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시간급' 틀 바뀌나…내년 도급제 적용 논의 거세진다

경제

뉴스1,

2026년 7월 14일, 오후 11:49

1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열린 2027년도 최저임금위원회 14차 전원회의가 시작되며 회의장 문이 닫히고 있다. 2026.7.14 © 뉴스1 김기남 기자

내년도 최저임금이 시간당 1만700원으로 결정된 가운데,배달라이더와 대리운전기사 등 플랫폼 노동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전통적인 임금 체계에 기반한 최저임금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올해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사상 처음으로 도급제 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방안이 공식 안건으로 논의됐지만, 경영계 반대로 무산됐다.

하지만 최저임금위원회가 정부에 제도 개선을 공식 권고하기로 한 데 이어 법원이 플랫폼 노동자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하는 첫 항소심 판결까지 내놓으면서, 도급제 노동자까지 포용하는 최저임금 제도 개편 논의는 한층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올해 첫 공식 안건 올랐지만 경영계 반대로 부결
14일 고용노동부와 노동계 등에 따르면 올해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에서는 도급제 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문제가 처음으로 공식 심의 안건에 올랐다.

현행 최저임금법은 도급제로 임금을 받는 근로자에 대해서도 최저임금을 별도로 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산정 기준과 적용 방식이 마련되지 않아 사실상 제도가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노동계는 이를 근거로 배달라이더와 대리운전기사, 퀵서비스 기사 등 특수고용직·플랫폼 노동자에게 서비스 한 건당 최저보수를 정하고, 플랫폼 운영사나 사용자에게 이를 지급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경영계는 플랫폼 노동은 근로시간 산정이 어렵고 개인별 업무 방식과 생산성이 크게 달라 일률적인 최저보수 기준을 적용하기 어렵다며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플랫폼 사업자의 비용 부담 증가와 산업 위축 가능성도 우려했다.

도급제 최저임금 안건은 세 차례 심의를 거친 뒤 표결에 부쳐졌지만 찬성 11표, 반대 15표로 올해 최임위 회의에서는 결국 부결됐다.

다만 논의가 단순히 무산된 것은 아니라는 평가다. 최임위는 심의 과정에서 현행 제도로는 플랫폼 노동 확대와 인공지능(AI) 기반 노동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데 일정 부분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최임위는 도급제 최저임금을 포함한 최저임금 제도 개선 방안을 정부가 마련하도록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고문 초안에는 "AI 확산과 플랫폼 산업 성장 등 노동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최저임금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올해 하반기 고용노동부에 제도개선 추진단을 설치해 최저임금 적용 대상과 결정 기준 등에 대한 개선 방안을 마련해 달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도급제 노동자의 최저보수 산정 기준과 적용 방식 등을 제도화해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박정훈 근로자위원이 26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열린 2027년도 최저임금위원회 3차 전원회의에 참석하여 특고·플랫폼 적정보수 밒 도급제 최저임금 쟁취 문구를 착용한 채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2026.6.4 © 뉴스1 김기남 기자

정부 제도개선 권고·법원 판결 맞물려 내년 심의 핵심 변수
내년 최저임금 심의에서는 도급제 노동자 최저보수 문제가 올해보다 훨씬 큰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최임위가 정부에 제도 개선을 공식 권고하면서 논의의 공은 노동부로 넘어간 상태다. 정부가 하반기 제도개선 추진단을 구성해 적용 대상과 산정 방식 등을 마련할 경우 내년 심의에서는 보다 구체적인 안건으로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법원의 판단도 논의에 힘을 싣고 있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3일 라이더유니온 조합원이 배달 플랫폼 운영사를 상대로 제기한 해고무효 및 임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리며 플랫폼 노동자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조합원 A씨가 종래 근로기준법이 상정한 전형적인 근로자에 비해 완화된 형태로 노무를 제공했으나, 앱에 접속해 근무하는 동안 보수를 목적으로 회사의 지휘감독을 받아 종속적인 관계에서 노무를 제공했다고 판단되는 이상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플랫폼 노동자의 근로자성을 인정한 첫 항소심 판결이라는 점에서 향후 최저임금 적용 범위를 둘러싼 논의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노동계는 플랫폼 경제가 빠르게 확대하는 상황에서 기존 시간급 중심 최저임금 체계만으로는 새로운 형태의 노동을 보호하기 어렵다며 제도 개선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경영계는 플랫폼 종사자의 계약 형태와 업무 특성이 매우 다양해 일률적인 최저보수 제도를 도입할 경우 산업 경쟁력 저하와 비용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결국 내년 최저임금위원회에서는 시간급 중심의 기존 제도를 유지할 것인지, 플랫폼 노동과 도급제 노동까지 포괄하는 새로운 최저임금 체계로 확대할 것인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AI와 플랫폼 경제 확산으로 노동시장 구조가 빠르게 변화하는 가운데 최저임금 제도 역시 시대 변화에 맞춰 재설계해야 한다는 요구는 앞으로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이날 내년도 최저임금이 결정된 직후 근로자위원으로 회의에 참여했던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올해도급제 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확대가 무산되면서 특수고용·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 등 최저임금 사각지대가 여전히 남게 된 점은 반드시 개선해야 할 과제로 남았다"면서 내년 최임위 회의에서의 재논의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최임위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3.7% 오른 시간당 1만700원으로 결정했다. 이는 올해 최저임금(1만320원)보다 380원(3.7%) 높은 금액이다. 내년도 최저임금의 월 환산액(월 노동시간 209시간 기준)은 223만6300원이다.

euni121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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