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韓, 제조업·SW 다 갖춘 독보적 국가…의대 쏠림은 놀라워"

경제

이데일리,

2026년 6월 08일, 오후 09:23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8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엔비디아 코리아 AI 에코시스템 리셉션'에 참석해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한광범 신영빈 기자]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8일 한국의 의대 쏠림 현상과 관련해 “한국의 우수한 학생들이 모두 의대로 진학한다는 사실을 미처 몰랐다”며 놀라움을 표했다.

젠슨 황 CEO는 이날 저녁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코리아 AI 에코시스템 리셉션’ 행사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국의 인재들이 의대로 몰리는 현상에 대한 질문을 받고 “우리가 함께 일하는 한국의 컴퓨터 과학 분야 인재들이 모두 너무나 우수해 당연히 최고의 인재들이 이 분야로 오는 줄 알았다”며 이 같이 밝혔다.

그는 인공지능(AI) 시대로 접어들면서 인재들이 마주할 지능의 정의가 바뀌고 있음을 짚었다. 황 CEO는 “사실 한국은 과학, 기술, 수학(STEM) 교육 부문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중심지 중 하나이며 여러분은 그것을 지켜내야 한다”고 당부하면서도 “AI 시대로 접어들면서 단순한 지능은 이제 흔한 재화(Commodity)가 되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빠르게 달리는 것은 운동선수가 되고 싶을 때나 필요한 일이며, 미래에는 기계가 이를 대체할 것이기 때문에 생계를 위해 굳이 빠르게 달릴 필요가 없다”며 “미래에는 단순 지능이 흔해질 것이며, 이는 곧 지능에 인성(Character)이 더해진 것만이 희소 가치를 지니게 됨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황 CEO는 여기서 인성을 한국 특유의 ‘지식과 지혜, 헌신, 그리고 고난을 견뎌내는 능력(Suffering)’과 ‘회복탄력성’으로 정의했다. 그는 “나 역시 고난을 견뎌내는 깊은 능력이 있고 그 누구도 나보다 잘 견뎌낼 수 없다고 자부하는데, 전 세계에서 한국보다 고난을 잘 견뎌내는 나라는 없다”며 “이것이 여러분의 민족성이며 이를 포용해야 한다. 엄청나게 가치 있는 자산”이라고 치켜세웠다. 한국의 조부모와 부모 세대가 고난과 회복탄력성, 그리고 미래를 만들어주겠다는 놀라운 열망으로 한강의 기적을 일구었듯, 이 특유의 국민성을 AI 기술과 결합한다면 미래에 믿을 수 없을 만큼 엄청난 성과를 낼 것이라는 시각이다. 그는 “그것이 제 성품이기도 하며 제가 오늘 이 자리에 서 있는 이유”라며 “지능에 인성이 더해지는 것이 한국의 미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AI 시대 살아남을 희소 가치는 지능 아닌 ‘회복탄력성’”

한국 사회와 문화가 가진 독보적인 역량에 대해서도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황 CEO는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의 면담 내용을 소개하며 “지금이 한국의 기회(모멘텀)이지만, 이 새로운 기회는 한국의 문화를 발판 삼아야 한다고 말씀드렸다”고 전했다. 그는 “한국의 문화는 기술에 대한 적응력이 매우 뛰어나고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는 데 매우 개방적”이라며 “지난 25년 동안 수많은 기술이 한국 문화 속으로 들어왔고 매우 쉽게 흡수되었기 때문에 한국의 문화는 인공지능이라는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기에 완벽하다”고 평가했다.

제조업과 소프트웨어 역량을 동시에 갖춘 한국의 독보적인 포지션에도 주목했다. 황 CEO는 “전 세계를 둘러보면 중공업과 제조업이 뛰어난 국가는 소프트웨어에 약하고, 반대로 소프트웨어가 뛰어난 국가는 중공업에 취약한 경우가 많지만 한국은 이 모든 분야에서 뛰어난 매우 독특한 상황”이라며 “한국은 AI 연구 부문에서 아마도 미국과 중국 바로 다음가는 수준일 것이다. 영토는 작지만 과학 기술, 수학,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컴퓨터 과학 분야에서의 역량은 절대적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8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엔비디아 코리아 AI 에코시스템 리셉션'에서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러브샷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어 “지난 세대의 AI 물결이 언어를 이해하는 ‘정보 AI’였다면, 차세대 AI 물결은 AI가 물리적 세계와 상호작용하는 ‘피지컬 AI’, 즉 로보틱스”라며 “로보틱스에서는 제조업, 중공업, 전자공학, 그리고 소프트웨어와 AI가 모두 하나로 결합하고 융합되어야 하는데 한국은 이 모든 영역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며 이것이 바로 제가 여기에 온 이유”라고 강조했다.

황 CEO는 “저는 한국과 25년 동안 친구로 지내왔으며 우리의 여정은 비디오 게임, 이스포츠, PC방, 그리고 스타크래프트, 리그 오브 레전드 등 수많은 게임과 함께 시작됐다”며 친근감을 나타냈다. 그는 “사실 이스포츠는 ‘K-스포츠’라고 불렸어야 한다”며 “한국은 K-팝과 K-뷰티라는 아름다움을 수출했고 프라이드치킨도 수출했으며, 당연히 이스포츠도 수출해 이제 글로벌 현상이 됐다”고 말했다. 특히 40년 전 PC 혁명을 언급하며 “실제로 한국의 기술 산업도 PC 혁명으로 시작됐고 PC와 인터넷이 결합하여 한국의 현대 기술 산업을 만들었다”며 “그것이 제 세대였고 한국과 엔비디아, 그리고 저 자신은 지난 40년 동안 함께 성장해 왔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국 문화는 AI 수용에 완벽…정부, 과감한 자본 지원 나서야”

지정학적 관점에서도 한국을 ‘싸움꾼이 아니라 사랑꾼(Lovers not fighters)을 대표하는 나라’로 묘사했다. 전 세계에 사랑을 수출하고 있어 문화적으로 매우 잘 받아들여지고 사람들이 한국인을 아주 좋아한다는 평가다. 그는 “지금은 한국의 시간이며 이를 반드시 활용해야 한다”며 “이곳에 있는 수많은 친구와 함께 한국의 차세대 AI와 미래 산업을 구축하게 되어 매우 기쁘고 영광스럽다”고 전했다.

다만 AI 산업의 대전환기를 맞아 정부의 과감한 자본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제언도 건넄다. 황 CEO는 “AI에는 거대한 자본이 필요하다”며 “AI 인프라는 전기, 인터넷, 컴퓨터 다음 세대의 핵심 인프라인데 반도체 공장과 팹, AI 팩토리 모두에 막대한 자본이 들어간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새로운 산업은 엄청난 양의 자본을 필요로 하며, 바로 이 부분에서 정부가 지원을 해야 한다”며 “이 산업은 에너지와 자본이 뒷받침되어야만 번창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한국이 가진 에너지 경쟁력에 대해서는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황 CEO는 “아주 환상적인 소식은 한국이 에너지 분야에서 믿을 수 없을 만큼 훌륭하다는 점”이라며 “한국은 원자력 기술 분야의 세계적 리더 중 하나이기 때문에 이미 원자력과 에너지가 뛰어나고 공장을 짓는 데도 탁월하여 지금이 한국에 훌륭한 시기”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제 정부가 기업들이 자본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지원해야 한다”며 “우리도 이 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여기 와 있지만, 정부가 이 모든 기업이 AI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황 CEO는 가족과 함께한 방한 감상도 전했다. 그는 “이번 방문은 아주 오랜만에 찾아온 제 첫 휴가”라며 “아내와 아이들 등 온 가족을 데려와 한국을 엄청나게 즐기고 있으며, 깊고 따뜻한 온정과 사랑으로 환대해 준 한국인들에게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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