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주유소에서 시민들이 주유를 하는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뉴스1 김민지 기자
제주 지역 주유소협회가 제주농협·서귀포농협으로부터 휘발유·경유 판매가격을 사전에 받아 회원 주유소의 기준가격을 정하고 이를 통지·준수하도록 한 사실이 드러났다.
협회는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총 122차례 가격을 사전 통지하며 가격 경쟁을 제한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당국은 이 같은 담합이 없었다면 제주지역 유류 가격이 리터당 최대 60원가량 낮아질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이들 사업자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20억 5000만 원을 부과했다고 6일 밝혔다.
업체별 과징금은 △서귀포농협 10억 3300만 원 △제주농협 9억 8700만 원 △사단법인 한국주유소협회 제주도지회(제주주유소협회) 3000만 원이다.
김현철 공정위 광주사무소장은 이번 조치에 대해 "주유소 업종 관련 사업자단체 금지행위에 참가해 주도적으로 가격 결정·유지·변경 행위 및 기준가격 준수 유도 촉구 행위를 적발·제재한 최초 사례"라고 설명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협회, 농협 판매가 미리 받아 기준가격 결정…회원사에 122차례 사전 통지
제주주유소협회는 제주도 지역 주유소 운영사업자들을 회원사로 해 구성된 사업자단체로 회원 수는 지난 2024년 기준 총 116개 업체다.
제주도에는 지난 5월 말 기준 주유소 191곳이 영업 중이다. 협회 가입 회원사는 전체의 60% 수준이다. 제주 지역 주유소는 일반주유소 156곳, 알뜰주유소 35곳으로 나뉜다. 알뜰주유소 중 농협주유소는 18곳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제주주유소협회는 구성사업자들 간 경질유 가격경쟁을 제한하고자 2022년 9월부터 공정위 조사가 시작된 2024년 7월까지 제주농협 및 서귀포농협에서 다음날 경질유 판매가격을 미리 제공받아 기준가격으로 결정하고 카카오톡 단체대화방, 문자 등을 통해 구성사업자들에게 통지 및 준수하도록 했다.
협회는 제주시 지역 회원사에 62회, 서귀포시 지역 회원사에 60회 기준가격을 사전 통지했다.
공정위는 제주농협과 서귀포농협이 일반 주유소보다 가격 경쟁력이 있는 알뜰주유소를 운영하면서도 자신들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하는 주유소가 나올 경우 가격경쟁이 심화할 수 있다고 보고 협회와 기준가격을 공유했다고 봤다.
주유소협회가 회원사의 유류 판매가격을 정하거나 통지한 행위가 제재된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공정위는 2008년 한국주유소협회 광주·전남지회와 전북지회가 회원 주유소에 휘발유·경유 판매가격을 정해 시행하도록 하거나 인근 주유소와 가격을 맞추도록 지시한 행위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했다.
다만 이번 사건은 협회 제재에 그치지 않고 제주농협·서귀포농협이 기준가격 제공과 가격 준수 유도에 적극 참여한 행위까지 함께 제재한 주유소 업종 첫 사례다.
"리터당 10~60원 낮아질 여지 차단"…가격통지 문자 삭제도 요청
제주 지역은 도서 지역 특성상 육지보다 유류 가격이 높게 형성된다. 다만 공정위는 이번 사건 행위가 없었다면 가격이 리터당 10~50원, 많게는 60원가량 낮아질 여지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협회는 기준가격을 결정·통지하는 행위가 공정거래법에 위반됨을 인식하고, 공정위의 담합 조사 등 민감한 시기에는 단체대화방이 아닌 전화 통화, 직접 방문 등의 방법으로 기준가격을 고지했다. 또 가격통지 내용에 대해 회원사에 삭제를 요청하거나 외부에 유출되지 않도록 요청했다.
제주농협과 서귀포농협은 다음날 경질유 판매가격을 오피넷에 공개하기 전 제주주유소협회에 미리 제공했다.
아울러 이들은 협회와 합의해 가격 인상·유지 등 경질유 가격을 결정하고 기준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판매하는 사업자를 확인해 협회에 통보하는 등 가격 미준수 업체에 대해 기준가격 준수를 유도했다.
김 사무소장은 "제주주유소협회와 제주도지역 유력 사업자인 제주농협, 서귀포농협은 경질유 가격경쟁을 제한할 목적으로 판매가격 결정행위를 하거나 이에 적극 참여했다"며 "결과적으로 주유소 운영 사업자가 자율적으로 경쟁했을 경우 소비자가 얻을 수 있었던 이익을 저해했기에 법 위반 정도가 중대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 조치가 향후 경질유 시장에서의 가격경쟁 촉진 및 민생 부담 완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국민 생활과 밀접한 경질유 시장에서 경쟁 질서를 저해하는 행위에 대해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seohyun.shim@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