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최대 비트코인 트레저리' 메타플래닛, 日증권사 인수…'비트코인 금융사' 전환

경제

이데일리,

2026년 6월 13일, 오전 11:23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일본과 아시아 최대이자, 전 세계 3위 비트코인 보유 트레저리 중 하나인 메타플래닛(Metaplanet)이 자국 내에서 중소형 증권사를 인수하기로 했다.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비트코인 연계 금융상품을 시장에 본격 판매하는 비트코인 금융사로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메타플래닛은 12일(현지시간) 총 1300만달러(원화 약 180억원)를 투입해 일본 내 증권사인 시이보증권(Siiibo Securities)을 인수한다고 밝혔다. 시이보증권은 지난 2019년 설립된 일본 첫 온라인 회사채 판매 전문 증권사로, 일본 금융청(FSA) 등록 제1종 금융상품거래업자(Type 1 Securities License)다.

주로 개인투자자들을 상대로 중소기업과 비상장기업, 스타트업 및 벤처기업의 회사채를 직거래할 수 있도록 해주는 온라인 증권사를 표방하고 있다. 지금까지 40개 이상 기업의 회사채 발행 100여 건을 지원해왔다. 이번 인수 절차는 오는 7월 마무리될 예정이며 이후 회사명은 ‘메타플래닛 증권(Metaplanet Securities)’으로 변경된다.

이를 통해 메타플래닛은 단순한 비트코인 축적 전략을 넘어 일본 투자자들에게 비트코인 수익형 상품(Bitcoin Yield Products)을 직접 제공하는 금융 플랫폼 구축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사이먼 게로비치 메타플래닛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자신의 X(옛 트위터) 계정을 통해 “이번 인수는 일본 내 비트코인 중심 금융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장기 전략인 ‘프로젝트 노바(Project Nova)’의 첫 번째 구체적 실행 단계”라고 설명했다.

현재 메타플래닛은 4만177BTC에 이르는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약 26억달러(원화 약 3조9500억원) 규모로, 비트코인 보유 기업 순위에서 세계 3위 수준이다. 그동안 메타플래닛은 엔화 가치 하락에 대응하기 위한 자산 보전 수단으로 비트코인을 매입해왔다.

그러나 이번 증권사 인수는 단순 보유 전략에서 한 단계 진화한 행보로 평가된다. 게로비치 CEO는 “우리는 비트코인을 단순한 기업 준비자산(Treasury Reserve Asset)이 아니라 차세대 금융 생태계의 기반으로 보고 있다”며 “프로젝트 노바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비트코인 중심 금융 생태계(Bitcoin-centric ecosystem)’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메타플래닛이 주목하는 시장은 일본 가계가 보유한 막대한 현금성 자산이다. 게로비치 CEO는 일본 가계가 약 7조4000억달러(원화 약 1경1240조원) 규모의 현금과 예금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수십 년간 이어진 디플레이션 환경 속에서 형성된 자산 구조다.

그러나 최근 일본이 인플레이션 시대로 전환하면서 투자자들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투자처를 찾기 시작했다고 그는 분석했다. 게로비치는 “그 자본은 이미 수익률을 찾아 움직이기 시작했다”며 “비트코인 연계 상품은 이러한 자금을 흡수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움직임이 최근 확산되고 있는 ‘비트코인 금융화(Bitcoin Financialization)’ 흐름과 맞닿아 있다고 보고 있다. 올해 초 메타플래닛은 벤처투자 부문과 자산운용 사업을 신설하며 비트코인 인프라 기업 투자 계획도 발표했다. 비트코인 개발자와 교육 프로젝트에 대한 지원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이는 미국 스트래티지가 추진하는 전략과도 유사하다.

최근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비트코인을 단순 보유하는 것을 넘어 수익을 창출하는 금융상품 개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디파이(DeFi) 대출 프로토콜인 모포(Morpho)는 기관 금융시장 진출을 위해 1억7500만달러를 조달했고, 가상자산 거래소 크라켄(Kraken)도 비트코인 예치 수익 상품을 출시했다.

시장에서는 메타플래닛의 이번 증권사 인수가 단순한 기업 인수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고 평가한다. 그동안 비트코인 트레저리 기업들이 비트코인을 사들이는 데 집중했다면, 이제는 이를 기반으로 금융상품을 설계하고 판매하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한 업계 관계자는 “메타플래닛은 단순한 비트코인 보유 기업에서 일본판 비트코인 투자은행으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며 “향후 일본의 비트코인 ETF 허용과 가상자산 투자신탁 시장 개방이 현실화될 경우 상당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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