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도 하청노조와 교섭 테이블로…경영 부담 커지나

경제

이데일리,

2026년 6월 15일, 오후 08:54

[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현대자동차 하청·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원청인 현대차를 상대로 직접 교섭에 나설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시행 이후 국내 최대 완성차 업체를 상대로 원청의 사용자성이 처음 인정되면서 산업계 전반으로 원청을 향한 교섭 요구가 확산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 4월 서울 서초구 현대차그룹 본사 인근에서 금속노조 결의대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15일 울산지방노동위원회는 이날 전국금속노동조합이 현대차를 상대로 제기한 ‘교섭 요구 사실 공고 시정 신청’을 인정했다.

앞서 금속노조는 노란봉투법이 시행된 지난 3월 현대차에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교섭 대상은 울산·아산·전주공장, 남양연구소, 판매대리점 등에서 생산·보안·급식·판매 업무를 담당하는 하청 노동자 1675명이다.

현대차는 이들과 직접적인 근로계약 관계가 없고 임금 지급과 인사·노무관리도 각 협력업체가 담당한다는 이유로 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하지 않았다.

이에 금속노조는 현대차가 하청 노동자들의 핵심 근로조건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며 울산지노위에 시정을 신청했고 지노위는 3차례 심문 끝에 인정 결정을 내렸다.

다만 노동위원회는 판정 당일 결과만 노사 양측에 우선 통지하고 구체적인 판단 이유는 약 한 달 뒤 결정문을 통해 공개한다. 구체적인 사용자성 인정 범위는 결정문을 확인해야 하지만 하청노조가 현대차를 상대로 직접 교섭에 나설 길이 열린 만큼 경영 부담도 한층 가중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현대차 노사는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에서 기본급 인상, 정년 연장, 성과급 지급, 신규 인력 충원 등을 놓고 이미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노조는 이날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행위 조정을 신청하며 본격적인 파업 수순에도 돌입했다.

여기에 직군별 하청노조의 교섭 요구까지 잇따를 경우 현대차 노무 조직이 사실상 연중 교섭 체제로 전환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지난해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고 협력업체 직원들에게도 경영 성과를 배분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 판정을 계기로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성과 배분 요구도 한층 거세질 수 있다.

원청 정규직과 하청 노동자 간 임금 격차를 줄이고 협력업체 노동자의 임금·복지를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질 경우 현대차가 협력업체에 지급하는 도급비도 오를 수 있다. 이는 중장기적으로 완성차 제조원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이 된다.

하청노조와의 교섭이 결렬돼 쟁의행위로 이어질 경우 생산 차질 위험도 커진다. 자동차 공장은 각 공정이 촘촘하게 연결돼 있어 일부 공정만 멈춰도 생산라인 전체가 영향을 받는다.

인공지능과 로봇을 활용한 생산 혁신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현대차·기아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비롯한 AI·로봇 도입 시 노사 합의를 거치도록 단체협약에 명문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청 직군 노조도 고용 보장과 전환 배치 등을 놓고 별도의 교섭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같은 파장은 자동차업계에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조선·철강·건설 등은 원청이 생산 일정과 품질·안전 기준을 정하고 실제 업무의 상당 부분은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수행하는 구조가 일반적이다.

경영계 관계자는 “대규모 제조공정을 운영하는 대표 기업을 상대로 원청의 사용자성이 인정된 만큼 다른 업종의 노동위원회 판단과 노동조합의 교섭 전략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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