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들이 물놀이를 즐기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부산은 이날 낮 최고 31도를 나타냈다. 2026.7.10 © 뉴스1 이주현 기자
"내 연차를 써서 여름 휴가를 가는 게 너무 당연했는데, 일부 대기업은 아예 여름 휴가가 따로 나온다는 걸 최근에 알게 됐다. 돈도 적게 받는데 일하는 날은 더 많다고 생각하니 박탈감이 느껴졌다." (경기도 고양시 소재 중소기업에 재직 중인 20대 여성 A씨)
"(대기업에는) 여름 휴가비라는 게 있다는 것도 몰랐다. 여름 휴가가 나오는 것도 부럽지만 여름에 휴가를 가면 돈도 많이 드는데 이럴 때 격차가 체감된다." (서울 소재 중소기업에 재직 중인 30대 남성 B씨)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여름휴가 일수 격차가 올해도 여전히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휴가 일수뿐 아니라 휴가비 지원 등 휴가 복지에서도 차이를 보이면서 근로환경 격차가 청년층의 중소기업 기피 현상과 인력난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여름휴가 일수, 대기업 '5일' vs 중소기업 '3일'
한국경영자협회가 전국 5인 이상 674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26년 하계휴가 실태 및 경기 전망 조사'에 따르면 300인 이상 대규모 기업 중 '5일 이상' 쉬겠다고 응답한 기업은 65.5%로 가장 많은 답변을 차지했다.
반면 300인 미만 중소기업의 경우 올해 여름휴가 일수를 '3일'이라고 꼽은 기업이 48.5%로 가장 많았다. 이는 조사에서 올해 하계휴가 실시기업의 휴가 일수 평균인 3.8일을 하회하는 수준이다.
기업 규모별 하계휴가비 지급 기업 비중 또한 300인 이상 기업이 61.0%를 기록하며 300인 미만 기업 52.1% 보다 8.9%포인트(p) 높게 나타났다.
이러한 격차는 중소기업의 특성상 한 명의 공백이 생산 차질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비용 측면에서도 휴가비 지급이나 복지 확대도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나타나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기업의 경우 여름휴가 및 휴가비 지원, 복지포인트 제도 등을 운영하고 있지만 상당수 중소기업은 경영 부담과 인력 부족으로 법정 휴가 외 별도 복지제도를 운영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전국적으로 폭염특보가 발효된 3일 경기도 부천시에 위치한 한 얼음공장에서 직원이 얼음을 만들고 있다. 2023.7.3 © 뉴스1 김성진 기자
"여력 감소, 복지 축소…중소기업 인력 부족 악순환"
특히 최근에는 경기 침체와 원자재 가격 상승, 인건비 부담 등이 겹치면서 중소기업의 복지 확대 여력이 더욱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 의견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대기업은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며 막대한 지급 능력을 갖춘 반면 중소기업은 원자재 가격 상승과 고금리 속 생존 마진을 확보하는 데 급급해 여력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또 "중소기업은 한 사람이 자리를 비우면 업무가 마비되는 구조적 인력난을 겪고 있어 근로자가 편히 연차를 쓰지 못하거나, 회사도 휴가를 길게 줄 수 없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근무 환경 격차 양극화에 청년들의 취업 선택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우려도 나온다. 임금뿐 아니라 워라밸과 복지 수준을 중요하게 여기는 구직자가 늘면서 상대적으로 근무 여건이 열악한 중소기업의 만성적인 인력난이 심화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결국 복지는 돈의 문제이기 때문에 직원 복지도 대기업과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니 (구직자들이)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을 피하게 되는 것"이라며 "그러다 보면 인력이 다시 부족하게 되면서 악순환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부연했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중소기업들에 휴가와 같은 직원 복지를 늘리도록 독려하는 것보다는 기업의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근본적인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 제조업의 50% 이상이 하청 구조인데, 원청이 하청을 할 때 납품 대금, 공급가를 깎는 경우가 많다"며 "중소기업들이 충분히 사업비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이러한 부분들이 해소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 낮 최고기온이 30도를 웃돌며 수도권에 폭염주의보가 발령된 2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일대에 뜨겁게 달궈진 아스팔트 위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다. 2026.6.29 © 뉴스1 최지환 기자
중소기업 근로자에 '반값휴가' 지원
정부는 중소기업 근로자의 휴식 격차를 줄이기 위해 '근로자 휴가지원사업', 이른바 '반값휴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중소기업 근로자의 국내여행을 지원하기 위해 근로자가 20만 원을 적립하면 기업이 10만 원, 정부가 10만 원을 추가 지원하는 방식으로 총 40만 원의 여행 경비를 마련해 주는 제도다.
지원 대상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비영리민간단체, 사회복지법인·시설 등의 근로자이며, 적립금은 국내 숙박과 교통, 관광지 입장권, 여행상품 등을 구매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
당초 지원 규모는 10만명으로 편성됐지만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관광공사와 함께 추가경정예산을 투입해 14만 5000명으로 확대한다. 지방 근무 참여자에게는 정부 지원금 2만 원을 추가로 지급한다.
stopyun@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