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개인신용정보 동의제도 개편 법률자문단 킥오프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2026.6.16 © 뉴스1
#A은행은 취약계층을 위한 압류 방지 '생계비 계좌' 출시를 앞두고 골머리를 앓았다. 일반 계좌와 달리 중복 가입 확인을 위해 신용정보원 조회가 필수적인데, 이를 위한 별도의 서면 동의서를 만들고 절차를 추가하느라 상품 출시가 한참 지연됐기 때문이다.
#B핀테크사는 인공지능(AI) 에이전트를 활용한 '실시간 금리인하 및 대환대출 대리 실행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하지만 이용 목적이 같아도 신용도나 금리를 조회할 때마다 매번 고객의 반복 동의를 받아야 한다. 1분 1초가 아쉬운 AI 에이전트 서비스지만, 규제에 막혀 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AI 발전의 발목을 잡고 금융 소비자의 피로감을 키우던 30년 묵은 '동의 만능주의' 규제가 수술대에 오른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6일 권대영 부위원장 주재로 '개인신용정보 동의제도 개편 법률자문단' 킥오프 회의를 개최하고 규제 혁신 방안을 논의했다.
1995년 신용정보법 제정 이후 30 넘게 유지된 개인신용정보 동의제도는 대표적인 '화석 규제'로 꼽혀왔다. 수집·이용·제공·조회 등 모든 단계마다 원칙적으로 개별·사전 동의를 요구하다 보니, 정작 소비자는 내용을 보지도 않고 '전체 동의'를 누르는 형식주의에 빠졌다는 지적이다.
특히 금융권의 AI 전환(AX) 시대를 맞아 이러한 경직된 동의제도는 큰 걸림돌이 됐다. AI 에이전트 등 혁신 기술이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길을 원천 차단하기 때문이다. 최근 유럽연합(EU)과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이 AI 활용에 맞춰 개인정보 규제를 유연하게 개정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30년 넘은 낡은 규제의 틀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때"라며 "금융소비자의 권익을 실질적으로 보호하면서도, 데이터의 안전한 활용을 통해 금융권이 AI 기반의 생산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법률자문단이 지혜를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최근 금융당국의 최대 화두는 단연 'AI 전환'이다. 금융위는 규제 완화와 보안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정책 재정비에 바짝 고삐를 죄고 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 10일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농협) 회장단과의 간담회에서 AI 시대의 사이버 보안 위협에 대한 전사적 대응을 주문했다. 특히 'AI 공격은 AI로 방어한다'는 원칙에 따라, 보안 목적의 AI 활용에 한해서는 금융권의 오랜 빗장이었던 '망분리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변화의 바람은 금융위 내부에서도 불고 있다. 금융위 직원들은 이제 외부망을 통해 챗GPT, 제미나이, 클로드 등 생성형 AI를 업무에 공식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보안을 이유로 인터넷 접속이 전면 차단되거나 포털 검색만 가능해 직원들이 개인 휴대전화로 AI를 검색하던 불편함이 사라진 것이다.
다만, 금융위는 보안 유지를 위해 비공개 내부 자료를 생성형 AI에 업로드하는 것을 금지하는 등의 구체적인 '행동 준칙'을 함께 마련해 리스크를 최소화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제 개인적 호기심을 넘어 업무상으로도 AI를 활용하지 않으면 뒤처지는 시대가 됐다"며 "정보당국과 협의를 거쳐 안전장치(행동 준칙)를 마련한 만큼, 외부망을 통한 생성형 AI 활용을 적극 허용해 업무 효율성을 높여갈 것"이라고 밝혔다.
junoo5683@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