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대상서 러브콜로" 올영에 마뗑킴까지…전통시장 확 변한 까닭

경제

이데일리,

2026년 6월 28일, 오후 07:21

[이데일리 한전진 기자] 전통시장의 경계 대상이던 대형 유통 브랜드들이 이제는 시장이 먼저 손 내미는 ‘러브콜’ 대상이 됐다. 시장 상인회가 유명 브랜드 유치에 나서면서다. 패션·뷰티 브랜드는 물론 생활용품숍까지 잇따라 시장 골목에 둥지를 틀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과 MZ세대를 끌어들이려는 시장과 새 고객 접점을 찾는 유통업계의 셈법이 맞아떨어진 결과다.

서울 경동시장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쇼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경동시장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쇼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스벅·올영 이어 다이소까지…시장의 변신


28일 업계에 따르면 균일가 생활용품숍 다이소는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 내 매장 개설을 검토 중이다. 시장 상인회가 먼저 유치를 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이소는 지난해 5월 서울 강북구 수유시장에도 출점하는 등 전통시장에도 잇따라 매장을 열고 있다. 다이소 관계자는 “현재 상인회와 협의를 진행하며 시장성과 입지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1905년 문을 열어 1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광장시장은 최근 외국인 관광객과 MZ세대가 몰리는 ‘핫플레이스’다. 상인회 추산 일평균 6만명 이상의 내·외국인이 찾는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유통 브랜드들의 새로운 거점으로 부상했다. 스타벅스는 지난해 5월 이익공유형 매장 ‘커뮤니티 스토어’ 10호점인 ‘광장마켓점’을 열었고, 올리브영도 지난 4월 한복·원단 상가가 모인 주단부 2층에 806㎡(244평) 규모의 ‘올영양행’(광장마켓점)을 선보였다.

패션 브랜드들도 앞서 광장시장에 둥지를 틀었다. 마뗑킴과 코닥어패럴, 세터, 프룻오브더룸 등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잇따라 매장을 열었다. 전통과 젊은 브랜드가 어우러지며 시장도 새로운 집객 효과를 누리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한정판 발매 때마다 줄을 서는 풍경이 빈대떡·김밥을 찾는 관광객 행렬과 뒤섞이며 시장은 먹거리를 넘어 즐기고 머무는 공간으로 거듭난 셈이다.

이런 협업 모델은 비단 광장시장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서울 동대문 경동시장은 일찌감치 유통기업과의 협업에 나선 사례로 꼽힌다. 경동시장 상인회는 2018년 이마트(139480) 노브랜드 상생스토어를 유치한 데 이어 2022년에는 스타벅스 ‘경동1960점’까지 들였다. 1960년대 지어진 폐극장을 리모델링한 이 매장은 개점 이후 젊은 층과 관광객의 발길을 끌어들이며 시장의 새로운 명소로 자리 잡았다. 전통시장과 브랜드가 공존하며 집객 효과를 높인 대표 사례로 평가받는다.

광장시장에 위치한 올리브영 광장마켓점에서 고객들이 쇼핑을 하고 있다. (사진=CJ올리브영)
광장시장에 위치한 올리브영 광장마켓점에서 고객들이 쇼핑을 하고 있다. (사진=CJ올리브영)


◇유통가 새 접점 된 시장…상생과 공존이 관건


배경에는 시장과 유통업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점이 있다. 과거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은 신규 출점과 의무휴업 등을 둘러싸고 유통산업발전법 규제와 상권 갈등을 반복했고, 전통시장도 대기업 브랜드를 경계해왔다. 하지만 온라인 쇼핑 확산으로 셈법이 바뀌었다. 시장은 새로운 고객층과 집객 효과를 얻고, 유통사는 상생 이미지와 차별화된 콘셉트 매장을 확보할 수 있다. 서로 얻을 것이 많아지면서 이제는 대립보다 협력을 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평가다.

이런 협업 흐름은 지방으로도 번지는 분위기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올해 부산 해운대시장, 대구 서문시장, 전북 전주남부시장, 제주 동문재래시장 등 전국 10개 권역 11개 시장을 ‘K관광마켓 2기’로 선정했다. 선정 시장엔 브랜드 전략 수립과 해외 마케팅, 체험 프로그램 확대 등이 지원된다. 전통시장의 변신이 더는 서울 일부만의 현상이 아니라는 의미다.

다만 브랜드 유치가 곧 시장 전체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화려한 브랜드 매장과 영세 상인 사이의 온도 차가 대표적이다. 광장시장은 최근 일부 점포의 바가지 논란으로 홍역을 치렀다. 브랜드가 어렵게 끌어들인 관광객이 정작 시장 상인의 불친절에 등을 돌리면 집객 효과는 일부 매장에만 머물 수밖에 없다. 관광 명소화에 따른 임대료 상승으로 기존 상인이 밀려나는 젠트리피케이션과 시장 고유의 색이 옅어지는 문제도 함께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브랜드 하나를 유치하는 것보다 중요한 건 그 효과를 시장 전체로 확산시키는 것”이라며 “관광객이 한 번 들렀다 가는 공간에 머물지 않고 꾸준히 찾는 상권이 되려면 상인과 브랜드가 함께 성장하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브랜드만 보고 온 발길을 시장 본연의 먹거리와 상품으로 붙잡지 못하면 유행이 식었을 때 동력을 잃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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