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FDA 자문기구가 처음으로 메신저 리보핵산(mRNA) 기술을 기반으로 한 독감 백신 승인에 청신호를 켰다. FDA 산하 백신·생물의약품자문위원회(VRBPAC)는 지난 19일(이하 현지시간) 만장일치로 모더나의 50세 이상 성인 대상 mRNA 독감 백신 ‘엠플루시바’의 승인을 권고했다고 발표했다.
해당 백신의 위험보다 이점이 크다는 자문위의 판단에 따라, FDA는 오는 8월 승인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이번 심사는 위원회가 2023년 이후 처음으로 진행한 새 백신 심사로, 최종 승인이 마무리되면 엠플루시바는 미국 최초의 mRNA 독감 백신이 된다. 빠른 바이러스 대응이 장점인 mRNA 백신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주목받았으나 그간 행정부 내에서 부정적인 평가를 받아왔다.
로버트 칼리프 FDA 국장 대행은 “이번 권고는 과학적 데이터와 공중보건의 필요성을 바탕으로 한 실용적인 조치”라며 “급변하는 바이러스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혁신적인 백신 기술의 도입과 정책적 유연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력한 기술적 진보에도 불구하고 실제 방역 현장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트럼프 행정부가 군 장병에 대한 독감 백신 접종 의무화 정책을 폐지한 지 불과 두 달도 지나지 않아 미 공군기지에서 대규모 집단감염이 발생하며 추가 확산 우려를 키우고 있다.
텍사스주 랙랜드 공군기지의 제37훈련비행단에서는 최근 3주간 150여 명의 장병이 독감에 걸려 격리 치료를 하고 있다. 특히 지난 12일 기초군사훈련을 받던 키언 맥대니얼 훈련병이 갑작스럽게 사망하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군 당국은 사망 원인과 이번 독감 유행의 연관성 조사에 나섰다. 일부에서는 백신 의무화 폐지가 군의 전투력 강화를 위한 조치였다는 주장을 지속하고 있으나, 공중보건 전문가들의 우려는 현실이 됐다.
비나이 프라사드 전 FDA 의료·과학책임자는 “현재 방역 당국은 바이러스 자체뿐만 아니라 정책적 공백이 초래한 집단감염이라는 또 다른 위기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셈”이라며 철저한 현장 보건 관리가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행정부 내부의 지원과 정책 조율이 다급한 상황이지만 재정적·외교적 걸림돌과 인사 진통도 여전하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전쟁부) 장관은 지난 4월 “백신 의무 접종은 전투 능력을 약화하는 과도한 조치”라며 폐지를 강행했으나, 이번 사태로 대응이 뒤처졌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접종 의무화 폐지 이후 군내 독감 접종률은 목표치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 조율도 비상이다. 올해 초 프라사드 소장과 짐 오닐 보건부 부장관 대행이 사임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백신 회의론을 주도하던 마티 매캐리 FDA 국장마저 자리에서 물러나며 보건 당국의 지휘 체계 공백이 우려를 낳았다. 이에 미 전쟁부는 육·해·공군 및 국가안보국(NSA)이 특정 상황에서 백신을 자체 의무화할 수 있도록 예외 조치를 허가했고, 공군은 즉각 랙랜드 기지 신병들에게 독감 주사 접종을 지시하며 수습에 나섰다.
한편 백신 정책을 둘러싼 여파는 미군 역사에 대한 재조명으로도 번졌다. 1차 세계대전 당시 팬데믹으로 2만 6000여 명의 장병을 잃은 뒤 1945년 독감 백신 접종을 의무화했던 미군은, 이번 폐지 사태로 수십 년간 이어온 방역 전통이 흔들리자 내부적으로 “역사적 교훈을 잊었다”는 안타까운 목소리가 흘러나오며 현지의 복잡한 분위기를 대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