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변 대신 해법을"…로펌 M&A 수장들이 꼽은 '고수의 조건'[마켓인]

경제

이데일리,

2026년 7월 17일, 오후 04:11

[이데일리 마켓in 송승현 기자]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이 20년 만에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법률 자문 시장도 점점 커지고 경쟁도 격화하고 있다. 이 시장을 이끄는 5대 로펌(광장·세종·율촌·태평양·화우) M&A 대표·그룹장들은 수년간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시선도 '향후 어떤 M&A 변호사가 살아남는가'라는 고민을 품고 있다.

장재영 법무법인 세종 대표변호사(사진=김태형 기자)
장재영 법무법인 세종 대표변호사(사진=김태형 기자)

이데일리가 지난 4월부터 이달 초까지 박재현 율촌 기업법무·금융그룹 대표, 장재영 세종 대표, 윤희웅 화우 대표, 문호준 광장 대표, 윤성조 태평양 기업법무그룹장 등 5대 대형 로펌 M&A 부문 대표·그룹장들을 차례로 인터뷰한 결과 이들이 밝힌 훌륭한 M&A 변호사에 대한 정의는 조금씩 결이 달랐지만, 결국 세 갈래로 수렴했다. '꾸준함', '균질함', 그리고 '함께 결론을 내리는 용기'다.

장재영(사법연수원 29기) 세종 대표는 가장 단호한 명제를 내놨다. 그는 "이슈를 모르는 변호사는 하수, 발견하는 변호사는 중수, 해결하는 변호사가 고수"라며 M&A 변호사는 이슈 파인더(issue finder)가 아닌 프라블럼 솔버(problem solver)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경지에 이르는 방법에 대해서도 그는 명확한 답을 갖고 있었다. "월 100시간 하는 천재보다 200시간 하는 범재가 낫다"는 것이다. 케이스를 많이 다뤄봐야 자문 역량이 축적되고, 그러려면 일을 많이 해야 한다는 담백한 결론이다. 그는 "M&A는 산업과 경제의 트렌드와 맞물려 일어나기 때문에, 법 규정만 파는 변호사가 아니라 산업·경제·기업에 관심이 많은 변호사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재현 법무법인 율촌 대표변호사. (사진=김태형 기자)
박재현 법무법인 율촌 대표변호사. (사진=김태형 기자)


박재현(30기) 율촌 대표는 이 지점을 조직 차원의 문제로 확장했다. 그는 취임 후 M&A자문본부의 34층(일반 기업)과 35층(PE)을 절반씩 뒤섞어 강제로 통합하고, 흩어져 있던 규제·컴플라이언스 전문가를 별도 팀으로 신설했다. 'M&A는 종합예술'이라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기업결합신고, 인수금융, 조세, IP, HR까지 모든 분야가 갖춰지지 않으면 대형 딜은 완주할 수 없다. 박 대표는 "각 분야에 전문가가 많더라도 그 일을 자기 일처럼 해주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며 "결국 좋은 M&A 변호사는 자기 영역만 지키는 스페셜리스트가 아니라, 딜과 규제를 동시에 아는 통합 전문가로 성장하는 사람"이라고 진단했다.

문호준 법무법인 광장 대표변호사. (사진=김태형 기자)
문호준 법무법인 광장 대표변호사. (사진=김태형 기자)


문호준(27기) 광장 대표의 관점은 '균질함'이다. 그는 인터뷰에서 광장 M&A팀의 최대 강점을 묻는 질문에 "그 정도 일은 우리 팀 아무 파트너한테 맡겨도 다 잘한다"고 답했다. 10년차 이상 파트너들이 대부분의 딜에서 발생하는 이슈를 이미 직접 경험했고, 체크리스트와 일정표에 챙길 게 다 들어 있어 실수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스타 한두 명이 이끄는 조직이 아니라, 어느 파트너가 맡아도 같은 수준의 결과가 나오는 구조 그 자체가 훌륭한 M&A 변호사를 정의한다는 얘기다. 그가 "결국 선례를 만들어내는 건 사람이다. 촘촘하게 일을 잘하는 변호사가 계속 나와줘야 탑티어를 지킬 수 있다"고 말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윤희웅 법무법인 화우 대표변호사. (사진=김태형 기자)
윤희웅 법무법인 화우 대표변호사. (사진=김태형 기자)


M&A 분야에서 추격자 위치에 있는 윤희웅(21기) 화우 대표는 자기 발전을 향한 태도에 집중했다. 율촌 M&A 부문을 키우고 난 뒤, 화우 합류 후 가장 놀란 것이 기존 변호사들의 실력이었다고 했다. 문제는 실력이 아니라 시니어 부재로 시장에 알려지지 못한 것뿐이었다는 진단이다. 그가 후배들에게 반복해서 강조하는 단어는 '기세'와 '헝그리 정신'이다. 윤 대표는 "잘 된다는 기세가 살아 있어야 조직이 성장하고, 추격자여야 더 열심히 하게 된다"고 강조했. 실력을 이미 갖춘 상태에서 자기 발전에 대한 강한 열정과 그 업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일하는 것이 훌륭한 M&A 변호사의 조건이라는 뜻이다.

윤성조 법무법인 태평양 기업법무그룹장. (사진=김태형 기자)
윤성조 법무법인 태평양 기업법무그룹장. (사진=김태형 기자)


윤성조(27기) 태평양 그룹장은 기초적인 덕목을 강조했다. 그는 "단순한 법률 질문은 이제 AI가 답한다"며 인공지능 시대의 변호사상을 세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는 스스로 잘 모른다는 것을 인식하는 겸손, 둘째는 M&A 변호사라는 틀에 갇히지 않고 글로벌 IB나 컨설팅펌 1년 차와 경쟁한다는 자세, 셋째는 근거를 갖고 리스크 테이킹을 함께하며 고객과 의사결정을 같이 내리는 능력이다. 그는 태평양 M&A팀의 표방점이 '고객에게 결론을 주는 팀'이라며 "고객은 질문에 대한 답변이 아니라 진짜 해법을 원한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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