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서초구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지하 1층 스위트파크. 야자수 두 그루가 그려진 붉은 네온사인 아래로 20·30대 고객들이 길게 늘어섰다. 이날 문을 연 아트 그로서리 ‘어나더 팜’(Another Palm) 앞이다. 예술 작품과 IP(지식재산권) 굿즈, 식품을 한 공간에 담은 신개념 리테일 스토어다. 오픈 30분 만에 입장 대기는 30여명, 대기 시간도 30여분에 달했다. 매장을 빠져나오는 손님들 손에는 빨간 장바구니와 굿즈 쇼핑백이 들려 있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어나더 팜'에 카우스(KAWS) 피규어와 티파니앤코 농구공, 스낵류 등이 함께 진열돼 있다. (사진=한전진 기자)
10일 문을 연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어나더 팜' 앞에서 고객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한전진 기자)
작품과 상품의 경계는 안쪽으로 갈수록 흐려진다. 유리 쇼케이스 안에는 아트토이 카우스(KAWS) 피규어와 티파니앤코 농구공이 놓였고, 그 옆 선반은 초콜릿바와 견과류 스낵이 채웠다. 영국 인형 브랜드 젤리캣 진열대 바로 옆은 음료 냉장고다. 세련된 스테인리스 매대와 전자가격표까지, 백화점이 만든 편의점에 가깝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총 53㎡(16평) 공간에 130여개 브랜드, 900여개 품목을 마련했다”며 “전체 상품 가운데 아트 굿즈가 절반, 식품이 절반 정도”라고 설명했다.
백미는 매장 중앙의 ‘드롭존’이다. 4~6주 주기로 아티스트와 IP를 교체하는 공간이다. 개점 첫 주자는 프랑스 아티스트 장 줄리앙과 일본 애니메이션 ‘도라에몽’의 협업 상품이다. 벽면에는 장 줄리앙 특유의 선으로 그린 도라에몽과 ‘바이 도라에몽’(BYE DORAEMON) 문구가 낙서처럼 그려졌다. 매장 밖 대형 미디어 파사드도 이에 맞춰 얼굴을 바꾸며 달마다 새 매장을 여는 효과를 낸다.
어나더 팜의 노림수는 MZ·알파세대의 취향 소비다. 아트와 IP, 식품을 한 바구니에 담게 하는 ‘하이브리드 리테일’로 고객을 붙들겠다는 구상이다. 국내 최초로 들여온 프렌즈위드유 쿠키 보관함, 한정 수량으로 푼 장 줄리앙 협업 굿즈 등도 내놨다. 팜 로고를 새긴 모자와 볼펜, 마스킹테이프 등 소장 욕구를 자극하는 자체 브랜드(PB) 상품도 있다. 넓은 강남점을 돌다 목이 마르면 굿즈를 고르던 손으로 음료를 집어 들면 된다. 편의점의 편의성을 백화점에 붙인 셈이다.
매장 중앙 드롭존에 프랑스 아티스트 장 줄리앙과 '도라에몽' 협업 상품이 전시돼 있다. (사진=한전진 기자)
오프라인의 강점인 ‘공간’을 살려 대체 불가능한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전략이다. 성과도 뚜렷하다. 재단장 이후 강남점 식품관 매출은 20% 이상 늘었고 주말이면 하루 10만명이 몰린다. 2024년 6월 문을 연 하우스 오브 신세계는 1년 만에 객단가가 3배 이상, 신규 고객은 61% 늘었다. 강남점이 지난해까지 3년 연속 매출 3조원을 돌파하며 최단 기록을 쓴 배경이다. 어나더 팜도 강남점 공간 혁신의 또 다른 축으로 자리 잡을지 관심이 쏠린다. 향후 확장 가능성도 점쳐진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어나더 팜은 아트와 콘텐츠, 그로서리를 결합한 새로운 복합 리테일 공간”이라며 “쉽게 집어 들 수 있는 예술이라는 콘셉트 아래 팬덤을 갖춘 상품들을 큐레이션했다”고 말했다. 이어 “운영 성과와 고객 반응을 보며 확장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아티스트와 IP를 활용한 경험 중심의 매장을 지속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매장에서 고객들이 아트 굿즈와 식품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한전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