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일 야간 외환시장부터 달러·원, 달러·엔 환율이 급락한 31일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환전소 전광판에 주요국 환율이 표시되어 있다. 2026.7.31 © 뉴스1 최지환 기자
일본 정부가 달러당 163엔을 웃도는 엔화 약세를 막기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한 것으로 추정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긴장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엔화 강세가 이어질 경우 저금리 엔화를 빌려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가 위축될 수 있고, 이에 따른 자금 회수가 글로벌 증시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달러·엔 환율은 163.5엔에서 157.5엔까지 약 3% 급락했다. 시장에서는 일본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일본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데 동시에 미국 재무부 요청으로 레이트 체크(rate check)도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며 "외환시장 개입 효과는 일시적일 가능성이 크지만, 일본 당국이 163~164엔 부근을 사실상의 방어선으로 설정했다는 인식으로 달러·엔이 강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31일에는 미국도 엔화 방어에 힘을 보탰다는 보도가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뉴욕연방준비은행이 미국 재무부를 대신해 유로화를 매도하고 엔화를 매수했다며, 워싱턴과 도쿄가 엔화 가치를 방어하기 위해 약 30년 만에 공동 개입에 나섰다고 전했다.
시장은 엔화 강세가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엔 캐리 트레이드는 금리가 낮은 일본에서 엔화를 빌린 뒤 미국 등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국가의 주식이나 채권 등 위험자산에 투자하는 전략이다.
만약 엔화 가치가 오르거나 일본 금리가 상승하면 차입 비용과 환차손 부담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포지션을 축소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해외 위험자산을 매도하고 엔화를 되사는 '엔 캐리 청산'이 발생할 수 있고, 글로벌 증시에는 단기적인 조정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로 2024년 7월 31일 일본은행(BOJ)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엔화가 급등하자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본격화됐다. 불과 일주일 뒤인 8월 5일 글로벌 증시가 급락했고, 코스피도 8.77% 하락하며 '검은 월요일'을 맞은 바 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1일 엔화 약세에 당국 개입 가능성이 커지자 "엔 캐리 자금 이동에 따른 글로벌 자금시장의 변동성 확대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글로벌 헤지펀드들은 지난달 28일 기준 엔화 약세에 베팅한 계약 12만 4575건(약 95억 달러 규모)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는 2007년 이후 최대 수준을 기록했던 지난 6월에 근접한 규모다.
관건은 이 자금이 어디에 투자돼 있는지다. 업계에서는 상당 부분이 인공지능(AI) 관련 성장주에 유입된 것으로 보고 있다. 향후 엔 캐리 청산이 본격화될 경우 AI 관련 종목을 중심으로 차익 실현 매물이 출회될 가능성이 나온다.
미국과 일본이 엔화 방어에 나섰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뉴욕 증시에서는 반도체주가 주춤했다.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0.07% 상승에 그쳤고,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5.9%, SK하이닉스(000660) 미국주식예탁증서(ADR)는 3.54% 하락했다.
증권업계에서는 단기적으로 엔 캐리 청산 우려가 국내 증시에도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난달 31일 코스피 반등은 외국인 수급이 핵심 동력이었던 만큼 마이크론 급락과 엔 캐리 청산 우려로 투자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며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공격 중단을 결정하면서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가 다소 완화된 점은 시장에 긍정적인 요인"이라고 말했다.
eom@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