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미 투자 압박 재개 속…통상사령탑 여한구 돌연 경질(종합)

경제

뉴스1,

2026년 8월 15일, 오후 01:46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25일 중국 상무부 회의실에서 열린 '제7차 한-중 FTA 공동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산업통상부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2026.6.25 © 뉴스1

미국이 한국에 대(對)미 투자 프로젝트의 조속한 발표를 재차 압박하며 통상 협상 수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한미 통상 현안의 실무 사령탑 역할을 해온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전격 경질됐다.

대미 투자 이행과 관세 협상을 둘러싼 한미 간 막판 조율이 필요한 시점에 통상 컨트롤타워가 공석이 되면서 협상 연속성과 대응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한구 돌연 경질…대미 투자 압박 재개한 미국
15일 산업부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0시를 기해 여 본부장을 직권면직했다. 정무직 공무원의 신분을 일방적으로 박탈하는 직권면직은 이례적인 조치지만, 구체적인 면직 사유는 공개되지 않았다.

여 본부장은 "(사유 등에 대해)구체적으로 할 말은 없다"면서 "사실 그대로 받아들여 줬으면 한다"고 입장을 전했다.

이에 대해 산업부도 "정무직 인사는 임면권자의 권한 및 정무적 판단 영역으로 부처 차원에서 배경을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임면권자의 인사 조치에 따라 통상 현안에 차질이 없도록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했다.

여 본부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산업부 통상정책국장과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낸 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다시 통상교섭본부장에 기용돼 한미 관세 협상 등 주요 통상 현안을 이끌어왔다. 후임 인선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자리가 비면서 당분간 통상 협상에 실무 공백이 발생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문제는 경질 시점이다. 미국이 한국의 대미 투자 이행을 다시 강하게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미국 정부가 대미 투자를 서두르지 않을 경우 상호관세를 다시 높일 수 있다는 취지로 우리 정부에 압박을 가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한미 통상 현안에 긴장감이 높아졌다.

이와 관련 청와대는 전날 "한미 간 다양한 채널을 통해 긴밀히 논의가 진행 중"이라며 "대미 통상현안과 관련해 정부 내에서도 수시로 긴밀히 소통하면서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의 긴급 방미 가능성에 대해서는 "현재로서 정해진 바 없다"고 했다.

미국 측은 지난해 한미 정상회담 결과물인 '한미 조인트팩트시트(JFS)'에 담긴 20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프로젝트가 발표되지 않고 있는 데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상무부가 최근 한국 정부에 대미 투자 프로젝트의 조속한 발표를 요구하는 이메일을 잇따라 보냈다는 보도도 나왔다.

대미 투자 이행이 관세와 연계될 수 있다는 압박이 다시 시작된 가운데 통상 실무를 총괄하던 여 본부장까지 자리를 떠나면서 정부가 향후 미국과의 협상에서 얼마나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산업부는 박정성 통상차관보 주재의 비상 업무체계를 가동해 현안 공백을 최소화한다는 목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23일(현지시간) 무역법 301조를 근거로 10∼12.5%의 '강제노동 관세'를 60개국에 부과했다. 한국은 강제 노동 수입 금지 조치 미시행 국가군(46개국)에 포함돼 사실상 최고 세율인 12.5% 관세를 적용받을 전망이다. 다만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이미 품목관세가 부과 중인 자동차 및 부품, 철강·알루미늄·구리 등은 이번 관세가 적용되지 않는다. 사진은 24일 경기 평택항에 수출용 컨테이너가 세워져 있는 모습. 2026.7.24 © 뉴스1 김성진 기자

관세 '12.5%' 부과…이달 말 '공급과잉' 301조 결과 촉각
현재 한미 통상 협상의 최대 현안은 역시 관세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무역법 301조 조사 결과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상품의 수입을 충분히 차단하지 않는 국가에 10~1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한국은 유럽연합(EU), 일본, 대만, 스위스 등과 함께 12.5% 관세 대상에 포함됐다.

이번 조치로 한국은 지난해 한미 협상을 통해 확보한 15%의 상호관세 상한선까지 불과 2.5%p를 남겨두게 됐다. 강제노동 관련 관세가 별도의 301조 조치라는 점에서 단순히 기존 상호관세율에 더해지는 방식으로 볼 수는 없지만, 향후 추가 관세가 부과될 경우 대미 수출기업의 부담이 커질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특히 정부가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미국이 한국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구조적 공급과잉(Overcapacity)' 관련 301조 조사다. 미국은 한국을 포함한 주요 교역 상대국의 공급과잉 문제를 조사하고 있으며, 이달 말쯤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입장에서는 추가 관세를 최대한 방어하는 것이 시급하다. 공급과잉 조사에서 추가 관세가 결정될 경우 지난해 한미 간 합의한 15% 수준을 넘어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정관 산업장관은 여러 차례 미국을 찾아 한미 조선협력과 대미 투자 이행 의지를 설명하는 등 막판 통상 조율을 해왔다. 여 본부장 역시 그동안 미국 행정부와 의회를 상대로 한국의 입장을 설득해 왔다.

결국 대미 투자 이행과 관세 방어가 맞물린 민감한 시점에 통상사령탑이 교체된 셈이다. 정부가 인사에 따른 공백을 얼마나 빠르게 메우고 대미 투자 협상과 301조 조사 대응을 동시에 이어갈지가 향후 한미 통상관계의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euni1219@news1.kr

추천 뉴스