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조 확보’ 中 CXMT의 역습…삼성·SK ‘레거시 D램’ 물량공세 비상

경제

이데일리,

2026년 6월 17일, 오전 05:10

[이데일리 김소연 기자] 중국 메모리 굴기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창신메모리(CXMT)가 약 6조7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확보하는 초대형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면서다. 대규모 자금 조달을 발판으로 CXMT가 생산능력 확대에 나설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범용 메모리 사업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많다. 레거시 메모리 물량 공세에 따른 ‘치킨게임’ 우려도 나온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는 지난 12일 중국판 나스닥으로 불리는 과학기술혁신판(과창판)에 CXMT의 상장 신고 절차를 완료했다. 수요예측을 거쳐 이달 말, 늦어도 다음 달 중 증시에 정식 입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CXMT의 공모 규모는 295억위안(약 6조7000억원)으로 확정됐다. 중국 파운드리 기업 SMIC 상장 이후 과창판 역대 두 번째 규모의 초대형 IPO다. 상장 후 기업가치는 440조~660조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6조원 이상의 자금을 확보한 CXMT는 공격 투자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설비투자를 늘리며 범용 메모리 시장 점유율 확대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메모리 업체의 물량 공세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실제로 CXMT는 범용 D램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CXMT의 글로벌 D램 시장 점유율은 8%까지 상승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에 이어 4위권에 올라서며 추격 속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CXMT는 더 이상 만성 적자 기업이 아니다. 상장 준비 서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매출은 508억위안(약 11조3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19%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54억위안(약 8조4000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1분기 28억위안 적자에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CXMT는 DDR5와 저전력 메모리인 LPDDR5·LPDDR5X 양산에 성공한 데 이어 최근 메모리 가격 상승 효과까지 더해지면서 수익성을 빠르게 개선하고 있다. CXMT가 생산능력을 앞세워 범용 메모리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경우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범용 메모리 수익 기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조은교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제조 2025 주요 업종의 현 상황 진단과 우리의 대응’ 보고서에서 중국 반도체 산업이 첨단 반도체 생산은 장기 과제로 남겨두고, 단기적으로는 레거시 반도체 중심의 완결형 생태계 구축과 기술 자립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전환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제재에 따른 결과다.

조 연구위원은 “레거시 반도체는 중국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 공급할 경우 다른 기업이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쉽지 않다”며 “중국의 저가 생산 능력은 향후 중요한 전략적 레버리지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CXMT는 지난 2025년 11월 개막한 중국 국제 반도체 엑스포(IC China)에서 DDR5와 LPDDR5X 최신 제품을 공개했다. (사진=CXMT)
CXMT와 함께 중국 최대 낸드플래시 업체인 양쯔메모리(YMTC) 역시 IPO 절차를 진행 중이다. 중국 양대 메모리 기업이 잇따라 대규모 자금 조달에 나서면서 중국 반도체 산업 전반의 자립화 전략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디스플레이와 배터리 시장에서 보여준 중국의 저가 공세 전략이 반도체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며 “국내 기업들은 인공지능(AI) 메모리 등 첨단 분야에서 초격차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다만 기술 격차가 여전히 상당한 만큼 국내 기업들의 차별화된 AI 메모리 경쟁력이 오히려 부각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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