향후 양산 공급망 진입 가능성과 직결된다. 그래픽처리장치(GPU)·주문형반도체(ASIC) 업체와의 공동 검증 및 최적화 기간이 길어서다.
삼성전자는 샘플 공급, 양산 속도를 높여 기술 선도 이미지를 강화하고 글로벌 고객사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가 공개한 iHBM 설루션 개념도.(SK하이닉스제공)
SK하이닉스, 냉각 요소 내재한 iHBM 승부수…8세대 HBM 조준
삼성전자가 상용화 속도로 시장 선점에 나섰다면 SK하이닉스는 8세대 HBM5 시장을 겨냥한 혁신 기술로 업계의 시선을 끌었다.
SK하이닉스는 HBM 패키지에 일체형 냉각 요소 'ICE'(Integrated Cooling Elements)를 내재해 발열을 획기적으로 낮춘 iHBM 기술로 승부수를 띄웠다. ICE는 전기는 통하지 않지만 열 전도가 높은 실리콘 소재를 활용해 HBM 패키지 내부에 추가적인 열 배출 경로를 형성하는 냉각 요소다.
인공지능(AI) 연산이 복잡해져 HBM은 적층 단수와 속도를 대폭 향상하는 동시에 발열이 높아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HBM과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연결하는 통로(D2D PHY)의 발열 밀도를 제어하는 기술이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했다.
SK하이닉스는 iHBM 기술을 통해 발열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결했다고 설명했다. 기존 HBM은 열을 코어 다이(Core Die, 메모리층)를 거쳐 외부로 내보내는 간접적인 방식에 의존해 왔다면 iHBM은 발열이 가장 집중되는 D2D PHY 영역 안에 열 제어 소자(ICE)를 넣어 열이 빠져나갈 수 있는 전용 경로(Heat Path)를 별도로 만들었다.
이로써 기존 대비 열저항을 30% 이상 낮추고 고온·고부하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동작 특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SK하이닉스는 해당 기술의 양산도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이미 시장에서 검증된 Advanced MR-MUF 기반 웨이퍼 수준 패키징(WLP) 공정을 적용해 안정적인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는 것.
MR-MUF는 반도체 칩을 쌓아 올린 뒤 칩과 칩 사이 회로를 보호하기 위해 공간 사이에 액체 형태의 보호재를 주입하고 굳히는 공정을 말한다. WLP를 통해 웨이퍼를 개별 칩으로 자르지 않은 상태에서 패키징 공정과 테스트를 한 번에 진행, 칩 크기를 획기적으로 줄이고 전기적 특성을 개선할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iHBM 기술을 8세대 HBM5부터 적용할 계획이다. 고성능 컴퓨팅(HPC), AI 데이터센터 등 초고집적·초고대역폭 환경에서 요구되는 열 관리 수준을 충족하며 시스템 전반의 안정성과 운영 효율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HBM4E도 조만간 출하할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당초 올해 하반기 HBM4E 샘플을 출하하려 했으나 최근 제품 개발이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일정이 앞당겨진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iHBM은 메모리 설계 역량과 첨단 패키징 기술을 결합해 개발한 발열 최소화를 위한 최적의 설루션"이라면서 "AI 환경에서 고객이 필요로 하는 가치를 선제적으로 제공하며 AI 메모리 리더십을 더욱 공고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jinny1@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