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데 무섭게 빠르다"…680마력도 차분한 볼보 EX90 [시승기]

경제

뉴스1,

2026년 8월 07일, 오전 12:00

볼보 EX90 AWD 울트라 트윈 모터 퍼포먼스. ⓒ 뉴스1 박기범 기자

680마력이라는 숫자는 운전자를 긴장하게 만든다. 하지만 볼보자동차의 플래그십 순수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X90 트윈 퍼포먼스'는 달랐다. 가속 페달을 밟는 순간 거대한 차체는 망설임 없이 앞으로 치고 나갔지만, 운전자에게 전달되는 감각은 거칠기보다 차분했다. 압도적인 성능보다 안정감이 먼저 느껴지는, 볼보다운 전기 SUV였다.

680마력의 여유…빠르지만 긴장시키지 않는 '볼보다움'
서울 도심과 경기 남양주 일대 약 60㎞ 구간에서 EX90 트윈 퍼포먼스를 시승했다. 볼보가 '브랜드 역사상 가장 안전한 차'라고 자신하는 모델답게 강력한 동력 성능뿐 아니라 정숙성과 승차감, 디지털 경험까지 브랜드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가장 먼저 체감되는 것은 여유로운 성능이다. EX90 트윈 퍼포먼스는 최고출력 680마력(500㎾), 최대토크 88.4㎏·m를 발휘하며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4.2초 만에 도달한다.

실제 주행에서도 수치 이상의 여유가 느껴졌다. 추월이 필요한 순간 가속 페달을 깊게 밟으면 거대한 차체가 망설임 없이 앞으로 치고 나갔다. 고속도로 합류나 추월 상황에서도 출력이 부족하다는 느낌은 전혀 없었다. 전기차 특유의 즉각적인 응답성과 풍부한 토크가 운전자에게 자신감을 더했다.

하지만 EX90의 진짜 매력은 단순히 빠른 차라는 데 있지 않았다.

고속에서도 차체는 쉽게 흔들리지 않았고 안정감이 커졌다. 차선 변경이나 코너에서도 차체가 과하게 기울지 않았으며 노면을 단단하게 붙잡는 느낌이 인상적이었다. 듀얼 챔버 에어 서스펜션과 차체 제어 시스템이 대형 SUV 특유의 출렁거림을 효과적으로 억제한 덕분이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조용함'이었다.주행 중 실내로 유입되는 노면 소음과 진동은 효과적으로 억제됐다. 엔진이 없는 전기차의 특성과 차음 설계가 더해지면서 실내는 대화를 나누기에도 부족함이 없을 만큼 고요했다.

다만 실내가 워낙 조용한 탓에 고속 주행에서는 오히려 B필러 부근에서 들려오는 풍절음이 상대적으로 크게 느껴졌다. 절대적인 소음 수준은 높지 않았지만 뛰어난 정숙성이 작은 소리까지 부각하는 역설적인 모습이었다.

볼보 EX90 AWD 울트라 트윈 모터 퍼포먼스. ⓒ 뉴스1 박기범 기자


공연장 같은 오디오, 아쉬운 디지털 조작…플래그십 명암
실내는 볼보 특유의 절제된 북유럽 감성이 돋보였다.14.5인치 세로형 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대부분의 물리 버튼을 없앤 미니멀한 구성이 특징이다. 자연광과 유사한 '선라이크(SunLike) LED' 조명과 우드 소재 마감은 차분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완성했다.

특히 바워스앤드윌킨스 오디오 시스템은 EX90의 또 다른 강점이다. 돌비 애트모스를 지원하는 25개 스피커가 만들어내는 입체감은 공연장에 있는 듯한 몰입감을 선사했다. 조용한 실내와 어우러지면서 음악 감상의 만족도를 한층 높였다.

7인승 구성을 갖춘 만큼 공간 활용성도 우수하다. 필요할 때 3열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은 장점이다. 다만 성인이 장시간 탑승하기에는 다소 협소해 어린이나 단거리 이동에 적합해 보였다.

운전석과 조수석 시트는 처음에는 방석 길이가 다소 짧느껴졌지만 착좌부를 앞으로 연장할 수 있어 허벅지를 충분히 받쳐준다. 장거리 주행 시 피로를 줄여주는 요소다.

원페달 드라이브도 만족스러웠다. 가속 페달만으로 대부분의 감속과 정차가 가능해 도심에서는 브레이크를 밟는 횟수를 크게 줄여준다.

볼보 EX90 AWD 울트라 트윈 모터 퍼포먼스. ⓒ 뉴스1 박기범 기자

반면 디지털 인터페이스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부분이다.

EX90은 공조장치는 물론 사이드미러 조정, 스티어링 휠 설정 등 대부분의 기능을 중앙 디스플레이에 통합했다. 퀄컴 스냅드래곤 콕핏 플랫폼을 적용해 화면 반응 속도는 빠르고 조작도 직관적이었다.

하지만 주행 중에는 이야기가 달랐다. 자주 사용하는 기능까지 화면을 거쳐야 하는 만큼 원하는 메뉴를 찾기 위해 시선을 여러 번 옮겨야 했다. 새로운 사용자 경험이라는 점에서는 신선했지만 물리 버튼이 주는 직관성과 편의성은 다소 아쉬웠다.

EX90은 106㎾h 배터리와 800V 전압 시스템을 적용해 최대 350㎾ 초급속 충전을 지원한다. 배터리 잔량 10%에서 80%까지 약 22분이면 충전이 가능하며 국내 인증 기준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는 448㎞다.

EX90은 단순히 출력만 앞세운 고성능 전기 SUV가 아니었다. 680마력이라는 압도적인 성능을 갖췄지만 운전자에게 전달되는 감각은 끝까지 차분했고, 정숙성과 승차감은 플래그십 SUV다운 완성도를 보여줬다. 디지털 인터페이스에는 아쉬움이 남았지만, 빠르면서도 편안한 주행 감각만큼은 '볼보다운 전기 SUV'라는 평가를 받기에 충분했다.

볼보 EX90 AWD 울트라 트윈 모터 퍼포먼스. ⓒ 뉴스1 박기범 기자




pkb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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